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무산 가능성에 잠룡들 수면 위로
[뉴스핌=한기진 기자] 무혈입성할 듯했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연임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원래는 차기 행장의 임기는 채 1년도 안될 것으로 예상돼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 행장의 연임이 유력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민영화가 이번에도 무산될 것으로 보이면서 임기 3년이 보장된 은행장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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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우리은행장(왼쪽)과 이광구 부행장 |
행추위가 구성된 시기는 지난 11월 12일로, 15일이나 지나서 첫 회의를 연 것으로 통상의 행추위 움직임 속도와 크게 늦다.
이 현 행장이 경합했던 지난 2011년, 당시 행추위는 2월 18일 구성되자마자, 모든 일정을 확정하고 곧바로 선임절차를 개시했다. 다음 날부터 공개모집을 거쳐 일주일 만에 후보자를 접수했다. 한 달 만에 서류심사와 면접 절차를 모두 끝내고 행장이 선임됐다. 이 행장이 2013년 5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은행장을 겸직해 당시 우리은행장 행추위는 열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행추위가 구성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회의가 열렸고, 후보를 공개모집도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행추위가 민영화 일정을 고려해 보폭을 조정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민영화 성공 여부에 따라 차기 행장 자리에 대한 우리은행 안팎의 관심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게다가 우리은행장 후보 잠룡(潛龍)들이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은행 모 임원은 “이번 주 초까지 정부에서 우리은행장 후보에 대해 검증했고, 결과가 나오자 행추위가 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8일 우리은행 지분매각 예비입찰에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교보생명이 결국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우리은행장 선임전은 뒤늦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행장에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이광구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이 꼽힌다. 그는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최근 금융권에서 주목받는 '서금회(서강대학교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 멤버로 분류된다.
최근 선임된 홍성국 KDB대우증권 신임 사장을 비롯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 정부 입김 하에 있는 금융기관의 CEO가 됐다.
서금회의 영향력도 있지만, 이 행장의 연임시도가 어떻게 비칠지도 관건이다. 역대 우리은행장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이는 없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