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피해자 보상 협상이 18일 오후 재개됐다. 이전 실무자 간 대화에서 이번부터는 본격적인 '조정'의 형식으로 협상이 진행된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세 협상주체 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조정안 도출 여정이 첫 출발선에 선 셈이다.
하지만 앞날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 만은 않는다. 서로 간의 요구사항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조정안이 나오기까지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모를 일이다.
이날 조정의 협상 테이블은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의 합의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변호사)에 반올림이 참여를 결정하면서 전격적으로 마련됐다.
협상은 서로의 양보와 이해가 바탕에 깔려야 만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조정의 형식도 이런 기본 이해가 바탕이다.
사실 협상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정위 테이블이 마련된 것은 삼성전자의 진정성있는 '양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생각은 첫 사과문 발표 때와 현재 달라진 것이 없다.
조속한 협상 타결로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보낸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서 삼성전자는 열린 자세로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 협상주체로 나선 반올림의 내부 분열 등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도 삼성전자는 '양보'라는 끈을 놓지 않았다.
실제 시민단체 성격의 반올림을 협상주체로 인정했던 것부터 삼성전자로서는 양보와 이해의 전향적 입장이었다.
삼성전자는 이후에도 반올림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 협상이 벽에 부딪칠 때마다 철저하게 피해자의 시선으로 봐라보며 협상 의지를 유지했다.
반올림이 요구했던 산재 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 문제도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정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큰 양보를 했다. 노동인권운동 전력이 있는 조정위원들이 구성됐기 때문이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사가 불리해지고 손해를 보더라도 이번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결국 이를 수용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어렵게 마련된 이번 협상 테이블을 깨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뢰를 보낸 것이다.
가족대책위와 반올림도 이런 맥락에서 양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조정위에 임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회사의 경영간섭 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일련의 무리한 요구사항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만 낳을 수 있다.
조정위의 역할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성공적인 조정안이 마련되려면 무엇보다 조정위의 중립성 유지가 선행되야 한다.
삼성전자가 노동운동 전력의 조정위원 구성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민했던 그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협상 테이블은 언제든 다시 깨질 수도 있다.
반대로 조정위원들이 진보와 보수의 정치이념과 같은 인식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이를 협상주체들에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적용한다면 대타협은 빠른 시간 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 직업병 협상은 단순히 사기업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이번 조정협상에서 어떤 결과물이 도출되느냐에 따라 유사업종은 물론 각종 직업현장의 직업병 보상 선례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이날 조정위에서 삼성전자, 가족대책위, 반올림 등 세 협상주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71일 만이다. 상견례의 성격이기는 하지만 이날의 첫 조정위를 시작으로 조속히 이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찾아지길 기대한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