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포트폴리오내 '필수종목'이던 삼성전자가 어느 순간부터 '선택종목' 이 돼 버렸다. 지난 3월 150만원대를 터치한 이후 4개월 가깝게 박스권 흐름을 뚫지 못하면서 펀드 매니저들이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제외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를 덜어내는 '결단'을 한 펀드들의 수익률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전자를 들고 있는 펀드 매니저들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2013년 설정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최근 6개월과 1년 수익률이 각각 30.67%, 43.32%(2일 제로인 기준) 수준에 달하지만 삼성전자의 주식을 단 1주도 담고 있지 않다. 지난 3월 출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대신UBP아시아컨슈머 펀드도 삼성전자를 전혀 담지 않고 설정 이후 22.56%의 수익률을 달성 중이다.
최근 1년 수익률(44.62%)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프랭클린지속성장펀드 역시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를 포트폴리오에서 과감히 제외시킨 후 상승장에서 훨훨 날아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각각 17.82%, 7.75%씩 담고 있는 KB삼성&현대차그룹플러스펀드의 경우 장단기 수익률에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2012년 7월 설정 이후 20% 가까운 손실을 안고 있다.
한 대형주 펀드 매니저는 "삼성전자 편입 비중에 따라 펀드들의 실적이 갈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완전히 가치주의 영역에 빠져버리면서 수익률의 발목을 잡는 종목이 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돌아서버린 펀드 매니저들의 관심을 되돌릴 만한 재료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오는 7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이 역시도 이렇다 할 반전을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가장 저평가돼 있는 글로벌 IT기업"인 삼성전자가 시장의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2분기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삼성전자의 주식을 추가 매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시장의 컨센서스를 만족시키는 수준이 되겠지만 부문별로는 반도체 사업부가 양호한 수준을 보이는 반면 모바일 사업 부문이 예상보다 부진한 '갤럭시S6' 판매 성적 영향으로 저조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 펀드매니저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는 이유
펀드 매니저들이 삼성전자 주식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먼저 최근 2,3년간 빛나는 실적을 이끌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정체기를 보이고 있는 데다가 중국 저가 휴대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낮다는 점이다.
A 자산운용사 사장은 "미국이 일본에게 제조업 시장을 빼앗겼듯이 우리 역시 중국에 뺏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흐름"이라며 "소품종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큰 이익을 내는 시대는 이제 쉽지 않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기업도 굴곡과 변화가 있기 마련인데 삼성전자에게 지금은 중국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맞이하게 된 어려운 사이클"이라고 했다.
실제 창업한지 5년에 불과한 샤오미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업체로 중국에서부터 삼성의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지 시작했다.
더욱이 샤오미의 이같은 공격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인도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샤오미의 야망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고 삼성과 애플의 뒤를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실제 올해 새롭게 선보인 갤럭시S6의 판매량은 연간 4500만대 전후에 그칠 것으로 보여 예상치인 5000만대 돌파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B 투자자문사 대표는 "휴대폰 시장에서 이미 큰 사이클이 꺾였다"며 "기술이 도입되던 초기처럼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하는 것은 1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데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반격이 빨라진 것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를 둔화시키는 데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지배구조 이슈도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지하고 있지만 다음 지배구조 단계에 삼성전자가 오르내리고 있어 주가에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C 투자자문사 대표는 "지배구조상 삼성물산의 주가가 오르지 않다가 합병 논의가 시작됐듯이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해서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될 것은 없다"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대주주 이해관계에 반하는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뛰어 넘을 만큼 실적이 좋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 주가를 부진하게 이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D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도 "지배구조 이슈는 삼성전자의 주가를 막고 있는 재료"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전자가 다음 단계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무도 이런 상황에 불확실성을 안고 가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장의 흐름 자체가 삼성전자와 맞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E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은 "현재 시장에서 상승하는 종목들은 실적이 아닌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성장성을 보이지 않는 기업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적이 나쁘지 않고 돈을 잘 버는 회사들조차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비싼 주식이라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면 계속해서 달리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삼성전자가 올라타기 어려운 장세"라고 말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7조원 수준이다. 지난달 초반 까지만 해도 7조원대 중반 수준을 예상했었지만 IM사업부문의 부진이 예상되면서 증권가의 눈높이는 더 낮아지고 있다.
이날 HMC투자증권의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 대비 각각 3.5%, 4.3% 하향한 51조7000억원과 6조8000억원으로 변경한다"면서 "스마트폰, TV, PC, 태블릿 PC 등 연간 수요 기준으로 2억대를 상회하는 주요 IT완제품의 수요 부진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은 향후 실적의 방향성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