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보았다. 환영은 도처에 있었다.
실컷 들었다. 도시의 뜬소문들. 저녁이나 태양 아래서나, 언제나.
실컷 겪었다. 생의 정거장들. -오 뜬소문과 환영들!
새로운 소음과 애정 속으로 출발!
이런 시를 남기고, 축약의 한판 인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충동과 격동 속으로 기꺼이 몸을 던진 사나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질러가버린 견자(見者)
시인은 ‘모든 감각’에 걸친 오래되고 엄청나며 이론적으로 규명된 ‘교란’을 통해 ‘견자’가 됩니다. 사랑, 고통, 광기의 모든 형태, 자신 속에 내재하는 모든 독소를 걸러내어 오직 그 정수만을 간직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모든 신앙, 모든 초인적 힘을 필요로 하는 엄청난 고문 속에서 모든 사람들 가운데 위대한 환자, 위대한 범죄자, 저주 받은 위대한 인간이었던 시인이 지고지순한 현자가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지’에 가 닿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다른 무엇보다도 비옥한 자신의 영혼을 가꿔 왔기 때문입니다. 그가 미지에 도달해서, 미칠 지경이 되어 마침내 자신이 투시하는 지성을 잃어버리게 되더라도, 그는 자신의 투시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본 것입니다. 놀라서 펄쩍 뛰어오르면서, 너무도 놀랍고, 이름도 붙일 수 없는 그 세계에 의해 지쳐 쓰러질 때 다른 놀라운 노동자들이 올 것이며,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쓰러진 그 지평선에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너무 좋아서 외다시피 한 문장. 랭보가 폴 드므니인가 뭔가 하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
아니다. 그렇지 않다. 난 랭보도 아니고 보들레르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난 시인조차 아니다. 난 잘못 살았다.
아니다. 난 나다. 난 그냥 나이다.
밤새도록 미친 듯이 떠돌아다니다가 바라본 새벽 하늘. 어슴푸레한 빛과 풋풋한 공기. 정갈한 내음. 찬 이슬에 젖고 피곤과 술에 절어 휘청거리며 걸어가는데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휴게텔. 왠지 그 간판이 마음을 끌었다. 삼층 계단을 걸어 올라 문을 열었다.
종업원이 안내한대로 걸어가자 혼자 누워 자기에 딱 맞는 공간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누웠다. 마치 내 벽장 서랍 속의 은밀한 공간 같다는 생각이 문을 닫으며 들었다. 외부의 관계 일체를 차단하고 적막 속에 고요히 잠들 수 있는. 요람이며 무덤인. 아늑하고 따스한. 그 편안한 서랍 속에 들어가, 오랜 고단한 습작을 품고 있는 노트처럼 반듯하게 누워, 잠에 떨어졌다.
짧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 회사로 출근했다. 밍기적거리며 조금 시간을 때우다가 영업을 핑계 삼아, 밖으로 나왔다. 방향 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인천 행 지하철에 올라탔다. 지하철 안에서 가방에 넣어온 휴대용 카세트에 타이타닉 CD를 꽂았다. 눈을 감은채 또 들었다......작약도를 순항하는 배에 올라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