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안 팔리자 계약파기 통보…상장폐지
청구 금액 939억원 중 67억원…KT 승소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KT의 불공정거래로 상장폐지가 됐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한 중소 IT기업 엔스퍼트가 1심에서 고배를 마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김동진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10시 엔스퍼트가 K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는 원고에게 67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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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로고 [자료=KT] |
엔스퍼트가 KT에 청구한 금액이 93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원고 측이 사실상 패소한 결과다.
이로써 지난 2017년 4월 사건이 접수된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양측의 법정 다툼이 일단락됐다.
법원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10년 8월 태블릿PC 제조위탁 계약을 체결한 후 'K패드'를 출시하는 등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 KT와 중소 IT기업 간의 대표적 상생 사례로 주목받았다.
KT는 엔스퍼트 측에 1차 3만대, 2차 17만대 총 20만대 규모의 제품 제조를 위탁했다.
당시 이 제품은 '첫 토종 태블릿PC'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됐지만 시장 반응은 달랐다. 출시 1년이 되도록 판매 물량은 1만3000대에 그쳤고, 부팅 오류 등 고객 불만도 제기됐다.
KT는 2011년 3월 일방적으로 엔스퍼트에 2차 생산 물량에 대한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당시 2차 생산 물량은 전체 생산 물량의 85%로 510억원 규모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KT가 '갑'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엔스퍼트는 2011년 하도급법 위반으로 KT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공정위는 "KT가 부당하게 발주를 취소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부과된 과징금은 공정위가 당시 기준 지난 5년간 대기업 갑질과 관련해 내린 제재 중 가장 높은 액수였다.
이후 KT는 공정위 처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2년 간의 소송 끝에 2016년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그 사이 KT에 대한 거래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엔스퍼트는 위탁 취소로 인한 손실과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 상장폐지됐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