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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어사전 14 [ 소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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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불러내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
왜 젊은 과수댁은 속옷 차림으로 비를 맞았을까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은 '소나기'의 수혜자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천둥과 번개가 지나면 먼지 풀풀 나던 마른 땅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내 피할 사이도 없이 굵은 빗방울이 시야를 가린다. 양철지붕 아래라도 있으면 요란하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다연발 기관총 소리처럼 들린다. 장독을 닫고, 빨래를 걷고, 가축들도 우리 안으로 몰아넣는다. 물받이를 타고 요란하게 쏟아지는 빗물은 흙탕물이 되어 고랑을 타고 흐른다. 그러나 여름날 소나기가 내리는 풍경은 추억이 됐다. 지금 우리는 분주하게 비를 피할 일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소나기는 언제나 갑자기 예고도 없이 쏟아진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만든다. [사진 = 뉴스핌 자료사진]   2024.07.08 oks34@newspim.com

'여름비가 사납게 마당을 후려치고 있다/ 명아주 잎사귀에서 굴러떨어진 달팽이 한 마리가/ 전신에 서늘한 정신이 들 때까지/ 그것을 통뼈로 맞고 있다' - 이시영 '소나기'.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쇠'는 중세국어에서 부사로 '몹시, 심히'란 뜻이라고 한다. '심히 내리다'라는 말이 줄어서 소나기가 된 것이다. 소낙비 역시 표준어이다. 햇빛을 쨍쨍한데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쏟아지면 '여우가 시집가는 날' 혹은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이라고 했다. 한자어는 '취우(驟雨)'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운치 있는 단어다.

문학에서 '소나기'의 출발점은 황순원이 쓴 동명의 단편이다. 누구도 이 작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개울가에서 소년과 소녀가 만난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두 사람은 수숫단 속에서 비를 긋는다. 소년은 소녀를 업어 물이 불은 개울물을 건넌다. 며칠 뒤 소녀는 핼쑥한 얼굴로 개울가에 나타났다. 소나기를 맞은 탓으로 앓았다는 것이다. 소녀의 분홍 스웨터 앞자락에는 소년의 등에 업혔을 때 묻은 검붉은 물이 들어 있었다. 소녀가 이사 간다던 그 밤, 소년은 두런거리는 부모님의 대화를 듣는다.

"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에 출연한 배우 정윤희. [사진 = 한국영상자료원] 2024.07.08 oks34@newspim.com

성장소설의 전형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구든 한 뼘씩 자랐다. 그러나 김유정의 작품 '소낙비'는 사뭇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도박빚에 시달리던 춘호는 열아홉 살 아내에게 2원을 변통해 오라고 매질을 한다. 아내는 돈 많은 호색한 이주사와 정을 통한 대가로 부를 누리고 사는 쇠돌엄마를 찾아간다. 쇠돌엄마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내린 소낙비에 흠뻑 젖은 아내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이주사에게 몸을 허락하고 2원을 받기로 한다. 1980년대 제작 붐이 일었던 문예영화나 토속영화의 여주인공들은 속이 훤히 비치는 속곳을 입고 속절없이 소나기를 맞아야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젊은 과수댁들은 비라도 퍼붓는 밤이면 속옷 차림으로 흠뻑 비를 맞으면서 뜨거운 육체의 열기를 식혀야 했다. 현실성은 떨어지는 스토리지만 그 시절엔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었다.

'어디에 있었니 내 아들아/ 어디에 있었니 내 딸들아/ 나는 안개 낀 산속에서 방황했었다오/ 시골의 황톳길을 걸어다녔다오// 어두운 숲 가운데 서 있었다오/ 시퍼런 바다 위를 떠다녔었다오/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소낙비// 끝없이 비가 내리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소낙비'를 부른 가수 이연실. 2024.07.08 oks34@newspim.com

가수 이연실은 '소낙비'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끈적끈적한 우울을 날려버린다. 이 노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의 곡 '거센 비가 오려 하네(A hard rain's A-gonna fall)'를 가수 양병집이 번안했다. 밥 딜런은 1963년 자신의 두 번째 앨범에 이 노래를 수록했다. 평자들은 '거센 비'가 당시 미국 사회를 들끓게 한 쿠바 미사일 사태를 의미한다고 해석했고, 실제로 전쟁과 핵개발을 반대하고 불평등과 지구오염 등을 우려하는 현장에서 많이 불렸다.

1973년 발표된 이연실의 2집에는 '소낙비'외에도 '역(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타박네' 등 양병집이 번안했거나 만든 노래들이 수록돼 있다. 이연실. 전북 군산 출생. 포크 1세대인 그는 홍익대 미대 시절 라이브클럽에서 노래하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1971년 가수로 데뷔한다. 좋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 위해서 대구로 내려가 '다방 종업원' 체험을 하기도 했던 범상치 않은 여가수였다. 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데뷔곡 '조용한 여자'나 훗날 발표한 '목로주점'에서 볼 수 있듯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도 탁월했다. 어느 날 홀연 자취도 없이 사라져서 팬들을 애타게 하는 기인 같은 가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소나기가 쏟아지는 여름날의 산하는 수많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사진 = 양재명 작가 제공] 2024.07.08 oks34@newspim.com

어쨌든 소나기는 갑자기 쏟아지는 게 매력이다. 소나기 때문에 우산을 같이 쓰면서 시작된 연애담부터 실연을 당하고 하염없이 빗속을 걸었던 남자들의 이야기까지 모든 게 비 때문이다.

'너의 맘 깊은 곳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고개 들어 나를 보고, 살며시 얘기하렴/ 정녕 말을 못 하리라. 마음 깊이 새겼다면/ 오고 가는 눈빛으로 나에게 전해 주렴/ 이 빗속을 걸어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

김정호가 만들고 금과 은이 불러 히트한 '빗속을 둘이서'(1976)는 그런 추억을 불러내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다. 이 노래를 만든 김정호는 '이름 모를 소녀'(1974)로 데뷔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는 친구인 어니언스의 임창제에게 '사랑의 진실', '작은 새' 등의 노래를 만들어줬고, 투에이스에게 이 노래를 선물하여 크게 히트했다. 당시 국어순화 운동을 전개한 정권의 강요로 그룹명이 금과 은으로 바뀌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두 주인공. [사진 = tvN 제공] 2024.07.08 oks34@newspim.com

세월에 흘렀어도 소나기는 언제나 느닷없이 쏟아진다. 그래서 여전히 우산 속에서 사랑이 피어난다.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tvN)에서 택배 일을 하는 주인공 류선재(변우석)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고 있을 때 교복 입은 임솔(김혜윤)이 뛰어와 노란 우산을 씌워준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그것처럼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치지 않기를 바랐죠/ 처음 그대 내게로 오던 그날에/ 잠시 동안 적시는/ 그런 비가 아니길/ 간절히 난 바라왔었죠(중략) 그대는 선물입니다/ 하늘이 내려준/ 홀로 선 세상 속에/ 그댈 지켜줄게요.'

드라마에 등장하는 밴드 이클립스의 '소나기'는 드라마가 끝나고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극중 이클립스의 보컬로 나오는 변우석이 불러서 드라마 OST로도 출시됐다. 이 노래는 빌보드 '글로벌 차트 200'에 진입했고, 국내 차트에서도 5위권을 오르내린다. 애틋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인 변우석은 단숨에 여심을 흔드는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다. 세월은 무자비하게 흘러가지만 첫사랑은 여전히 계속된다. 올여름에도 빗줄기가 거세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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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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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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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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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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