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정치권이 농어촌을 돕겠다며 '생색내기'로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 상생기금'이 때 아닌 준(準)조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10년간 1조원이라는 FTA 상생기금 규모만 놓고 보면 FTA로 발생되는 이익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기업에 음으로 양으로 강요해 온 준조세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이번 일을 계기로 증폭됐다.
재계는 일단 FTA 비준이 시급한 상황이라 상생기금 조성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회만 나면 생겨나는 준조세에 신물이 난다는 반응이다. 이에 편법적으로 기업에 짐을 떠넘기는 정부와 정치권의 준조세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정치권, 실속없는 생색내기가 준조세 논란만 키웠다
우선 정치권이 실속없는 'FTA 상생기금'을 만든 것에 대해 재계나 농어민 모두 불만이다.
사실 여야정이 합의한 상생기금 1조원(10년간)은 연간 1000억원 규모로서 재계 입장에서도 FTA로 인한 기대 효과에 비교하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 관세절감액(자유화 최종 달성시)은 연간 54억4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이다. 한미 FTA로 기대되는 9억3000만달러의 6배에 가깝다. 또 제조업 1년차 수출이 13억5000만달러(약 1조5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정부는 "한중 FTA 비준이 늦어지면 하루 40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또 정부 입장에서도 경제성장으로 인한 세수증대가 관세수입 감소분을 제외하고도 연간 2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그래프 참고).
반면 FTA 피해계층을 위한 대책은 이번 추가대책(1조6000억원)을 포함해도 10년간 2조783억원, 연간 2078억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절반 정도는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어서 농어업 지원과는 무관하다.
게다가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상생기금도 기존에 해 오던 사회공헌을 인정해 주고 29%의 세제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그동안 FTA 체결로 인한 농어업계의 누적된 피해를 고려할 때 우리 사회가 함께 공존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라며 "무역이익공유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재계가 자발적인 기금 조성을 통해 농어촌의 어려움을 지원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편법적인 준조세 부작용 커…법인세 손질로 투명성 높여야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각종 기금이나 출연금 등은 사실상 준조세로서 기업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부담으로 쌓인다는 게 문제다.
현 정부 들어 조성된 기부금이나 출연금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가입자로 나선 '청년희망펀드'에 10여개 대기업들이 1000억원 가량을 기부했다. 전국에 설치된 창조혁신센터에도 15개 기업이 수백억원을 들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주요 기업들이 약 500억원을 출연했고, 한류를 전 세계로 확산하겠다며 설립된 재단법인 '미르'에도 16개 기업이 486억원을 출연했다(표 참고).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이러다 올바른 역사펀드도 만들어지고, 기업들이 후원을 해야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박근혜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어 준조세를 늘리면서 기업이 '울며 겨자먹기'로 낸 기부금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지난 정부에서 연간 4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기부금은 2013년 4조7000억원, 2014년 4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법인소득 대비 기부금 비율도 지난 정부 1.5% 수준에서 지난해 2% 가까이로 올라갔다(아래 그래프 참고).
재계에서는 기부금이 늘어나는 것 자체보다도 정부가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강제하는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자발적인 상생기금이라고 하면서 여야정이 목표치를 정하고 합의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기부금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하도록 정부가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불투명한 준조세는 기업을 옥죄고 부작용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준조세를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준조세가 많으면 그만큼 음성화되고 정경유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FTA로 인해 혜택을 보는 곳(기업)에서 세금을 걷어 피해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면서 "정부가 투명한 조세정책을 통해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준조세를 늘리는 정책은 질이 낮은 정책"이라면서 "준조세 확대로 인해 음성화되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조세정책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