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부 새로운 시작, 행복한 남은 삶을 위하여
-취미생활은 여유이다 2
그랜드캐년! 도도한 콜로라도 강의 물결이 수많은 세월에 걸쳐 대지를 침식하여 만든 대자연의 걸작품, 말할 수 없이 웅장한 규모와 태고의 빛이 감도는 듯한 신비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그 장엄함을 느끼기 위해 나는 여기를 세 번 찾았다.
미국의 뉴멕시코 주에 위치한 화이트샌즈 국립공원(White Sands National Monument)은 찾는 사람이 드물어 적막하기조차 한 모래언덕이다. 멀리 파란 하늘위에 걸쳐있는 흰 구름과 끝없이 펼쳐진 하얀 모래밭이 하나의 선으로 만나는 곳. 언뜻 보기에는 흰 눈밭 같아 보인다. 그 하얀 모래를 한 움큼 들고 왔다
나는 스위스에서 3년 동안 살면서 유럽의 이곳저곳을 다녀보았다. 우선, 알프스의 비경을 자랑하는 스위스 융프라우지역은 수십 차례 찾아 하이킹을 즐겼는데, 철마다 때마다 그 맛이 달랐다. 봄이면 이름 모를 각종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여름이면 방목되어있는 소떼들의 방울소리가 정감을 더해준다. 또 목동이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언덕배기에 흩어져있는 촌락들의 모습에서 적막함이 감도는데, 그 적막감 자체가 좋았다. 그리고 겨울이 찾아들면 알프스는 아름다운 순백으로 변하고, 밀려드는 스키어들로 활기가 넘치게 된다. 또 이곳 융프라우의 중심도시 인터라켄은 예쁜 그림엽서 그 자체이다.
프랑스에서는 인상파화가들에게 영감을 일깨워준 옹플뢰르 마을과 에트르타 절벽이 인상적이다. 옹플뢰르는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센강 하구에 있는 항구도시다. 자그마한 늪과 같은 모습의 포구에는 요트와 범선들이 한가로이 떠있고 그 위로 갈매기 떼들이 유유히 날아다닌다. 그리고 포구 한 모퉁이에는 성당모습의 돌담 집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만 같이 허술해 보이면서도 포구의 전체구도를 살리고 있었다.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은 다투어 이 아름답고 세련된 풍광을 한 폭의 캔버스에 담아냈다.
에트르타는 해안선에 인접해 우뚝 서있는 바위절벽이 완전히 우리를 압도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오랜 세월동안 침식과 융기를 한 결과 지금은 높이가 100미터나 되는 바위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풍화 작용을 받아 아치모양을 한 바위산이 그 옆에 나란히 붙어있어 경관이 더욱 빼어나 다. 이 높고도 장대한 바위절벽 위로 갈매기 떼들이 유유히 떠가고 있다. 그 바위산 위에 골프장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 정상에 위치한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보는 피렌체 시가지는 그야말로 꽃의 도시이다. 두오모 성당의 웅대한 도움과 베키오궁전의 종탑,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붉은 지붕의 물결로 이루어진 스카이라인의 아름다움은 형언키 어려운 환상 그 자체이다. 그 모습을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와 ‘전망 좋은 방’은 잘 표현하였다. 또 단테와 베아트리체사이에 운명의 만남이 있었던 베키오 다리도 피렌체의 감동을 더해준다.
독일에서는 낭만과 서정이 넘치는 로맨틱가도, 그중에서도 중세의 분위기가 온전히 보전되어있는 로텐부르크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이곳은 한마디로 동화속의 마을이다. 차를 타고 들어서기가 미안할 정도로 아름다운 성문을 지나 성안으로 들어서면 거리양옆으로 촘촘히 들어서있는 중세풍의 건축물들은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예쁘다. 마치 어린왕자가 타임캡슐을 타고 다른 우주에 불시착한 느낌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숲속에는 수많은 호이리게들이 모여 있는데, 이들은 제각기 자기 집만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호이리게’란 그해 수확한 포도로 집접 담근 포도주를 파는 일종의 선술집을 말한다. 고색창연하면서도 마당이 넓은 소박한 가정집 같기도 한 이 낭만의 장소에 어둠이 깔리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밤늦도록 담소를 나눈다. 간혹 악사들이 여흥을 돋우기도 한다. 그리고 점차 비엔나 숲의 밤도 깊어간다.
스페인의 코르도바에는 이슬람과 기독교문화가 공존하는데, 여기에 애절한 댄스 플라멩고가 있어 더욱 풍미가 넘친다. 아랍인들은 스페인에서 완전히 축출되던 해인 1492년까지 약 700여 년 동안, 이 땅을 지배했다. 코르도바는 오랜 기간 이슬람세력의 중심지역할을 해 왔다. 그러기에 이슬람문화가 찬란하게 꽃피웠던 곳이다. 물론 그 동안 이곳을 재탈환하기 위한 가톨릭세력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아 이들 두 종교 세력 간의 공방이 무수히 이루어졌다. 가톨릭세력이 이곳을 탈환한 이후에는,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이슬람 사원보다도 좀 더 높고 화려한 성당을 바로 곁에 세워놓았다. 그러나 이슬람사원을 완전히 훼손시키지는 않았다. 이것이 바로 메스키타 (Mezquita) 성당 겸 사원이다. 그래서 지금도 코르도바에는 이슬람문화와 기독교문화가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
여행은 스토리가 있는 테마 여행도 좋지만, 그냥 즐기는 여행도 정신건강을 위해 좋다. 또 아련한 옛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게 되면 체력이 딸려 해외여행은 힘들게 되기에,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장거리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