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최근 수조원대 손실을 뒤늦게 반영한 대우조선해양이 고재호 전 사장 재임 말년인 지난해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 회피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IR 자료’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에는 회사와 관련된 최근 뉴스, 해외업계 동향, 수주 관련 통계, 주가 동향, 업황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담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분기 단위로 발표되는 실적공시보다 빠르게 회사의 상황을 접할 수 있는 자료다.
빅3는 자료에 투자 유의 문구(Disclamer)를 넣고 있다. 실제 경영성과는 다를 수 있으니 신중히 판단하라는 취지다. 단, 대우조선해양만은 책임 회피를 추가로 명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사, 계열사 및 각 임직원 기타 관계자들은 본 자료 및 그에 포함된 정보, 추정 및 전망의 적정성, 정확성, 완전성, 신뢰성에 관해 어떠한 진술 및 보증도 제공하지 않고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예측정보는 이미 알려진 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험과 불명확성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실제 결과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향후 전망은 시장환경의 변화와 전략수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양지하라”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회사의 실제 미래실적은 예측정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포함된 내용과 중대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측정보 작성시점 이후에 발생하는 위험 또는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위해 예측정보에 기재한 사항을 수정 게재할 의무는 없다”는 표현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면피성 표현을 IR 자료에 넣기 시작한 것은 고재호 전 사장 재임 마지막 년도인 지난해 3월부터다. 이전 작성된 자료엔 투자 유의 문구가 전혀 없었으나 갑자기 등장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이전부터 투자 유의 문구를 시용해 왔다. 대우조선은 당시 내부적으로 법무 리스크에 대한 검토를 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하면서 수년간의 부실을 뒤늦게 반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실은 남상태 전 사장 재임 시절인 2011년부터 누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곧, 대우조선해양은 남 전 사장 시절 투자자들에게 위험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다가 고 전 사장 시절에는 뒤늦게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정성립 사장이 취임한 현재까지도 해당 문구는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은 부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잘못된 정보로 투자 손실을 입었다며 지난달 말부터 변호사 면담 등 집단소송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주주들은 회사 민원게시판에 “대규모 수주했다 그래서 들어왔고(주식을 샀고) 믿고 기다렸는데 손실액만 2000만원”, “주주들 속여서 피해준 대우조선해양은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필요할 듯” 등의 항의성 글도 올리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IR 자료에 Disclamer가 생겼는지도 몰랐다"며 "읽어보니 삼성이나 현대보다는 좀 더 발을 빼는 뉘앙스가 느껴지며 이는 자료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업 IR 담당자는 “잠정실적 등을 발표할 때 변동 가능성에 대해 고지를 하는 게 법적으로 맞다”면서도 “표현은 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추정치이므로 바뀔 수 있다는 정도면 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사가 다양하고 많은 내용을 회사측이 제공해주는 것이 이런 저런 피해를 걱정해 IR을 접는 것보다는 낫지만 (해당 문구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투자 유의 문구를 넣기 시작한 시점, 경영진이 누적된 부실을 인지했다면 분식회계의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실을 인지한 시점에 즉시 반영한다는 회계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대우조선의 회계 실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리를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