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한은 경제전망]③한은, 물가안정목표 설명 책임
[뉴스핌=김남현 기자] 두바이유가 지난 7일 배럴당 28.22달러까지 추락했다. 11년9개월만에 30달러가 붕괴된 것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브랜트유도 30달러 초반대를 보이며 7년여만에 최저치를 경신중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올해 원유도입단가를 58달러로 예측했다. 원유도입단가는 중동산 80%, 여타 20% 비중으로 기간평균해 산출하는 수치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말 예측한 올해 평균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40달러대 초반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부족과 올해초 이란의 석유생산 개시 등을 고려한 분석이다.
이같은 원유가 하락만으로도 소비자물가(CPI)는 한은 당초 전망치 대비 족히 0.2%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14년 12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모형에 따르면 유가 평균 도입단가가 10% 떨어질때 연간 CPI를 0.2%포인트 낮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자료=체크> |
◆ 담배값 인상효과 소멸 vs 달러/원 상승+기저효과
유가 이외에 물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은 다소 중립적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 담배값 인상효과가 소멸된 점은 물가 하락요인이다.
작년 CPI는 전년동기대비 0.7% 상승에 그쳤었다. 한은 관계자는 “담배값 인상이 작년 CPI를 0.6%포인트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계산하면 지난해 담뱃값 인상이 없었다면 CPI는 0.1% 상승에 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앞선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효과가 담뱃값에만 국한되는지 소득변동 효과에도 나타나는지 등은 분석해봐야 할 문제”라며 “기계적으로 수치를 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효과 소멸이 물가하락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도시가스값 하락 압력도 여전할 전망이다. 도시가스사들은 최근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가스공사에 가격인하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연초에도 도시가스값이 줄줄이 떨어지면서 물가하락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었다. 당시 한은 고위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을 도시가스값 인하로 다 까먹고 있다”며 푸념 섞인 평가를 하기도 했었다.
<자료=한국은행, 통계청> |
달러 강세 분위기와 중국 불안감에 달러/원이 상승하고 있는 점은 물가상승 요인이다. 달러/원은 지난 7일 1200.6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9월8일 1200.90원 이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다만 물가에 대한 파급 시차 측면에서 유가변동이 환율보다 빠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이주열 총재도 지난해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유가보다는 시차가 좀 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연초부터 시내버스와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봉투 가격 등 공공요금이 인상 내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겠다. 이밖에 지난해 물가가 0%대 상승률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기저효과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물가안정목표 설명책임 마지노선 ±0.5%p
올해부터 강화된 물가안정목표의 설명책임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설명책임이 물가안정목표 대비 ±0.5%포인트 초과라는 점이 고려될 것인데다 당장 6개월후 이주열 총재가 어떤 방식으로든 물가안정목표를 달성치 못한 것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도 지난해말 물가안정목표를 발표하면서 올해 달성은 어렵다고 밝혔었다.
이와 관련해 한 금통위원은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은이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설령 총재가 설명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이) 이해해주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료=한국은행> |
한은은 앞서 올해부터 3년간 새롭게 적용되는 물가안정목표를 2%로 제시했었다. 아울러 CPI가 물가안정목표치를 6개월 연속 ±0.5%포인트 초과 이탈할 경우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목표이탈 원인, CPI 전망경로, 목표달성을 위한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등을 설명키로 했다. 이후에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3개월마다 후속 설명키로 한 바 있다.
◆ 15조 돌파한 금융중개지원대출, 실효성 제고의 복심
한은은 물가상승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12월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실적은 15조2983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5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한도가 2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시중에 아직도 5조원을 더 풀 수 있다.
<자료=한국은행> |
한은이 물가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 등을 통한 자금방출, 환율시장 개입을 통한 수입물가 상승 등이 있다. 최후수단(?)으로는 지난해 한은 국정감사에서도 이슈화됐었던 1000원을 1원 등으로 만드는 원화의 리디노미네이션이 있을 수 있다.
반면 한은은 물가상승을 위해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지난해 9월말 현재 1166조원을 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환율시장 개입 역시 국제사회에서 환율조작국으로 낙인 찍힐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리디노미네이션 역시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은 차원에서 결론 내릴수 없는 사안이다.
앞선 금통위원도 “(물가상승을 위한 금리인하는) 가계부채 등 여러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환시장 개입도 미국 등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말 한은이 ‘201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밝힌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적절히 조정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은 주목할 만하다. 한은이 밝힌 통화정책수단의 실효성 제고는 물론 물가를 견인키 위한 복심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