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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스프로젝트, 삼청동 신관 개관...씨씨 필립스 개인전과 그룹전 동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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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부터 6월 11일까지
씨씨 필립스 개인전 ≪Walking the In-Between≫
주목할만한 작가 그룹전 ≪The New, New≫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종로구 율곡로 1길 37)은 4월 28일 서울 종로 삼청동에 새로운 전시 공간을 개관한다. 2022년 갤러리 2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밀라노와 서울신라호텔에 각각 분점을 개관한 지 약 1년 만에 더욱 큰 규모로 국내 관객에게 선보일 공간은 경복궁과 북촌 등 문화재가 자리한 곳일 뿐 아니라,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들이 응집되어 있는 삼청동에 자리하며 한국 예술계 한편에 당당히 자리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개관전은 새 출발에 대한 설렘을 담아 영국의 젊은 신예 작가 씨씨 필립스의 개인전과 갤러리 전속 작가 7명의 그룹전, 두 가지 전시를 동시에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전은 9점, 그리고 그룹전은 9점의 회화를 각각 선보인다. 이번 신관에서의 첫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하비에르 페레스 대표와 씨씨 필립스가 내한했다.

◆ 씨씨 필립스(Cece Phlips) 개인전 ≪Walking the In-Between≫

씨씨 필립스(b. 1996, 영국 런던)의 개인전 ≪Walking the In-Between≫은 그녀의 아시아 첫 전시이자, 갤러리와 함께한 두 번째 전시이다. 어둠이 드리워진 밤, 도시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첫 전시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에 뒤이어 이번 전시 또한 유색인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씨씨 필립스_Pocket Queens_2023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씨씨 필립스_Interventions_2023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경계의 공간, 시간, 상황의 탐구를 지속하는 작가는 런던, 피렌체, 캘리포니아를 연상시키는 정장을 입은 여성들이 사는 대도시로의 기나긴 산책으로 관객을 이끈다.

전시를 구성하는 총 9점의 회화 작품에는 낮과 밤의 경계에서 느낄 수 있는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담겨져 있다. 주변인의 입장이 된 관객들은 열린 창문이나 반대편 길가들을 통해 덤불 혹은 소파 너머로 보이는 다양한 장면들을 관찰한다. 이렇듯 씨씨 필립스는 의도적으로 관객들을 관찰자의 입장에 위치시킨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씨씨 필립스_Reflections_2023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일반적으로 갤러리에서 무엇을 본다는 행위는 환영과 기대를 받지만, 작가이자 연구자인 롤라케 오사비아(Rolake Osabia)가 전시에 관해 작성한 "노란 불빛을 따라가세요."라는 제목의 글처럼, 작품 앞에 선 관객의 시선은 '은밀한' 것이 된다. ≪Walking the In-Between≫을 구성하는 작품들에 찬사를 보내는 오사비아의 글은 익명의 관찰자가 경험한 산책에 대해 서술하며 필립스의 작품들을 해설하는데,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뿐 아니라 작가의 시선으로도 읽어낼 수 있다.

필립스는 이번 신작에서 도시를 걷는 산책자(flâneur)인 인물을 계속 붙든 채로 시선의 정치학을 파고든다. 여기서 산책은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이 어떻게 공공 공간을 점유하고 경험했는가를 질문하는 장치가 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씨씨 필립스_I Spy a Stranger_2023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근대성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산책자(flâneur)는 주로 남성으로, 그들은 예리하지만 무심한 현대 도시 생활의 관찰자이다. 필립스는 자신의 작업으로 관찰자의 그러한 태도가 은연중에 갖는 특권을 강조한다. 어디든 속하는 데다, 위험이나 의심 없이 도시를 방황하고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사치이다.

필립스는 작가인 동시에 여성으로서 타인에 의해 자신이 관찰된 만큼 타인을 관찰하고 있으며, ≪Walking the In-Between≫은 양쪽의 입장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무엇이 보여질 것인가? 무엇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끌어낼 것인가? 무엇이 소속될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전시를 관통한다.

전시된 작품들에서 여성은 특히 해질녘 무렵의 도로와 바, 클럽이라는, 그동안 전형적으로 여성과는 반대된다고 여겨져 왔던 공간들을 점유한다. 자줏빛 정장과 실크 모자 차림의, 귀족적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필립스의 작품 속 인물들은 <The Green House>(2023)에서 건물 옆에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처럼, 비밀 결사대에 소속되어 있거나 영원한 자매애를 나눈 것처럼 보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씨씨 필립스_Blues in the Night_2022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몇몇 인물들은 시선을 마주할 의도가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창문을 사이에 두지 않은 채 곧바로 관람객과 마주한다. 인물들은 <I Spy A Stranger>(2023)와 <Blues in the Night>(2023)에서 문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그들과 차단되어 있으며, 이는 관찰자와 관찰 당하는 사람 간의 힘을 역동적으로 변화시킨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씨씨 필립스_The Green House_2023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필립스의 작품들은 인물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것을 거부하지만, 타인을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위치를 상기시키듯 <Reflections>(2023)의 거울이나 <Midsummer Music>(2023)의 창문은 관찰하고 있던 그들 자신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땅거미가 지는 시간은 우리들의 시야를 방해하고 익숙함을 낯섦으로 변화시킨다. 이는 실내에 불이 켜지고 창문이 마치 진열장처럼 건물 안의 풍경을 드러내며 행인들에게 친근함을 내비치는 순간에도 그러하다. 필립스의 작품에서 이는 어스름한 푸른 색조와 대비되는 밝은 노란 계열의 색채로 묘사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씨씨 필립스_Soon_2023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씨씨 필립스_Midsummer Music_2023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오사비아의 이야기 속 관찰자가 끊임없이 쫓는 대상인 이 노란 불빛은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사교 공간들로부터 흘러나오는 선율을 전달한다. 약간 열려 있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들은 흐릿하고 접근 불가능하기에, 우리들은 그곳에 속하지 못한 채 그 밤의 문턱에 남겨진다.

◆ 그룹전 ≪The New, New≫

그룹전 ≪The New, New≫는 갤러리의 창립 정신을 조명하며, 세계적인 관점에서 현재 주목할 만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이 전시에서는 라파 실바레스, 오스틴 리, 조지 루이, 파올로 살바도르 등 서울 전시 및 국내 페어 등을 통해 이미 소개되었던 작가들과 더불어 에밀리 루드비히 샤퍼와 가장 최근 갤러리에 합류한 젊은 덴마크계 스페인인 작가 안톤 무나르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들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구상회화를 시도하며,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경로를 구축한다. 각기 다른 문화적, 사회적, 지리적 배경을 가지고서 성장해온 작가들은 구상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공간, 시간, 디지털 세상과의 관계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해 냈으며, 이들이 한 데 모인 전시장은 우리의 삶과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상상하게 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라파 실바레스_Electric slide_2023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The New, New≫는 단순히 특정한 모티프와 이미지를 넘어서서, 화폭 위 칠해진 대상 그 자체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작가들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뿐 아니라 각기 다른 미학적 시도를 보이고, 캔버스의 평면성에 도전하거나 제스처의 표현성을 연구하고, 물질의 감각적인 층을 쌓아 나가는 방식으로 작품이 갖는 물질성을 드러낸다.

화면이라는 개념을 통해 대부분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전시되는 이 작품들은 회화 그 자체가 가진 물질적 특징, 작품과 접촉한 신체와 작품을 형성한 감정의 흔적이 갖는 힘을 느끼게 하여 보편성에서 탈피한다. 이 새로운 전시와의 조우는 사고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살아있고,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생명체로서 갖는 인간성을 이야기한다. ≪The New, New≫는 감각을 일깨우는 곳으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 페레스프로젝트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가 자리 잡은 이곳은 2003년에 완공돼 올해로 20년을 맞이했다. 삼청∙사간동 일대와 긴 시간을 함께해 왔으며, 2002년에 설립된 갤러리의 역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외형은 오래된 기존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되, 간결한 갤러리 입구와 로고 디자인으로 주변 건축물들과 조화롭게 지내 온 지난 20년 세월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도록 변화를 최소화했다.

갤러리는 지하 주차장 1개 층, 지상 4개 층의 총 5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객을 맞이할 전시 공간은 1-2층이며, 3층은 컬4층은 각각 업무 층으로 사용된다. 1-2층의 전시 공간은 오직 작품과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만을 위해 최적의 공간감과 자연광에 가까운 빛 조성 등의 연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공간적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페레스프로젝트 전시장 전경 [사진=페레스프로젝트] 2023.04.28 digibobos@newspim.com

설계 당시 훗날 갤러리로도 사용될 것을 염두에 두었던 덕분에 건물 층 중 가장 높은 층고의 1층이 완성됐으며, 이는 페레스프로젝트의 전시에서 톡톡히 역할을 해 낼 예정이다. 이번 갤러리의 인테리어 시공 역시 서울신라호텔 공간과 마찬가지로 여름디자인에서 맡아 세월이 깃든 외부에서 최신의 현대미술 갤러리로 연결되는 조화로움을 극대화했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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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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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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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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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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