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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 팬텀 고별 국토순례비행…'하늘의 도깨비' 직접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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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7일 퇴역식…한국 영공 55년간 지켜
G-슈트·하네스·산소공급 헬멧 등 장구류만 15kg
바이킹 탈 때처럼 가슴 철렁거려…구토 증세도
"퇴역 후에도 '필승편대' 조국수호 의지 영원할 것"

[수원·군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오늘 하늘은 세븐 클리어입니다. 팬텀이 고별 순례를 하기에 딱 좋은 날씨죠."

지난 9일 경기 수원시 10전투비행단에서 바라본 상공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하늘을 8등분했을 때 지상으로부터 7단계까지 구름이 없다고 했다. 이날 대한민국 영공을 55년간 지켜온 팬텀은 다음 달 7일 퇴역식을 한 달 앞두고 49년 만의 고별 국토순례비행에 나섰다.

153전투비행대대 소속의 마지막 남은 F-4E 4기 편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민이 모은 방위성금으로 1975년 구매한 F-4D 5대에 붙여준 '필승편대'라는 이름도 물려받았다.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의 중국 방문, 베트남 공산화 등 안보 위기가 현실화하자 국민은 부족한 국방 예산을 대신해 십시일반 방위성금을 모았다.

[수원·군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지난 9일 팬텀 필승편대가 국토순례 비행을 한반도 상공에서 실시했다. 사진은 경기 수원 상공에서 비행 중인 모습. [사진=공군] 

그렇게 모인 163억 원 중 71억 원으로 당시 최신 전투기였던 F-4D 5대를 사들였다. 이들은 서울 등 12개 주요도시 상공을 순례비행하며 국민에게 신고식을 가졌다. 현재 공군은 성능 개량형인 F-4E 10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그중 6대가 수원 기지에 있다.

기자들은 팬텀의 마지막 특급 임무에 동행하기 위해 사전 교육과 건강 검진을 받았다.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도 둘렀다. 이후 중력가속도에 의한 의식상실(G-LOC)을 막기 위한 G-슈트, 구명정이 달린 하네스, 산소공급과 통신장비 연결을 위한 헬멧 등 장구를 꼼꼼히 챙겼다. 장구류 무게만 약 15kg. 막중한 임무만큼이나 어깨가 무거웠다.

편대를 이끄는 1번기만 전·후방 조종사 모두 베테랑으로 편성됐고, 2~4번기 후방석에는 기자들이 탑승했다. 전천후 전폭기인 팬텀은 F-15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보기 드문 2인승 전투기였다. 당시 게임체인저로 불렸던 레이더 미사일을 운용하기 위해, 무기통제사로 불리는 후방석 조종사는 ▲레이더 운용 ▲좌표 입력 ▲공대지 레이저 유도 폭탄(LGB) 표적화 등 무장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팬텀 후방석 조종사로 830시간을 비행한 이성진 대구 11전투비행단 부단장(대령)은 "공대지 미사일 팝아이를 비롯해 최대 8480kg이라는 어머어마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팬텀이 떴다고 하면 북한이 도깨비 위용에 짓눌려 아예 비행기 자체를 띄우지 않았다"며 "후방석은 좁은 조종석(Cockpit·콕핏), 제한된 시야, 비행 중 지속해서 레이더 및 계기판 관측 등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멀미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수원·군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지난 9일 팬텀 필승편대가 국토순례 비행을 한반도 상공에서 실시했다. 사진은 경남 사천 상공에서 비행 중인 모습. [사진=공군] 

드디어 팬텀에 탑승했다. 마치 영화 '탑건'의 한 장면처럼 총 8명의 조종사와 기자들이 일오횡대로 격납고를 향했다. 우리를 맞이한 건 지상 발전기를 통해 예열하며 굉음을 내고 있는 4기의 팬텀. 4번기는 49년 전 방위성금헌납기의 모습을 재연해 정글무늬 도장을 새로 했고, 나머지 3기는 회색 바탕에 '국민의 손길에서, 국민의 마음으로/ 1969~2024'라는 기념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문구 양옆에는 팬텀의 고유 캐릭터인 스푸크(도깨비) 문양이 새겨졌는데 왼쪽엔 빨간 마후라와 태극무늬를 더한 스푸크가, 오른쪽에는 조선시대 무관의 두정갑을 입은 스푸크가 위치했다.

'스푸크'는 팬텀 최초 개발 당시, 기술도면 제작자가 항공기의 후방 모습을 보고 착안해 그린 캐릭터로, 팬텀을 운용한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았다. 팬텀을 후방에서 바라봤을 때 마치 서양의 전통적인 유령(Phantom)과 흡사해 보여 생겨난 캐릭터다. 밑으로 처진 수평꼬리날개는 유령이 눌러쓴 모자로, 두 개의 엔진 배기구는 유령의 두 눈처럼 보인다.

김태형 153대대장(중령)이 "탑승이 제일 걱정된다"고 했던 만큼 조종석에 오르기도 만만찮았다. 왼발부터 7계단의 사다리를 오른 뒤 전방 조종석 옆 좁은 공간을 살금살금 옆걸음으로 이동, 조종석에 앉았다. 각종 결속 장비들로 기체와 신체를 하나로 묶었다. 옴짝달싹하기 힘든 상황. 헬멧 크기 때문에 머리 움직임도 제한됐다. 전방석 조종사의 지시에 따라 레이더 스위치를 '스탠바이'로 옮겼다.

활주로를 마주한 팬텀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헬멧과 귀마개를 뚫고 거친 엔진음이 파고들었다. 기체가 활주로를 박차고 떠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8초. 10시 정각, '필승 편대' 고별 국토순례비행의 막이 올랐다.

[수원·군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필승편대의 3가지 도색(위쪽부터 Light Gray, Dark Gray, 정글무늬) 과 스페셜 마킹(가운데 Dark Gray 항공기 측면) [사진=공군] 

항로에 들어서기 위해 급선회 기동을 하자 원심력에 의해 중력가속도(G)가 발생했다. 약 3G(중력의 3배)가량의 압력이 몸을 짓눌렀다. 그러자 G슈트에 공기가 자동으로 주입됐다. 공기압을 이용해 하체에 혈액이 쏠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캐노피(조종석 덮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수원 시내가 정면으로 보였다. 기체가 거의 70도가량 왼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선회 기동 이후엔 지면과 평행하게 비행했지만, 기류의 영향으로 기체가 꾸준히 상하로 꿀렁거렸다. 레이더와 계기판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뱃멀미와 같은 이유로 속이 매스꺼워지기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 탓에 태양열은 조종석을 뜨겁게 달궜다. 4번기 전방석 조종사인 박종헌 소령은 "여름에 비행하면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뜨겁다"고 했다.

이륙 후 편대는 핑거팁 대형(손가락을 붙였을 때 검지부터 소지까지의 삼각형 모양)을 유지하면서 4번기만 좌우로 기동하며 상황에 따라 레프트 핑거팁, 라이트 핑거팁 대형을 만들었다. 기체 간 간격은 불과 2, 3m. 옆 기체 조종사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비행 첫 20분까지는 놀이기구를 타는 듯했다. 바이킹을 탈 때 느끼는 가슴 철렁거림이 미세하게 반복됐고, 선회 기동을 할 땐 마치 레일 아래에 매달려 움직이는 놀이기구 열차를 타는 듯했다. 즐기는 시간은 딱 여기까지였다. 서해대교와 평택 삼성공장을 지나 옛 성환 비상활주로 자리에 다다르자 구토감이 몰려왔다. 산소공급 스위치를 100%로 올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1972년 5월26일 박 전 대통령 주관으로 팬텀이 비상활주로 이착륙 시범 행사를 했던 곳에서, 기자에겐 또 다른 의미의 비상이 걸렸다.

[수원·군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국토순례 비행중 선회기동을 실시하고 있는 필승편대. [사진=공군] 

답답함을 덜기 위해 안면을 압박하는 마스크를 벗은 채 기신기신 버티던 기자에게, 한반도의 등줄기인 태백산맥과의 만남은 달갑지 않았다. 10시40분쯤 캐노피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신록의 태백산맥은 장관이었지만, 산맥의 영향으로 발생한 난기류는 지금껏 참아왔던 멀미 구토의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구토용 비닐봉지는 꺼내기 쉬운 곳에 두라"는 김 대대장의 조언에 따라 왼쪽 팔뚝 주머니에 넣어뒀던 검은색 비닐봉지를 귀에 걸었다.

팬텀이 가장 활약했던 지역인 동해안에 다다르자 편대는 핑거팁 대형을 느슨하게 풀었다. 매스꺼움은 진정됐지만 멀미로 인한 졸음이 몰려왔다. 팬텀은 냉전시대에 동해안에서 구소련 전력을 차단하며 맹활약했다. TU-16(1983), TU-95(1984) 폭격기와 핵잠수함(1984)을 상공에서 식별해 차단했다. 1998년 2월에는 러시아 IL-20 정찰기에 대한 전술조치를 펼치기도 했다.

포항·울산·부산·거제 등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전초기지였던 한반도 남동부 주요 도시들을 거친 필승편대는 대구로 기수를 돌리기 위해 남에서 북으로 급선회했다. 2차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이 정도만 해도 못 버틸 지경인데, 폭탄 투하를 위해 급강하와 급상승 기동을 반복하는 실제 폭격 훈련에서 조종사들이 극복했을 역경은 어느 정도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수원 기지 이륙 후 1시간 46분이 지나서야 대구 제11전투비행단에 착륙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녹초 상태가 됐다. 총 비행시간이 1300시간에 이르는 4번기 전방석 조종사 박 소령 역시 "평소 임무 비행시간은 1시간 남짓"이라며 "고별 비행인 만큼 무척 힘든 임무"라고 혀를 내둘렀다.

[수원·군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팬텀과 KF-21이 날개를 나란히 하고 비행하다가 KF-21이 피치아웃을 하고 있다. KF-21은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 개발된 전투기로, 2026년부터 공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사진=공군] 

전투기에 기름을 채우고, 조종사들의 배를 채운 후 필승편대는 '팬텀의 고향' 공군 대구기지에서 오후 3시10분에 다시 날아올랐다. 대구기지는 1969년 팬텀(F-4D)이 미국·영국·이란에 이어 네 번째로 도입됐을 당시 최초의 팬텀 비행대대가 창설된 곳이다. 2005년 F-15K가 도입돼 팬텀의 공대지 타격 역할을 물려받기 전까지 팬텀의 주 기지 역할을 했다.

이제는 F-15K가 굉음을 내며 한두 시간 간격으로 뜨고 내리는 대구기지에서 팬텀은 마지막 국토순례 비행을 떠났다. 대구기지를 떠나고 10분가량 흐르자 우리 공군력의 막내이자 기대주인 KF-21 2기가 합류했다. 수신기 너머로 KF-21을 뜻하는 '보라매'라는 콜 사인이 들려왔다. 팬텀과 KF-21은 델타(Δ) 대형을 이뤘다. 팬텀 편대장 '파파1'이 선두에, KF-21이 좌우 꼭짓점에 섰다. 가운데에서는 방위성금헌납기 도색을 한 팬텀4호기가 비행했다. 국토순례비행 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F-15K 2기는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이 순간을 촬영했다. 공군의 과거(팬텀), 현재(F-15K), 미래(KF-21)가 한자리에 모인 역사적 장면이었다.

1969년 도입 당시의 팬텀기는 지금의 F-35와 비견될 수 있는 미국 첨단 항공 기술의 집약체였다. 2005년 도입된 F-15K는 '타우러스' 미사일로 대전에서 평양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의 핵심 기체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공동개발 계약 이행 문제로 논란이 됐지만 KF-21은 우리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로, 향후 팬텀의 빈자리를 채우게 될 핵심 기체다. 세 기종이 경남 합천에서 사천을 거쳐 전남 고흥까지 약 20분을 함께 날았다.

눈 아래로는 삼천포대교, 여수 충무대교, 한려수도가 펼쳐졌다. '국토를 지킨다'는 말이 구호가 아니라 팩트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고흥 상공에서 KF-21은 우측으로 급선회하며 이탈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심히 복귀하십시오." 대선배 팬텀 편대에 막내가 보내는 헌사로 들렸다. 팬텀은 축포를 쏘듯 플레어를 발사했다.

[수원·군산=뉴스핌] 박성준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지난 9일 국토순례비행을 위해 이륙 중인 필승편대. [사진=공군] 

팬텀 편대는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소흑산도)를 향했다. 팬텀은 1971년 소흑산도에 출현한 간첩선을 격침하는 작전에서 활약했다. 가거도에서 서해를 따라 북상한 팬텀편대는 이날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군산앞바다에서 수원기지를 향해 동쪽으로 마지막 급선회에 나섰다. 팬텀 편대는 급선회와 함께 축포처럼 플레어를 터뜨렸다. 수평계는 '수평'이라 알렸지만 급선회를 시작하자 급상승기동을 하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기자의 목이 앞으로 꺾였다. 중력의 2~3배 정도 되는 힘이 가해졌다.

대구기지에서 이륙한 지 약 1시간30분 만에 공군 수원기지에 착륙했다. 감속을 위해 후방에 전개된 드래그슈트가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민항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충격은 크지 않았다.

아파트 숲을 뚫고 이륙해 아파트 숲속으로 내렸다. 공군 관계자는 "도시가 확장하며 대구기지·수원기지 인근까지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했다. 팬텀 도입 이후 우리나라가 이뤄낸 번영의 방증이 공군기지 인근에 무수히 들어선 아파트인 것이다. 착륙하고 나서야 팬텀에 내려앉은 시간의 더께가 느껴졌다. 계기판, 백미러, 각종 결속 도구는 때가 타고 도색이 벗겨져 있었다. 반세기 동안 영공을 지켰던 노병은 정정했지만 희끗희끗해진 머리는 숨길 수 없어 보였다.

F-4D 도입으로부터는 55년, 현재까지 쓰이는 F-4E 도입으로부터는 49년 만이다. 공군 관계자는 "다음 달 퇴역식에 해외 취재진 100여 명이 취재 신청을 했다. 외국 언론도 팬텀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했다. 퇴역한 팬텀은 전국 곳곳에서 전시되거나 적 세력의 유도탄이나 각종 탐지장비들을 혼란시키고 교란하기 위한 디코이로 활주로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날 방위성금헌납기 당시 모습으로 도색한 팬텀을 몰았던 박종헌 소령은 "1975년 국민들의 성금으로 날아오른 '필승편대'의 조국수호 의지는 불멸의 도깨비 팬텀이 퇴역한 후에도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말했다.

park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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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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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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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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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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