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자신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60대 중증 치매환자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형으로 감형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사법부 역사상 처음으로 치매환자에 대해 '치료적 사법' 개념을 적용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0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68)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5년간 보호관찰을 받고, 특별준수사항으로서 법무부 보호관찰관의 감독 하에 치매 전문병원으로 주거제한된 상태에서 치료받을 것을 명했다.
앞서 이 씨는 지난 2018년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은 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범행 후 흉기를 숨긴 점 등을 들어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가 중증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며 처벌보다는 치료를 받는 데 초점을 맞춰 재판과정에서 직권으로 치료 보석을 허가했다. 이 씨는 구속 후 구치소를 찾아온 딸에게 "왜 엄마와 동행하지 않았냐"고 묻는 등 자신의 범행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거를 치매전문병원 등으로 제한해 계속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루는 결정일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내 법원이 치매환자에게 '치료적 사법' 개념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다. 치료적 사법이란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에서 확산 중인 개념으로, 사법을 치료주체로서 기능하게 하는 사법체계 또는 그 체계 내 사법주체의 결정방식을 의미한다.
특히 피고인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두지 않고 '문제의 해결'을 지향해, 무엇이 올바른 처벌인지보다 무엇이 문제해결을 위한 올바른 해결책인지에 초점을 둔다.
앞서 치료감호에 대해 반대했던 검사도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현행 형사제도가 범행을 처벌하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적 감정보다도 국가의 기능과 국민 보호하기 위한 입장에서 중형을 구형할 수밖에 없다"면서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모든 사법절차가 끝나는 게 아니라 치료를 위한 치료적 사법절차가 계속됨을 명심하고 피고인의 가족들도 우리 사회를 위해 피고인이 준수사항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달라"며 "재판부를 대표해 치료적 사법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게 협조해주신 검사와 국선 변호사, 병원 원장님, 가족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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