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이현경 기자] ‘상남자’가 지고 ‘걸크러쉬’가 대세로 떠올랐다. 가요계, 예능계, 드라마까지 걸크러쉬가 점령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한 스탠딩 개그쇼에서는 "걸크러쉬 오지고요"라는 말까지 유행하는 등 ‘걸크러쉬’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걸크러쉬(girl crush)’는 여자가 여자에게 감탄하거나 흠모하는 감정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여자가 인정한 여자' '여자도 반하게 하는 여자'의 의미로 쓰인다. 이제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걸크러쉬, 그 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퓨리오숙' 김숙부터 '득크러쉬' 신득예…걸크러쉬 전성시대
예능에서 대표적인 걸크러쉬 캐릭터는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윤정수와 가상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 개그우먼 김숙이다. 김숙은 ‘퓨리오숙’ ‘숙크러쉬’ ‘갓숙’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그가 남긴 명언도 어마어마하다.
드라마에서도 걸크러쉬 캐릭터가 주목받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신득예(전인화)는 ‘득크러쉬’로 불린다. 그 진가는 43회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사월(백진희)의 친모라고 밝히는 장면에서 그는 강만후(손창민)에게 한방 제대로 날렸다. 미리 설치해둔 폭발물을 터뜨리는가 하면 늘 자신을 하대하던 강만후를 공사장에서 불러내 벽에 밀치며 위협까지 했다. 마침 벽까지 무너뜨리며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여주인공의 분노를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아래 영상 1분57초부터)
SBS ‘육룡이 나르샤’의 한예리도 만만찮은 걸크러쉬 대표주자다. 공양왕의 여인이자 호위무사인 척사광을 연기하는 한예리는 따뜻한 카리스마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하셔요" "~마셔요" 등 말투는 몹시 여성적이지만 검을 휘두를 때는 사내도 벌벌 떨 만큼 눈빛부터 싹 바뀐다. 단단함과 여성스러운 면이 고루 갖춰진 척사광 캐릭터는 드라마 팬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여기에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에 출연 중인 김혜수 역시 걸크러쉬 면모로 수사물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달 30일 방송한 4회에서 “그러게 남자 있는 곳에 왜 혼자 가냐”며 몰아세우는 박해영(이제훈)에게 “남자, 여자 가릴 거면 수갑 놔야지”라고 맞받아치며 강인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걸크러쉬 열풍, 왜?…심리학적으로는 대리만족 효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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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화와 방송계가 남자판이었다면 2016년에는 확실히 여성의 이야기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걸크러쉬 캐릭터가 대두되면서는 여자주인공에 대한 여성시청자의 호감도는 상승 중이다. 즉, ‘오빠부대’가 걸크러쉬 열풍에 동참한 것이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실 여성이 여성을 인정하는 일은 드물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여자의 기본적인 심리는 비교, 경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감성적인 게 더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같은 여성을 비교의 대상으로 보는 여자가 다른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에 뭘까. 이에 대해 김동철 박사는 “최근 TV 속 여성의 캐릭터가 중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성들은 이들을 여성이 아니라 남성으로 느끼기 때문에 호감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창시절 보이시한 여성이 여자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심리학자들은 걸크러쉬 열풍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로 대리만족 효과를 꼽는다. 김동철 박사는 “걸크러쉬 캐릭터는 여성시청자에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기대효과가 확산되면서 팬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걸크러쉬, 방송에 이어 영화계로 확장될 것…콘텐츠 차별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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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쉬 열풍이 이어지면서 방송·영화계에서는 이를 콘텐츠의 차별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영화제작사 OAL 김윤미 대표는 “여권이 신장됐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콘텐츠에 녹여내는 것은 힘들었다”며 “지난해 영화 ‘차이나타운’이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서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내세우는 것이 안정된 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최근 관객의 니즈가 달라졌다”며 “소비자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캐릭터, 사이다(속이 뻥뚫리는)같은 캐릭터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남성 중심 콘텐츠가 포화상태를 넘은 것 역시 걸크러쉬 열풍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여성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가 활짝 열리면서 새로운 캐릭터와 콘텐츠 차별화 전략으로 걸크러쉬 콘셉트가 각광받고 있다는 거다.
김 대표는 향후 걸크러쉬 콘셉트의 캐릭터 열풍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영화는 관객이 직접 소비하는 콘텐츠이기에 실험적일 수 없다. 그에 반해 드라마나 웹드라마에서 걸크러쉬 캐릭터에 대한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열풍이 좀 더 안착되면 영화 콘텐츠로도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은 콘텐츠 생산과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걸크러쉬 역시 많이 보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