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과 참신 대결...공천 받으면 본선은 걱정 無
[뉴스핌=박현영 기자] 이혜훈과 조윤선 두 전의원이 서울 서초갑에서 맞붙었다. 서울대 출신, 여성,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 등 비슷한 점이 많아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혜훈(52)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통'이다. 정치경력은 서초갑에서 17·18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당 최고위원까지 지냈다. 19대 총선에 불출마, 지역구를 잠시 떠났다 이번에 다시 돌아왔다.
조윤선(50)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시티은행에서 부행장을 지냈다. 정치경력은 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과 여성가족부 장관 등을 역임했고 18대 국회의원에 비례대표로 당선돼 '당정청'을 두루 거쳤다.
두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의 대변인을 맡아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된다. 지금은 청와대와 갈등 끝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후보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은 후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친박'으로 분류된다.
총선의 해 2016년을 이틀 앞둔 29일 두 후보의 대결장인 서초갑의 민심을 들어봤다.
◆이혜훈 "서초도 다선중진 가질 권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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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훈 새누리당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사진=박현영 기자> |
이혜훈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서초구 잠원동 반포쇼핑타운 8동에 위치해 있었다. 상가 위쪽에는 '맡겨보니 확실하다'는 문구와 이 후보의 활짝 웃는 모습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30년 넘게 잠원동을 지키고 있어 시민들에게 익숙한 이 상가와 재선의원으로 유권자에게 익숙한 이 후보가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오전 11시 10분 경 방문했던 이 후보의 사무실 내부는 단출했다. 크기도 그리 넓지 않고 직원들도 두세 명으로 많지 않았다. 조금씩 이야기가 오갔지만 분주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경선까지 시간이 남아서인지 아니면 서초구 재선의원의 자신감인지 이 후보의 선거 사무실은 아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사무실을 나와 거리에 있는 시민들과 얘기를 나눠보려 시도했지만 다들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꽉 여민 것처럼 질문에 입을 꽉 다물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정치 얘기는 안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반포동에 있는 한 건물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는 "주민들이 모여서 조금씩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원래 남들한테 그런 거 잘 얘기 안해준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어렵게 들은 대답에서 재선의원인 이 후보는 시민들에게 낯설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반포3동에 거주한다는 한 여성(60)은 "이혜훈은 오래됐고 익숙하다. 특별하게 뭘 했는지 지금 기억나는 건 없는데 그래도 편안한 느낌이 있다. 서초구 행사에도 많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잠원동 우성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할아버지(89)는 "이혜훈이 오래했고 (지역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다. 다른 후보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잠원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치는 잘 모른다"면서도 "이혜훈이 인사도 왔었다. 연속 2회 국회의원도 하지 않았나.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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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퍼 봉사활동 중인 이혜훈 후보 <사진=이혜훈 경선캠프> |
이 후보 관계자는 "재선의원이라 지지기반이 탄탄하다. 현장에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지지자도 많다"며 "출마 선언 후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하루에도 10개가 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출근길 인사도 하고 작은 모임이라도 지역 주민과 만나는 자리는 꼭 참석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 후보는 지역 주민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연대의 감정을 느끼려 한다. 더 많은 손을 잡고자 최근에는 군용손난로도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회의원 시절 이 후보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59,여)는 "이혜훈이 말은 잘하는데 과연 실천력이 뒷받침 되냐는 의심들이 있다. 처음에는 이미지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점점 희석됐다. 사람들이 실망하는 눈치였다"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후보를 찍겠다고 한 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혜훈 후보는 지난 20일 출마선언문을 통해 "이혜훈만큼 서초를 사랑하고 서초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알고 있다. 당선 다음 날부터 서초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며 "서초가 길러준 이혜훈의 실력에 3선의 힘을 더해 서초와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윤선 "명실상부한 서초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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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선 새누리당 예비후보 선거사무실 <사진=박현영 기자> |
같은 날 오전 11시 40분 경 방문했던 조윤선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건물 외관과 사무실 내부 분위기 모두 이 후보의 사무실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두 후보의 사무실은 도보로 7분 내외의 거리에 위치했다. 조 후보 사무실은 이 후보 사무실보다 근래 지어진 건물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중심상가에 있어 조 후보의 젊고 신선한 이미지와 어울리는 듯 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분주해 보였다. 일부 보좌진은 전화를 하거나 손님을 맞이했고, 또 다른 보좌진들은 신문이나 다른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조 후보는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추운 날씨 탓이었는지 그의 손에는 냉기가 여전했다. 매일 아침마다 출근, 등교길에서 시민들을 만난다는 조 후보의 노력을 그의 차가운 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조 후보 사무실 건물 1층의 경비원은 "조윤선은 항상 먼저 악수도 청하고 인사를 열심히 한다. 지인이나 연세 드신 분들, 부인들 등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잠원동에 거주하는 강자영(43,여)씨는 "조윤선이 장관도 하고, 청와대에서도 더 미는 것 아닌가. 이혜훈은 재선까지 해서 조윤선이 더 새로운 느낌이다"고 말했다.
반포동 래미안 리체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는 "조윤선이 젊고 참신해서 괜찮을거라 기대한다. 박 대통령을 잘 도울 것 같기도 하다"며 "이혜훈는 8년간 2번이나 해서 새로운 사람이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그런데 공천이 문제다. 조윤선을 기대하지만 이혜훈이 공천 받으면 이혜훈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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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시민과 악수하는 조윤선 후보 <사진=조윤선 페이스북> |
방배동에 거주하는 권준기(60,남)씨는 연신 "둘 다 괜찮다. 둘 다 잘할 것"이라면서도 "조윤선이 젊으니까 좀 더 낫나?"라며 웃었다.
'서초의 딸' 조윤선에게 친근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반포동에 거주하는 주민(65,남)은 "조윤선이 낫다"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이어 "조윤선이 여기서 학교도 다니면서 컸다. 세화여고 나왔는데 내 아들은 세화고 나와서 조윤선이 선배다. 이혜훈은 재선의원이고 박사학위도 받고 똑똑한데... 그래도 후배한테, 새로운 사람한테 넘겨주면 좋지 않나. 조윤선이 경선도 총선도 이길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포동에 거주하는 한 여성(28)은 "조윤선은 절대 안 찍을 것 같다. 여성가족부 장관도 했는데 여성인권에 대해 나서질 않는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조 후보는 지난 20일 출마선언문을 통해 "저 조윤선, 명실상부한 서초의 딸"이라며 "그동안 금융, 입법, 행정, 사법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자산을 서초를 위해 남김없이 쏟고자 한다. 저의 이러한 노력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향해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후보가 무조건 1등"
지역구 현장에서도 이 후보와 조 후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했다. 한 중년 부부는 그들 사이에서도 이 후보가 재선의원이니 익숙해서 좋다는 의견과 조 후보가 젊고 신선한 이미지라는 의견으로 갈릴 정도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만 하면 인물도, 공약도 크게 상관없다는 시민들 역시 대다수였다. '서초는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걸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잠원동에서 공인중개사를 20년간 운영해 온 공인중개업자(59,남)은 "이제 시작이라 민심이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당에서 뽑힌 사람이면 지역주민도 이견 없다. 공천 받을 확률이 더 높은 사람한테 기우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는 새누리당 텃밭이니까 (새누리당 후보면) 무조건 된다"고 설명했다.
'후보에게 바라는 점이 있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알아서 잘 산다'는 식의 대답을 하는 시민도 다수였다. 이곳 시민들에게는 서초구민이라는 자부심이 잔뜩 배어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잠원동 주민(55,여)은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후보가 무조건 1등이다. 변화 없다. 어느 후보든 상관없다. 새누리당이면 박근혜가 미는 사람이 후보 되는 것이다. 재력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공약은 관계없다. 다들 알아서 잘 산다"고 답했다.
반포본동의 한 공인중개업자(47,여)는 "딱히 후보에게 바라는 건 없다"며 "이혜훈이 국회의원 시절 잘해서 주민들에게 호감이 있다. 조윤선은 시부모님들이 서초에 사는데 매우 바르신 분들이고 평판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지역이다. 강남, 서초는 그렇지 않나. 서초는 특히 더 하다"며 "사람들이 다 (박근혜) 대통령 욕해도 서초구에서는 욕 안한다. 못해도 잘한다고 하고 잘하면 더 잘한다고 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현영 기자 (young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