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테러에 이태원 민간·공공시설물 '속수무책'
"친환경적·심미적 분야와 접목해 거부감 덜어내야"
[서울=뉴스핌] 윤혜원 수습기자 = 10일 찾은 서울 이태원역 인근 골목. 평소 카페와 술집, 음식점들이 즐비해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그래피티도 넘쳐났다. 그래피티는 벽 등을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 지난 6월에는 한 그래피티 활동가가 청계천 베를린장벽에 그림을 그렸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태원 일대에 그려진 그래피티의 대부분은 생소한 문자와 기호, 특정 신체 부위를 묘사한 그림과 욕설 등이었다. 한 옷가게엔 남성의 성기, 한 술집엔 영어 욕설이 버젓이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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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혜원 수습기자 = 이태원로 인근 상점들의 셔터와 벽면에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2018.10.10. hwyoon@newspim.com |
공공시설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안내지도, 음식물쓰레기통, 지상 변압기 등을 가리지 않고 그래피티로 덮여 있었다. 대부분 외설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태원역 3번 출구에 위치한 안내지도는 낙서로 가려져 도무지 내용을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처럼 서울의 대표적 명소로 손꼽히는 이태원 상권이 무분별한 그래피티 활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불법 그래피티 활동을 근절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경찰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허락받지 않은 그래피티는 불법이다. 불법낙서로 간주돼 재물손괴죄와 건조물침입죄 등으로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태원 일대에 불법 그래피티 활동이 횡행하면서 업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민간 건물은 그래피티 피해를 입어도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CCTV를 설치해 피해를 줄일 수는 있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태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32)씨는 “이곳에서 장사하기 전부터 셔터와 벽면에 그래피티가 있었는데 지워도 다시 그리는 탓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며 “대응 방법조차 마땅치 않아 상인들 입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방치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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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혜원 수습기자 = 그래피티로 뒤덮인 이태원로의 공공시설물. 2018.10.10. hwyoon@newspim.com |
비교적 CCTV 등이 많이 설치된 공공시설물은 민간 시설보다 피해가 덜하다. 그래도 관리 부서가 제각각인 탓에 대응이 부실하다. 이 때문에 공공시설물 대상 그래피티 피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보도, 공원 등 각각의 시설물을 관리하는 부서들이 자체적으로 그래피티를 처리한다”며 “낙서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철영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불법으로 그려지고 있는 그래피티 예술을 ‘벽면 녹화’와 같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심미적으로 뛰어난 분야와 접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꽃, 이끼 등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배치하면 시민들의 거부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hw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