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의 지표와 기준점 위해 측정 시스템 구축
SK이노·텔레콤·하이닉스, 지난해 사회적 가치 12조 창출
[편집자]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먼저 시작해 널리 알린 '사회적 가치'는 이제 재계는 물론 사회 전체적인 화두가 됐습니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 즉, 이윤보다 더 나은 가치를 챙기겠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입니다. 뉴스핌은 사회적 가치, 그리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기 위한 '더블 보텀 라인(DBL) 전략'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또다른 의문을 갖게 됐다. 사회적 가치를 수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 SK그룹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금액으로 얼마나 될까?
경제적 가치나 기업의 가치는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자산, 투자, 매출, 이익, 고용, 부가가치 등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측정할 수 있다. 반면 사회적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가치가 많다. 때문에 단순하게 수치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 회장과 SK그룹은 사회적 가치의 측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뚜렷한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해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한 곳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5월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그룹] |
◆ 사회적 가치 '돈'으로 측정해 발표
SK는 지난 21일 이같은 고민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서린사옥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설명회' 간담회를 열고 지난 한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결과를 공개한 것.
SK가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SK는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재무제표처럼 매년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KPI에 반영된 사회적 가치 할당 점수는 50점으로 측정 점수가 10점, 사회적 가치확대 전략과제가 30점, 안전·환경·보건 관련 10점 등이다.
◆ 사회적 가치 측정엔 '마이너스'도 존재
이날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원사인 16개 주요 관계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만 우선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000억원 △ 비즈니스 사회성과 마이너스(-) 1조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로는 SK루브리컨츠가 고급 윤활기유 유베이스를 개발해 범용 제품 대비 2% 연비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낸 부분으로 이에 따른 사회적 가치 창출액 1315억원이 포함됐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냈다. 여기에는 앱 내비게이션 'T맵 운전습관' 서비스로 고객들이 보험료를 할인 받은 부분(408억원)과 이를 통한 사고 예방 효과(487억원) 등이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9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 4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각각 측정됐다.
◆ 완성도 '절반'...최태원 회장 "시작이 중요...개선할 것"
이날 발표한 측정 시스템은 미완성이다. 아직 측정 방법을 도입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일례로 각 사별로 측정 산식이 60~70개 정도 밖에 안 된다. 많은 수식을 개발했지만 내외부 토론 결과 떳떳하게 공개할 수 있는 부분만 포함하기로 하면서 절반 이상을 쳐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아직 측정 시스템을 절반 밖에 완성하지 못했다. 모두 완성하기까지는 2~3년 더 걸릴 것"이라며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도 이번 결과에 대한 내부 보고를 받고 "개선에 초점을 맞추라"고 전했다는 전언이다. 최 회장은 "첫 출발이니 앞으로의 개선점에 대해 고민하라"며 "썩 만족스러운 숫자는 아니다. 다만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인 만큼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윤을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같은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현천 SV추진팀 전무는 "사회적 가치 측정은 연구개발(R&D)과 비슷하다. 돈을 못 번다고 R&D를 게을리 하면 지속적인 성장을 보기 어렵다"며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업도 계속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