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의 신년사에서 비장한 각오로 위기 탈출을 주문했다. 푸른 초원을 달릴만한 형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을 떨어진 주식거래 규모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근본적인 업계의 체질 변화밖에 해답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수익 기반으로 전통적이자 가장 큰 규모인 위탁매매수수료 ‘확대’라는 단어는 신년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를 대신 자산관리, 효율성 향상, 글로벌 등의 사업이 차지했다.
그 배경에는 불황이라는 익숙한 단어 외에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따른 지각 변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환경을 두고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측된다”고 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NH금융지주의 합병이 7부 능선을 넘었고 현대증권도 매물로 나오는 등 대형증권사 매각으로 국내 최대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 출현이 유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14년 증권업계는 수익성 없는 무한 경쟁체제로 진입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원규 우투증권 사장도 “증권업은 이전과 같지 않다”며 두 CEO의 위기의식은 같았다. KDB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올해 경영전략은 여러 면에서 닮아있다.

◆ 자원 재배치해 효율성 향상부터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효율화’를 제1 경영전략으로 세웠다. 조직 내 비효율적인 요소는 제거하고 인력과 자본 등 자원은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대우증권의 전략 중 눈에 띄는 점은 점포를 확대하면서도 비용은 늘리지 않겠다는 것. 역발상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직원, 점포, 온라인/모바일 등 모든 채널을 촘촘히 연결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우투증권은 전략 키워드를 ‘리소스 리포지셔닝(resource repositioning)’으로 정했다. 자본의 효율성을 위해 한계사업과 성장사업간 자원을 배분하고, IB나 트레이딩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상품개발 능력을 향상하는 전략이다. 김원규 사장은 “시장도 고객도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자원을 재배치하고 사업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 안으로 기강확립과 신뢰부터
김석 삼성증권 사장,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내치(內治)에 방점을 찍은 게 특징이다.
윤경은 사장은 노사관계 준수를 강조했다. 지난해 노조와 고소고발을 발생했던, 갈등 관계를 염두에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노사관계의 혁신은 어떠한 내외 상황에서도 미래를 밝게 열어가기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점 폐쇄 문제로 시끄러웠던 교보증권의 김해준 대표도 "부서장과 부서원간 서로 존중하고 어떤 주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어떠한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 사장은 고객중심경영을 올해 전략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그 동력을 조직문화 혁신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5대 불량요소를 추방하자고 했다. ▲고객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투자권유 ▲고객을 현혹하는 불충분한 상품설명 ▲손실고객을 방치하는 부실한 사후관리 ▲고객자산관리자로서의 아마추어리즘 ▲고객 이익에 반하는 평가보상제도 등으로 모두 직원들의 의식과 관련된 것들이다.
◆ 무조건 신사업부터 찾아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등 그룹 사주의 신년사는 구체적인 사업목표를 제시로 직원들을 독려하는 데 주력했다.
이어룡 회장은 “금융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자산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자산영업분야에 새로운 기회가 열려 있어 활약할 시장은 많고 넓다”고 말했다. 변화의 흐름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주 회장은 연금시장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 가계의 자산 비중에서 보험과 연금이 처음으로 은행 정기예금을 추월했다"며 "IT에서의 융합, 컨버전스(convergence)가 모바일 디바이스였듯이 향후 금융의 컨버전스는 연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의 모든 계열사는 고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연금시장에서 확고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올해 금융투자업계의 불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구조개편이 일어날 것이란 인식 은 모든 CEO를 관통했다. 하지만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앞으로 뛰자는 CEO, 제자리를 깨끗이 하자는 CEO, 체력부터 키우자는 CEO 등 삼색(三色)으로 구분되는 게 올해 신년사의 특징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