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각(角) 10 - 버리고 싶은 욕망과 쥐고 싶은 애착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알았다. 이 새끼야. 산에 죽으러 가는 놈한테 뭐 이렇게 떠들어!”
어른에게 한 최초의 욕이었다. 막되어 가는 사람 흉내를 냈다. 어색했다. 손에 집히는 대로 지폐를 던져주었다.

새벽산. 하늘은 어슴프레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여름이면 우리 가족이 배낭과 돗자리를 메고 놀러와 물장난 치며 오이와 사과를 깎아 먹던 세검정. 지금은 나 혼자다. 가파른 산길을 뛰다시피 오른다.

마른 풀과 가시덤불이 정강이와 허벅지를 감아죄고, 휘휘 젓는 손등이 가시에 긁혀 피가 듬성듬성 맺힌다. 높은 바위에 올라서니 숙취가 올라 몸이 거꾸러질 것 같다. 머리가 혼란하고 다리가 휘청거리며 숨이 가쁘다. 토할 것 같다.

하지만 멈추기 싫었다. 가파르게 달리고 달리다가 바위 밑으로 구르거나 절벽 아래 떨어져 죽고 싶었다. 고의로 죽을 용기는 없으니 우연히 죽을 상황에 처하도록 내 몸을 혹사시켰다. 수풀을 스치는 바람보다 거칠게 숨소리가 학학거렸다. 바지는 흙먼지에 뒤덮였고 하얀 운동화가 새까매졌다. 손등이 가시에 긁혀 나갔다. 아랑곳하지 않고 가시덤불 속을 계속 휘저었다.

분이 쌓여 한숨의 강을 이루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가슴속 울분을 끌어모아 ‘야아’ 고함을 지르며 내달렸다. 메아리가 돌아오면 곧바로 되받아치며 목 놓아 울부짖었다. 돌변한 아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난밤의 악몽이 돌팔매질을 하며 쳐들어왔다. 꿈속에 포근히 잠겨있을 아이들 얼굴이 눈물 속에 아른거렸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아내가 왜 그랬을까. 심장 잃은 늑대처럼 가파른 산 속을 내달렸다. 자꾸 눈물이 났다. 닦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무너질듯 뛰어올라 비봉 꼭대기에 오르자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아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온몸에서 울음이 솟기 시작했다. 오죽 했으면 그렇게 했을까.

내가 아내를 학대했나? 내가 비겁한 놈이라고? 그 놈이 밉지는 않았다. 그가 내 심장에 꽂은 두 촉의 화살이 굳은 살에 예리한 구멍을 내 그곳에서 하수같은 눈물이 마구 솟구치기 시작했다.

문득 아내가 걱정되어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래 묵은 누런 노폐물들을 한꺼번에 다 쏟아내서인지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막 문을 연 새벽의 꽃집에서 장미 한 송이를 샀다. 이 이른 아침에 꽃을 산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아파트 문을 열어 꽃을 건네려는 순간, 아내는 핸드폰을 받고 있었다. 그 남자인듯 했다.

“웃으며 주려 했는데, 웃음이 안나온다.”
미소를 거두며 꽃을 건넸다. 아내도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받았다. 건조한 아침 식사. 식사후 차를 몰아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단풍잎들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모든 것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바람이 옷자락 속으로 사납게 파고들었다. 아내는 그간의 일을 간결하게, 아주 간결하게만 이야기해 주었다. 쥐기 싫은 것을 쥐어야 하는 고뇌와 놓아버리고 싶은 욕망, 놓기 싫은 것을 놓아야 하는 번민과 쥐고 싶은 애착 사이에 아내도 어렵게 견디고 있었다.

나는 따지듯이 물을 수가 없었다. 아내에게나 내게 이 싸움은 각자 견뎌내야 할 지독한 전쟁이다. 차라리 가난이나 질병이 대상이라면, 우리가 이를 악물고 함께 헤쳐 나가거나 마음을 비우고 순응하면 될, 투명한 성질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우리 둘만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것만도 아니다. 어떤 파란을 일으키며 달려들지 모를 복잡 미묘한 외부변수로서의 그가 있고, 우리 부부도 깊은 상처로 분열되어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정원이고 낙원이어야 할 가정이 이렇게 쉽게 무너져서는 안된다. 최소한 그것만은 아내와 내가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마저 허무의 바다에 빠질 만큼 아내는 위태롭게 흔들렸다.

아내는 안과 의사인 그를 세미나 끝나는 시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며 성모병원에 가봐야겠다고 했다.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가 차를 몰아 병원 입구에 나를 내려주었다. 주차한 후 병원 안으로 들어서는 아내를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턱대고 걸었다.

테헤란로의 찻집. 창유리 밖으로 우리가 성공의 꿈을 키우며 다운라인들과 함께 사무실을 낸 빌딩이 보인다. 테헤란로. 무수한 욕망들이 충돌하고 결합하고 부서지는 거리. 금융과, 벤처와, 네트워크 마케팅의 메카. 그와 더불어 그 화려함의 허전한 이면을 채우고 적셔주기 위한 단란주점, 모텔, 룸싸롱, 노래방, 러브호텔....매일 보는 익숙한 풍경이 먼 나라의 것처럼 낯설고 서먹서먹하다. 조금 전에 산 노트를 펼친다.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北 김여정 "바이낸스 해킹, 우리 소행 아냐"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서 발생한 8조원대 규모의 암호화폐 탈취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 데 대해 "황당무계한 낭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2일자 담화에서 미국의 주장이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 오히려 미국이 절취된 암호화폐를 국가 자산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는 취지의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북한 해커 이미지. [사진=뉴스핌 DB] 김여정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바이낸스 해킹 사건에 북한이 관여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우리를 '사이버범죄국'으로 매도하려고 기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여정은 미국의 주장이 "황당무계한 낭설이며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국제적으로 사이버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작정 북한과 연관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사기 행위가 모두 북한의 소행인 것처럼 국제 여론을 오도하는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에 손상을 주고 존엄과 국위를 폄훼하려는 불순한 시도이자 "새로운 영역에로 파생된 또 다른 엄중한 반공화국 주권침해행위"라고 규정했다. 김여정은 특히 미국이 지난해 불법적으로 절취된 암호화폐 자산을 몰수해 국가의 '전략예비비축금'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뉴스핌 자료] 그는 "이른바 절취당한 거액의 암호화폐 자금이 회수되는 경우 누구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겠는지를 따져보면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에 대한 단서가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해킹 책임을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이 암호화폐를 국가 자산으로 확보하려는 정책 자체를 문제 삼으며 역공을 편 것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여정이 마치 미국이 암호화폐를 탈취해 국고로 귀속시키려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점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담화에서 김여정은 "이번 계기에 우리는 워싱턴의 대조선 적대적 자세를 다시금 확인했다"며 "우리는 미국이 우리 국가에 지속적으로 다양한 도발을 걸어오는 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대북 적대적 태도에 대해 "대단히 불쾌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대하여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담화를 단순한 사이버 해킹 의혹에 대한 반박에 그치지 않고 북미관계 전반에 대한 불만과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담화는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미국의 대북 사이버 범죄 의혹 제기에 직접 나서 강도 높게 반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북한은 사이버 공격 의혹을 부인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문제 삼고, 이를 주권 침해와 정치적 도발이라는 틀로 연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낸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10.31 mj72284@newspim.com 앞서 미 FB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사이버 보안 경보를 통해 북한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약 8조원대)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발표했다. FBI는 북한이 이번 범행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북한의 해킹 활동과 연관된 가상자산 지갑 주소 목록도 공개했다. yjlee@newspim.com 2026-11-03 07:11
사진
李대통령 부부 여권정보도 노출됐다고?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자 168명의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유출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공군 1호기 탑승자 명단과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된 사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1일 81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9.22 photo@newspim.com 유출된 자료는 지난 6월 한 보안 관련 사이트에 올라온 '탑승객 명단(대한민국-벨기에)' 파일이다. 이 파일에는 이 대통령 부부와 정부 주요 인사, 청와대·외교부 직원, 대통령경호처 경호원, 청와대 출입기자 등 168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노출된 정보는 국문·영문 이름과 소속·직책, 생년월일, 여권번호, 여권 발급일·만료일 등이다. 해당 파일은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앞두고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보안 관련 유료 사이트에 게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순방 전인 6월 2일부터 약 5개월간 외부에 노출됐으며, 현재는 열람이 차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 등 개인정보 유출 대응을 위해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임광현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 순방단의 개인정보 유출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유출 경위와 정보 노출의 범위, 실제 피해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관계기관의 관리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 2026-11-03 10:28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