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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 않는 흑백회화, '백묘'의 향연...고 원석연·정용국 2인전 '온전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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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부터 5월 26일까지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아트사이드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3)는 4월 28일부터 5월 26일까지 故원석연 작가(b.1922-2003)와 정용국 작가(b.1972-)의 2인전 <온전히 바라본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백묘(白描)의 향연인 두 작가의 흑백 회화 작업을 마주하며 흑과 백, 선과 면, 여백과 채움 그리고 사물과 풍경으로 시각 언어의 본질을 나타내는 화면을 통해 작가들이 추구한 세계관을 조명하고자 한다.

백묘법은 채색을 사용하지 않고 필선만으로 그리는 방법으로서, 중국의 당대(唐代)에 화성(畵聖)으로 불렸던
오도자(吳道子)와 북송의 이공린(李公麟)이 잘 사용했던 방법이다. 백묘법은 필선만 사용하기 때문에 먹이나 채색으로 잘못 그어진 선을 감출 수 없으므로 아주 뛰어난 기교를 필요로 한다. 또한 필선만으로 인물의 입체감이나 동작, 표정 등을 모두 표현해내야 하므로 그린 화가의 능력이 드러난다.

◆ 연필화의 완결성과 표현의 무한한 가능성

평생을 오로지 연필그림만을 그려온 원석연은 종이와 연필을 재료로 한 연필화에 몰두하며 한국 근현대 시대의 삶을 단면을 담백하게 표현하였다. 그는 연필 선의 강약과 농도 그리고 밀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대상의 질감을 촉각적으로도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은 결국 추상이다. 정밀하게 묘사된 구상작품도 대상의 본질을 드러내고 또 작가의 감정과 사상을 드러내기 때문에 추상"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연필화가 단순히 사실적인 재현에만 그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어쩌면 충무로에서 행인들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계를 이어가고, 6.25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도 미군들의 초상을 그려주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에게 물감은 사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필 하나로 하나의 완성된 회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을 두고, 독자적인 재료의 행보를 걸어오며 연필이어도 현대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강한 자부심으로 연필화의 완결성을 추구하고 표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원석연_개미, 1976, pencil on paper, 36x38cm 2023.04.24 digibobos@newspim.com

 ◆ 모든 작품을 불태우려고 했던 원석연

흰 종이에 연필로 실물 크기의 개미 한 마리만을 그려 놓고 같은 크기의 유화 작품과 동일한 가격이 아니면 팔려고 하지 않았으며, 개미, 굴비, 마늘, 낫, 엿가위, 벌집, 까치둥지 같은 소재로 당시 시대적인 분위기를 은유적으로 내재화했다. 그중에서도 여러 마리의 개미 떼들이 다리가 잘려져 있거나, 몸과 머리가 분리되어 있거나, 모이고 흩어지고, 움직이는 것이 마치 1950년 한국전쟁의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듯했다.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 처음 개최되었을 때 작품을 두 점 출품하였는데 두 점 모두 입선되었다. 연필로만 그린 초상이 국전에서 입상한 경우는 오늘날까지 원석연이 유일하지 않을까. 작품이 관심을 받을수록 오히려 철저하게 외면하는 자세를 취하고, 전시나 판매와는 무관하게 연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원석연_병아리와 거미, 1994, pencil on paper, 58x61cm 2023.04.24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원석연_엿가위, 1996, pencil on paper, 63x43cm 2023.04.24 digibobos@newspim.com

살아생전 사람들과의 왕래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오로지 그림 그리는 데에만 모든 열정을 쏟은 원석연 작가는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스케치를 하다가 몸이 굳어 일어나질 못하고 길바닥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는 일화도 있으며, 200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훗날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재평가된다는 점들을 고려하여 작품들을 모두 불태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집념과 고집이 셌다.

◆ 와유(臥遊) 사상에서 시작 된 산수화의 재구성

정용국은 먹으로 산수를 그린다. 산수화는 오래전 와유(臥遊)사상에서 시작되었다. 와유(臥遊)는 누워서 명승 고적의 그림을 보며 그 곳 정경을 더듬는다는 뜻으로 나와 있는데, 즉 풍경 그림을 통하여 여행을 대체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매개로 재구성 되면서 세상을 접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카메라는 하나의 렌즈로 풍경을 담지만, 사람은 두 눈으로 풍경을 담는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여러 시점의 장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가상의 풍경으로 만든다. 자신이 관객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카메라는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그가 접한 풍경과 인터넷에서 찾은 풍경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다중시점의 구조로 콜라주를 한 결과물이 현재의 작업 유목(遊目)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정용국_유목遊目, 2023, 한지에 수묵, 207x536cm 2023.04.24 digibobos@newspim.com

◆ 색은 사라지고 대상의 사실성만 남겨 놓은 정용국

풍경을 화선지에 옮겨 담아 수묵이 화선지를 만났을 때 나타나는 물 자국(먹의 번짐)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대상의 질감이 아닌 형태에 의해서 장면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수묵화 방식과는 다르게 지엽적인 부분은 배제하고 큰 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것을 회화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용국의 작품 속 화면은 하나의 피사체에서 다른 피사체로 초점을 변경시키는 것. 관객의 시점을 이동시키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초점이 이동하는 동안 해당 장면의 공간적 관계는 그대로 유지되는데 이것을 이동시점이라 한다. 색은 사라지고 대상의 사실성만 남겨 일종에 풍경을 바라보는 다중시점을 통해 다층적 원근으로 풍경을 재구조화 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정용국_Flow, 2020, 한지에 수묵, 91x90cm 2023.04.24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정용국_구름, 2023, 한지에 수묵, 68x69cm 2023.04.24 digibobos@newspim.com

검은 선과 흰 종이를 통한 근대적인 재료의 발견

원석연과 정용국은 작가로서의 정신을 잃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대상을 모색하고 회화로써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오늘날 현대미술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재료와 수단들로 인해 먹과 연필은 근대적인 도구가 되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원석연_마늘, 1994, pencil on paper, 27x22cm 2023.04.24 digibobos@newspim.com

이번 전시에서는 재료들이 지닌 고유의 역할과 가치로 회화 자체로써의 대상을 지켜내려는 두 작가의 철학을 반영함과 동시에 서로 다른 시대적 환경 속에서 살아온 작가들이 바라본 대상과 풍경이 검은 선과 흰 종이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된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 작가 약력

故원석연(b.1922-2003)은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나 1936년 일본 가와바타화학교(川端畵學校)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1943년 졸업 후 귀국하였으며 1945년 서울 미공보원(USIS)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1946년에는 서울 미공보원 미술과에 근무하면서 주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1950년대 시기에는 인물, 정물 시리즈에 몰두했으며 개미를 소재로 다루어 전쟁의 불안하고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1960년에는 '원석연 미술연구소'를 개설하고 후진 양성을 시작하였다. 1984, 1986, 1990년에는 스페인 등 유럽에서 풍물 스케치 여행을 하고 이국적인 풍경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2001년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팔순 회고전을 개최하고, 200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2013년에는 10주기 추모전과 함께 작품집 『원석연』 (열화당)을 발간하였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등지에서 2001년까지 총 38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용국(b.1972-)은 대구에서 태어나 199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였다. 2004년에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해 "빈들에 서다"(금호미술관, 서울, 2004)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2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35회의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주요 전시로는 "유목"(상업화랑 용산, 서울); "더쇼룸_Flow"(스페이스 월링앤딜링, 서울); "피_막"(상업화랑, 서울) 등이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수직에 있으며 제 5회 송은미술대전 미술상 수상, 제27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로 선정 되기도 하였다.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송은문화재단,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미술관MoA, 경북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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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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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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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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