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죽으면 몸은 그냥 쓰러진다. 우리나라를 사람의 몸으로 본다면 나는 증권시장이라는 좌뇌에 이어 우뇌 안에 들어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다. 그 우뇌 역시 내가 목격해온 좌뇌처럼 죽어가고 있었다. 진짜 아찔한 기분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몸뚱어리가 금방이라도 덜컥 쓰러질 것만 같았다.
“몇 시간 내로 달러가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 은행도 무너질지 몰라요”
L은행의 국제금융팀장은 내뱉듯이 말을 하며 초조하게 딜링 룸으로 사라져갔다.
공황
1.
돈이 각설탕처럼 부서진다
집집의 창들이 파충류 눈빛을 닮아가고
아이들은 겨울옷을 갈아입지 않는다
사랑은 연체료를 내야 간신히 유지되고
눈 내리는 거리, 아무도 웃지 않는다
물기 잃은 목소리들은 허공에 꺽꺽 외마디를 지르고
서두르는 구둣발은 언 보도 블럭에
새 발톱을 찍는다
2.
공황엔 사람 냄새가 난다
비누, 화장품 냄새,
거품과 함께 하수구로 빠져들고
샌드페이퍼로 문질러진 언어,
베니어판처럼 매끌매끌한 표정들
빗물에 씻겨 떠내려간다
불안과 공포로 또렷해진 눈빛들,
씻겨진 사물의
기침 쿨럭이는 안쪽을 본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커피숍에서 최영호와 만난 후로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긴 했다. 하지만 방황을 끝낸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또다른 전쟁의 시작이었다.
나로 인한 상심의 병, 아니 어쩌면 그 이상, 나라는 존재가 계기가 되어 부닥치게 된 원인 모를 병, 그 병이 워낙 깊어, 집으로 돌아온 것은 의지의 발걸음이지 마음의 발길은 아닌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