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닿을 수 없는 섬 1 - 이혼과 선택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이런 장구한 편지 공세를 받는 아내의 태도는 늘 일정했다. 쓱 훑어보고 검은 핸드백에 쑤셔 넣고는 그만이다. 그리고는 총총히 외출을 하거나 진주를 향해 액셀레이터를 밟곤 했다.

아내가 며칠 만에 돌아올 때마다 집은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더 어질러 있었다. 아이들이 놀던 레고와 인형들. 가위질한 색종이. 여기저기 벗어던진 옷가지. 내가 읽다가 아무데나 놓아둔 책들. 비우지 않은 휴지통. 씻지 않은 식기들이 수북히 쌓인 싱크대....

"내가 원하는 건 사랑의 구체성이라고 했잖아!”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절망 어린 눈빛으로 바뀌는 아내가 힘없이 내뱉는 말이었다. 그리고는 외투도 벗지 않은채 집 구석구석을 병실 청소하듯 치워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주식과 외환시장이 하도 불안해 몇 년 전 멕시코 사태와 비교해 보려고 책장 문을 연 순간이었다. 멕시코 외환 위기의 진행 과정, 당시의 국제금융시장 동향, 해외 자본의 급격한 철수, 멕시코 페소화의 폭락, 주식시장 침체, 사회적 여파 및 서민생활의 실상, 위기 후의 추이 등이 수록된 책자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책장 한구석에 두툼한 박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동안 무수한 밤을 잠 못 이루며 써서 바친 편지와 시들, 그것들이 안에 뒤죽박죽으로 쌓여 있었다. 순서도 엉망이었고, 위아래, 앞뒤 구분 없이 마구 섞여 있었다. 봉투에 넣어준 것들은 뜯지도 않은 채였다. 어지러웠다. 허한 가슴에, 짜르르 통증의 전류가 흘렀다. 매사에 깔끔하고 정리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아내의 성격상 처음 목격한 예외였다.

박스 옆으로는 최근 아내가 사 모은 듯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혼과 선택>, <꿈꾸는 죽음>, <가볍게 살고 싶다>, <이혼이 두렵지 않다>... <이혼과 선택>을 펼쳐 보았다. 여러번 읽은 듯 지질이 부드러웠고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은 문장들도 있었다.

게다가 책들은, 굳이 감출 필요 없다는 듯,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찾기 어렵지 않은 곳에 꽂혀 있었다. 평소 아내의 행동답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도대체 마음이 어디 가 있는 것일까. 인사동 찻집 밖 거리에서 내 소매를 끌은 것은 무엇인가. 가슴이 패여나가는 것 같았다. 사십여 일 전의 악몽으로부터 일 밀리도 나아진 것이 없단 말인가. 아내의 책들을 눈에 짚히는 대로 뽑아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당사자 쌍방의 협의, 가정법원의 확인, 신고만 있으면 이혼은 성립되고 특별한 원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협의상 이혼, 민법 제834, 836조. 호적법 제79조)”

“일방의 의사로써 강제로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법정의 원인을 이유로 하여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심판을 얻어야 하며 이에 관해서는 조정이 선행된다(재판상 이혼, 가사소송법 제2조 1항 및 제 50조. 민법 제 840~842조. 호적법 제81조)”

“한국 이혼율 50% 육박. 가족 해체,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 성 해방. 성과 권력에 대한 풍부하고 다양한 담론들. 페미니스트들의 주장들. 문명의 위기에 관한 글들. 의사소통, 상호신뢰, 경제난, 욕망, 혼돈, 다원화 시대....”

여기저기서 따온 경구들.
“이 세상에는 사랑에 대한 단 하나의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오쇼 라즈니쉬)”
“고독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때로 그 고독에 눌려죽기도 한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검찰 수사권, 72년만에 막 내려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간 이어졌던 검사의 수사권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34차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형소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심의·의결했다. 이를 포함해 25건의 법률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권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만 갖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3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6.08.04 [사진=KTV] ◆중대한 위법수사·소추재량권 현저 일탈 '공소기각'  보완수사를 요구 받은 경찰은 요구받은 날로부터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알려야 한다. 수사 기간은 필요에 따라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해야 한다.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추가했다.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이나 피해자, 고발인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추가했다. 이같은 내용의 개정 형소법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는 10월 2일에 맞춰 함께 시행된다. 이 대통령은 그간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예외적으로 존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충분한 숙의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당·정·청 불화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으로 번지자 논의를 당에 맡겼다.  이후 민주당이 당론으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의결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함에 따라 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없이 개정 형소법을 원안 그대로 심의·의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3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6.08.04 [사진=KTV] ◆집권 여당 민주당 8·17 전당대회 진행 중 전격 처리  특히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강경 지지층 사이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목소리가 컸다.  이에 따라 친명(친이재명) 김민석 당대표 후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이날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법안 심의 전 모두발언에서 "이 법률안이 위헌과 집행 불능, 국익 위배, 행정부 고유권한 침해 등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라고 하는 게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되거나 헌정 질서에 위반된다고 해야 상대의 권한과 권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회 의견"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거부권 행사 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9회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국민참정권 침해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안(선관위 특검법)도 의결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롯한 선거관리 부실 의혹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이다. 특별검사는 국민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된다. 특검팀은 모두 165명 안팎 규모로 꾸려지며 준비 기간을 포함해 최장 170일간 활동할 수 있다. pcjay@newspim.com 2026-08-04 14:21
사진
서울 첫 폭염중대경보 [서울=뉴스핌] 유재선 기자 = 서울 전역에 사상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는 등 극심한 폭염이 수도권과 전라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상청은 4일 오전 11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했다. 서울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스핌] 장동규 기자 =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4일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앞 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08.04 jk31@newspim.com 경기(고양·안성·파주남부·용인동북부·용인서북부·여주동남부·여주서부·오산·하남), 전북 전주, 전남(장성·곡성북부·곡성남부·순천·보성·여수·광양), 광주(광주동부) 등 수도권과 전라권 곳곳에도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폭염중대경보는 올해 신설된 폭염특보의 최상위 단계다. 일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관측된 지역에서 하루라도 최고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발표된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폭염중대경보 발효지역 일최고기온은 ▲가남(여주) 37.9도 ▲기흥구갈(용인) 37.5도 ▲금천(서울) 37.3도 ▲서운(안성) 37.3도 ▲광명노온 37.1도 등이다. 전라권에서도 ▲완산(전주) 37.9도 ▲조선대 38.3 ▲광양읍 38.0 ▲황전(순천) 37.7 ▲석곡(곡성) 37.3 ▲여수공항 37.1 ▲광주 36.7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기상청은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필수 업무 외 모든 야외활동 즉시 중단을 권고하고 있다. 또 무더위쉼터와 그늘 등 시원한 곳으로 즉시 이동하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라고 권하고 있다. jason14@newspim.com 2026-08-04 13:49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