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경북

속보

더보기

[르포] "쏟아지는 별·골목길 이웃...영양의 소소한 일상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기사입력 : 2023년05월12일 14:13

최종수정 : 2023년06월16일 14:56

산나물축제 첫날 울려퍼진 '양수발전소 유치' 염원...."군민모두가 유치위원입니다"
11일 '양수발전소 유치 결의대회' 현장

[영양=뉴스핌] 남효선 기자 = "가족과 나란히 앉아 쏟아지듯 밤하늘을 밝히는 별을 보고 골목길에서 만나는 이웃들과 정담을 나누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경북 북동부에 자리한 산중 도시 영양군 영양읍을 가로지르는 복개천에 고령의 노인들이 보행기를 끌며 느린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영양의 유일한 전통시장인 '영양읍장'에는 간이 천막이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시장 안의 작은 무대에서 초로의 한 주민이 목청껏 노래 한 소절을 뽑는다. 박수소리가 이어진다.

영양군의 대표 먹거리 축제인 '영양 산나물축제' 첫 날인 11일. 축제가 펼쳐지는 영양전통시장과 영양군청 일원에는 간이 천막이 빼곡하다.

축제장을 찾은 주민들이 자리를 털고 삼삼오오 복개천 결의대회장으로 향한다.

"오늘이 죽어가는 영양을 살리는 첫 날이시더. 내사 이제 몇 년 안남았지만 우리 자식들은 영양을 지키며 잘살아야되잖니껴"

고령의 할머니가 의지하고 있는 보행기에 '손팻말'이 얹혀 있다.

'양수발전소 유치! 군민 모두가 유치위원이다' '더 이상 대안은 없다! 양수발전소 유치'

할머니는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양수발전소 유치 결의대회'에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축제도 축제지만 '유치 결의대회가 더 중요하니더" 함께 가던 할머니 한 분이 큰 소리로 거든다.

한 무리의 청년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이들 모두 손팻말을 들고 있다. 상기된 표정들이다.

오후 3시. 결의대회가 열리는 영양읍전통시장 옆 복개천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다. 어림잡아 2000여명은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결의대회 시작을 알리자 주민들이 일제히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한다.

손팻말을 흔드는 주민들의 얼굴에 결기가 가득 차 있다.

영양 양수발전소 유치 범군민유치위원회 양봉철 상임의장이 결의대회 개회를 선언했다.

[대구경북=남효선 기자] 2023.05.12 nulcheon@newspim.com

유치위원회로부터 '양수발전소 유치 군민 모두 유치위원'이라는 구호가 새겨진 조끼를 건네받아 입은 오도창 영양군수가 단상에 올라 "오늘 이 자리는 영양군의 미래가 달린 소중한 순간이다. 군민 모두가 유치위원이 돼 하나된 힘으로 새로운 영양을 건설하자"며 "영양군민의 자발적 힘으로 양수발전소 유치를 따내자"고 호소했다.

이어 대회장을 찾은 이철우 경북지사와 박형수 국회의원(국민의힘,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군)이 단상에 올라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지방소멸을 타개키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양수발전소 자발적 유치를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영양군민들의 염원을 헤아리겠다"며 군민들의 결의에 힘을 실었다.

"우리 한 번 해보시더. 영양군민 똘똘 뭉쳤니더"

주민들이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를 보냈다.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이 담긴 호소문도 이어졌다.

자신을 영양군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오늘은 영양군청 공무원이 아닌 영양군민의 한 사람으로 주민들 앞에 섰다. 지난 2006년 첫 공직에 들어와 양양군에 발령받아 여기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을 영양지역 학교에 보내며 영양이 고향처럼 살고 있다"며 영양군이 처해있는 지방소멸이라는 절박한 현실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지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영양에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밤이면 쏟아지듯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으로 보고, 평생 농투산이로 자식들을 건사하며 이웃들과 내것 네것 없이 나누는 주민들의 진실한 삶과 골목길에서 매일 만나는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소한 일상이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 떼밀려 사라지는게 무엇보다 슬프다"면서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자식과 후손들을 위해 거리에 나서 양수발전소 유치에 힘을 모으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양수발전소 유치 필요성을 절절하게 호소했다.

결의대회가 끝나자 다시 영양읍 전통시장 일대는 축제 분위기가 고조됐다.

결의대회가 열린 복개천 뒷편에 마련된 영양산나물장터와 산나물고기굼터, 전통시장의 소무대에서 흥겨운 풍물가락이 분위기를 돋운다.

축제장이 금새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로 초만원을 이룬다.

영양산나물축제장을 찾으 외지 관광객들이 일월산에서 돋는 청정 산나물 바구니를 양 손에 들고 축제장을 빠져나간다.

해가 서쪽으로 점점 기울자 결의대회와 축제장을 찾은 고령의 주민들이 다시 보행기를 끌며 귀가를 서두른다.

노부부가 느릿한 걸음으로 시장 골목길을 걸어간다. 경북 북북의 산중도시로 한 때 6개 읍면 중 5곳에서 닷새장이 열릴만큼 활기를 띠던 영양군의 작금의 모습을 보는 듯 뒷 모습이 처연하며서도 쓸쓸하다.

'국제밤하늘공원' 도시이자 경북 북동부의 청정오지 영양지역은 '지방소멸'이라는 절박한 위기를 극복하고 '영양군'이라는 도시 이름을 존치시키기 위한 생존권 확보라는 절명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영양군이 양수발전소 유치를 통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나선 것은 올해 1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 영양지역이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예비후보지'로 포함되면서 가시화됐다.

이같은 소식이 지역에 전해지자 영양지역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양수발전소 자발적 유치 움직임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사회 단체 움직임은 지난 달 25일 영양군 6개 읍면 청년단체와 노인회, 이장협의회 등 9개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양수발전소 영양군 유치를 위한 범군민 유치위원회(유치위)'가 구성되면서 가시화됐다.

이들 사회단체의 유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자 오도창 영양군수도 '영양 양수발전소 유치추진단'을 편성하고 '양수발전소 유치'를 인구소멸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공식화하면서 양수발전소 유치 활동에 힘이 실렸다.

이날 산나물축제 첫 날을 기해 열린 '영양 양수발전소 유치 범군민 결의대회'는 영양군민들의 자발적 유치를 위한 사실상 본격적인 활동으로 기록된다.

영양군은 지역사회 단체 중심의 유치위원회를 통해 양수발전소 유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인 '주민 수용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중심이 아닌 군민 중심으로 자발적 유치를 추진해 주민수용성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수년 전 '영양댐 건설'을 놓고 야기된 지자체와 주민들간 극심한 내홍을 되풀이 하지 않고 추진 과정에서 예견되는 갈등 양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이날 오도창 군수는 결의대회 대회사를 통해 "영양군민 모두가 양수발전소 유치위원회이다. 하나된 마음으로 영양의 미래를 창조하자"며 "민관이 함께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지속 추진하는 등 양수발전소 유치의 당위성을 군민들에게 알려 주민수용성을 다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있다.

영양군은 군민의 자발적인 유치 의사가 양수발전소 선정에 결정적 기준이 되는 만큼 유치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최종대상지 확정까지 주민수용성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영양군은 민주적 절차를 통한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영양산나물 축제' 기간인 5월11일부터 14일까지 유치위 주도의 '양수발전소 유치 결의대회'와 군민서명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또 주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양수발전소 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을 면밀하게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영양군이 유치 추진하는 양수발전소는 설비용량 1000MW 규모로 국비 2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발전설비이다.

양수발전소 건설지는 영양군 일월면 용화1리 일원으로 알려졌다.

영양군은 지난 24일 영양군을 방문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로부터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예비후보지에 영양군이 포함됐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영양군은 한수원으로부터 '영양지역이 사전 조사과정에서 여러 부문에 걸쳐 우수한 요건을 갖추고 있어 우선 예비후보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 양수발전소 건설 관련 최종 부지 선정은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오는 9월경 최종 확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nulche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