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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 쪽잠 자며 5일간 밤샘회의 끝에 통합의 역사적 순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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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17일(현지시간) 아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쟁터가 될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벨기에 브뤼셀이 내려다보이는 유로파 빌딩 테라스에서 햇볕을 받으며 태평하게 미네랄워터를 마시고 있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0일 아침에도 이들은 또다시 같은 테라스에서 감자칩과 와인으로 원기를 회복하며 또다시 시작될 전쟁에 대비했다.

그 때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가 이들에 합류하며 "결전의 순간이군요"라며 말을 걸었다. 그 때부터 이들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및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장외 논의를 이어갔다.

블룸버그 통신은 2000년 이후 최장기 마라톤 회의를 이어간 EU 정상들이 EU 공동으로 채무를 얻어 가장 어려운 회원국을 돕는 7500억유로 규모의 코로나19(COVID-19) 회복기금에 만장일치로 합의하기까지 5일 간 이어졌던 격한 순간들을 21일 자세히 보도했다.

팔꿈치 인사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블룸버그 통신은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EU의 63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협상에 직면해 전례 없이 격하게 충돌했지만, EU 통합이라는 길고 불확실한 과정에 있어 분수령이 될 합의를 도출해냈다고 평가했다.

정상들이 지난 17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을 때 균열의 지점은 분명했다. 이번 정상회의의 관건은 뤼테 총리와 그를 따르는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 등 부유한 북유럽국들을 설득해 팬데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남유럽 국가들에 전례 없는 규모의 자원을 지원해주도록 하는 것이었다.

당초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제시한 내용은 7500억유로 회복기금 중 5000억유로를 지원금으로 제공하자는 것이었지만, 북유럽국들은 3500억유로가 상한이라고 못 박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국들은 4000억유로가 하한이라며 맞섰다.

◆ 화풀이 대상 된 집행위원회

17일 아침 환한 얼굴로 나타난 정상들은 저녁에 이르자 표정들이 험악해졌다. 특히 뤼테 총리는 회원국 재정 규율을 제대로 다잡지 못했다며 난데없이 EU 집행위원회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비난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는데, 당시 자리에 있었던 외교관들은 그가 왜 집행위를 변호하지 않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간 파트너십이 부활했다. 재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메르켈 총리는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위기를 해결할 중심 인물로 떠올랐고, 2017년 취임 후 줄곧 EU 통합을 외쳐 온 마크롱 대통령은 중심 역할을 자처했다. 애초에 지원금 5000억유로를 시작점으로 제시한 것이 두 정상이다.

회의 이틀째인 18일 오전 뤼테 총리를 비롯한 북유럽 사총사는 5000억유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고, 이에 미셸 상임의장이 4500억유로를 제시했다.

그날 밤까지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이 액수로 뤼테 총리를 설득하려 애썼으나 결국 실패하자 돌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열띤 논의 중인 EU 정상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협박이 오가는 회담장

회의 사흘째인 19일 점심 즈음에는 분위기가 극도로 험악해져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든 외교관들은 합의가 곧 결렬돼 금융시장이 출렁이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당시 콘테 총리는 기자들에게 "유럽이 협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 콘테 총리와 뤼테 총리가 결전을 벌이는 도중 콘테 총리가 뤼테 총리에게 "당신은 환상에 빠져있다. 당신의 비타협적 태도는 당신 나라에서는 영웅적 행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유럽에는 큰 비용을 치르게 한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러자 미셸 상임의장인 4000억유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뤼테 총리를 비롯한 북유럽 정상들은 여전히 3500억유로를 고수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동유럽 정상들에게 다가가 법치와 언론의 독립을 존중하는 등 민주주의 개혁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 입 연 EU 집행위원장

19일 저녁 차가운 고기와 샐러드로 에너지를 회복한 정상들이 다시 모였을 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드디어 뤼테 총리의 집행위 때리기에 반박하며 다른 정상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잔뜩 화가 난 마크롱 대통령은 재정적 현실을 무시하는 북유럽 국가들을 비난하면서 전화를 받으려 자리를 뜨는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를 꾸짖기도 했다.

쿠르츠 총리는 후에 "우리는 20시간 동안 협상 중이었다. 잠시 자리를 뜨는 것은 결례가 아니다"라며 "다들 잠을 제대로 못 자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곗바늘이 자정을 지나 회의가 나흘째로 접어든 시간, 북유럽 정상들이 체리 한 그릇을 들고 미친 듯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한 편에서는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가 소파에서 쪽잠을 청하며 다른 정상들이 다시 모이기를 기다렸다.

그 때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콘테 총리 및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포옹한 후 뤼테 총리를 회의로 불러들였다.

EU 정상들.[사진 = 로이터 뉴스핌] 2020.07.19 mj72284@newspim.com

◆ 드디어 돌파구

회복기금에 거버넌스 내용을 포함시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모두가 만족할 만한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 회의 나흘째 일이다. 뤼테 총리는 이탈리아 관료들을 따로 불러 거버넌스 내용이 포함된다면 반대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를 계기로 3900억유로 규모의 지원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 날 새벽 다른 정상들이 유로파 빌딩을 떠날 때쯤, 북유럽 정상들은 이제 그만 합의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20일에는 회의가 이처럼 길어질지 모르고 정상들을 수행하던 관료들이 새 마스크 등을 구하려 분주히 돌아다니는 동안 회복기금의 세부내용이 마련됐다.

전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말싸움을 주고받았던 메르켈 총리는 분위기를 바꿔보려 초콜릿을 들고 와 일일이 나눠주기도 했다.

저녁으로 당근수프와 대구, 레몬케이크로 배를 채운 27명의 정상들은 세부내용 작성을 위해 막판 논의를 이어갔다.

이후 정상들은 문서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몇 시간을 더 기다렸다. 덴마크 관료들은 영화 얘기로, 리투아니아 관료들은 체스를 두며, 쿠르츠 총리와 오스트리아 관료들은 옆방에서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고 지난 4일 간의 일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21일 오전 5시경 27명의 정상들이 마지막으로 유로파 빌딩 5층에 모였다. 뤼테 총리는 2000년 최장기 회의 기록을 깰 뻔했다는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가 드디어 완료됐다는 사실이었다.

미셸 상임의장은 이후 "이번처럼 뜨거운 논쟁은 참가자들로부터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며 "어떤 때는 실패할 것 같고 포기하고 싶어지다가도 다시 한 번 소매를 걷고 힘을 내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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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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