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나하나 고칠 것이네
내 하는 일 중에
맨 처음 자리에 당신을 앉히고
일을 시작하겠네
새벽에 일어나
해보다 당신 얼굴 먼저 바라보고
하루를 시작하겠네
빛나는 여명을 하얀 손수건으로 싸서
은은한 빛깔 도는 공기의 즙을
그대와 나눠 마시겠네
최영호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또다시 온 것은 퇴근하고 돌아온 초저녁이었다. 아내는 집에없었고 아이들은 옆집에 놀러가, 불도 켜지 않은채 적요한 실내에 누워 있을 때였다. 목소리가 사뭇 떨리면서 저번보다 훨씬 강한 냉기가 흘렀다.
“아내를 믿으세요?”
“네에?”
“믿지 마세요, 잘못 보셨어요”
얼음물이 확 끼얹어지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평정을 잡아가는 마음이 또다시 지각변동처럼 뿌리 채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애써 믿고 있는 것, 바로 그것에 의해 나자신이 속고 있는 것같은 강한 회의감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진실은 저쪽에 있는지 모른다. 그녀는 말을 급하게 이어갔다.
“남편이 굉장히 흔들리고 있어요.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
“끝장을 보려는 가봐요. 말도 노골적으로 막해요.”
이혼 위자료까지 거론된다고 했다. 사실 최영호는 내 집에 들이닥치기 몇 달 전에 이미, 내 아내의 뒤늦은 고백을 빌면, 자기 처와 이혼하겠다고 현주에게 말했다 한다. 그러면서 현주와 같이 살자고. 그때의 결심을 현실 속에 까놓고 밀어붙히는 모양이었다. 현주를 위해서라면 자기 눈이 멀기를 바랄, 심지어는 자기 눈을 스스로 찌를 수 있을 정도의 그를 생각할 때 그 집의 상황 전개는 안봐도 보이는 듯했다.
하루 아침에 황당하게 당했을 그의 아내도 갈라서든 소송을 걸든 남편에 대해 맞불을 지를 태세였다. 가장 우려하던 일이 당장이라도 벌어질 판국이었다. 저 집의 사태는 즉각 우리 집으로 감염될 것이다. 마지막 걸림돌에서 자유로와지면 최영호, 그가 내 아내와 우리 집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해 올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거리가 멀리 떨어진 양쪽 집이 동일한 화인에 의해 활활 불타는 영상이 뇌리에 그려졌다.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모를 두 집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아른거렸다.
“힘들겠지만 우리, 견뎌봅시다”
“견디긴 뭘 견뎌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둘 사이에 절정은 지난 것 같아요. 좀더 기다려봅시다”
“소용없어요”
“저번에 부인의 남편을 봤어요. 순수한 사람 같았어요. 순수한 사람이기에 그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