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부 미완의 과제, 후세대에게 숙제로 남기다
- 온정주의와 편 가르기 행태가 확산되다 2
한편, 또 하나의 부정적인 유산인 파벌주의의 실상과 폐해는 무엇일까?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줄 잘서!’, ‘줄 잘못서면 인생 망쳐!’, ‘인생은 줄이다. 능력 있으면 뭐해 줄을 잘 서야지! 까짓것 능력 그거 아무 소용없어!’ 등의 자조 섞인 말을 자주 들으면서 살고 있다. 모두가 연줄의 중요성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리고 패거리문화와 파벌주의를 개탄하는 뜻에서 생겨난 이야기들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진짜 현실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다는데 비극이 있다.
더욱이 이 파벌주의는 어느 특정분야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치권을 보더라도 지금도 여전히 지방색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은 동서분할구도 속에서 영남당과 호남당이 고착화되었다. 지역 간의 갈등과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이 지방색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우리시대 가장 큰 병폐의 하나이다.
지연 못지않게 학벌도 주요한 패거리요인의 하나이다.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그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력위조사건도 발생하고, 돈을 받고 학위논문을 대신 작성해주는 전문업소가 적발되어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내려진 이 파벌주의 유산이 남긴 폐해는 무엇일까? 우선 국가의 분열을 조장하여 상생과 공존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파벌주의의 특징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끼리끼리 뭉친 뒤, 자신들 밖의 집단에 대해서는 이를 배척거부하고 소외시키는 이기주의 풍조를 보인다. 다시 말해 분열주의를 조장하게 된다. 그 결과 중추 세력집단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천덕꾸러기가 되고 따돌림을 받게 된다.
다음으로는 인사의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는 점이다. 인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더 많은 안면과 좋은 학연· 지연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인사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면 누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여 일하겠는가? 그리고 비리문제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는 이 잘못된 온정주의와 파벌주의 유산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폐해로 인해 우리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도 그러하며 또 ‘세월호 참사’도 따지고 보면 모두 이 잘못된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런 좋지 않은 유산을 한시바삐 타파해나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안현수 선수가 연이어 나타날 것이고,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장담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온정주의와 파벌주의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구성원 전체의 의식개혁이 중요하다. 물론 사회지도층에서 솔선수범 해야겠지만, 이는 결코 어느 특정세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 모두 온정주의 대신 ‘합리주의’를, 개인이익 중심의 패거리 파벌문화 대신 공공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 문화’를 지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