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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경기에 고령화되는 전통시장..."2500평에 아이 옷 파는 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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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시간 보내는 장소 돼
2030 와도 음식점에만 몰려
"사람 와도 상추 6장 밖에 안 사가"
"차라리 재개발됐으면…나가고 싶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이렇게 큰 시장에 아동복이 없어요."

26일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에서 만난 신재주(76)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 씨의 말대로다. 영등포시장은 2666평(8115㎡) 규모로 서울 서남권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인데도, 정작 물건 가짓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날 취재진이 의류시장을 돌아본 결과, 중·노년층을 위한 옷가지나 침구류를 판매하는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영등포 전통시장이 젊은층을 끌어당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간판이나 도로 등 리뉴얼을 단행했음에도 오는 사람만 오고 새로운 소비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현석 기자 = 영등포시장에서는 노인들이 난로 앞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거나, 가만히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2025.02.26 mediahs@newspim.com

영등포시장이 넓은 만큼 구역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다. 의류시장에 앉아 있는 상인들이 대부분 60~70대였던 데 비해, 메인 골목에 가니 그나마 연령대가 낮아졌다. 들기름을 짜고 손님을 응대하는 30~40대 업주들이 보였다. 

하지만 곳곳에는 장사가 안 돼 나간 흔적이 보였다. 장사가 한참이어야 할 오후 3시임에도 어떤 가게는 검은 비닐로 가판대를 덮어두고 있었다. 아직 떼지 않은 간판만이 그곳이 야채를 팔던 곳이었음을 짐작게 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가 2%대에 진입한 탓에 체감 경기는 꽁꽁 얼었다. 상가 안쪽에 위치한 가게들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 문을 닫기까지 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신 씨는 "그전과 비교해서 (매출이) 30~40% 떨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잡화점을 하는 최경숙(79)씨는 "장사도 안 되는데 물가가 오르다 보니 마진이 안 남는다. 예전에는 옷만 팔았는데 돈이 안 되니까 염색약, 화장품을 종류별로 들여왔다"고 했다. 

복합적인 이유로 장사가 안 돼 재개발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한 가게 상인은 "장사가 안 되니까 빨리 재개발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빨리 털고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에 더해 전통시장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60대 이상 상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33.3%에서 2022년 57.6%로 증가한 반면, 39세 이하 청년은 6.9%에서 4.2%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평균 연령은 55.2세에서 60.2세로 높아졌다. 

[서울=뉴스핌] 김현석 기자 =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은 규모가 8115㎡로 서울 서남권에서 가장 크다. 다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며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 2025.02.26

2030 신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경동시장 같은 '힙한' 전통시장에 몰리는 데다 음식점 방문율이 높다. 오더라도 소비를 많이 하지 않으니 상인들은 한숨만 내쉰다.

한 채소 가게에 앉아 있던 최영식(55)씨는 젊은 사람들이 손이 작아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1인 가구가 늘면서 고작 상추 6~7장만 사간다. 무슨 돈이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상인들은 오며가며 물건을 구경하는 '뜨내기 손님'이 없어지고 단골 손님만 남았다고도 했다. 실제로 시장 곳곳에서 노인들이 난로 앞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거나, 가만히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최경숙 씨는 "요새는 단골도 줄었다"며 "다들 나이 들면서 아프다 보니 요양병원에 가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 같은 사람은 집에 못 있으니까 답답해서 나와서 시간을 때운다"며 "한 푼도 못 버는 날도 있지만 어쩌겠냐"라고 덧붙였다. 영등포시장이 중장년층이 개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된 셈이다.  

[서울=뉴스핌] 김현석 기자 =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 간판.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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