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문제로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평사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공적 평가기관 설립' 등을 주장한다.
공적기관을 통해 평가사의 업무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 결과에 따라 순환평가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선 기사('신평사의 반복되는 '뒷북'…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신평사 시장은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제 3의 기관을 통해 신평사가 내놓는 서비스를 평가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의무적 순환제(정부가 신평사를 순환적으로 지정해 신평사와 발행인의 유착관계를 해소시키는 방식)를 도입하기 위해서도 이런 공적기관의 설립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금투협이 신용평가기관 평가위원회를 통해 신평사에 대한 평가를 매년 4월 내놓고 있지만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우선 평가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평가위원들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여러 경로로 연결됐고 금투협이 신평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어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투협이 신평사의 회비로도 운영된다는 점에서 과연 얼마나 냉혹한 평가를 내놓을 수 있겠는가 싶다"고 말했다.
신평사와 피평가사의 '갑을관계'처럼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금투협도 신평사의 불만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평가회수가 1년에 한 번 뿐이어서 실제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보도자료가 배포될 때 잠깐 관심이 있을 뿐, 심지어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도 금투협이 이런 평가보고서를 내놓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금투협은 최근 3개년 평균누적부도율을 해외신평사의 부도율과 비교해 결과를 발표한다. 또 평가사별로 투자등급과 투기등급간 부도율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조사결과를 공개한다. 하지만 신평사의 서비스 질을 정확히 측정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금투협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정성평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 금투협은 등급신뢰도, 사후 관리, 이용자 활용도 측면에서 설문조사를 해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기초한 순위 발표가 과연 적절한가를 두고 금투협도 고민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평가위 한 위원은 "순위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며 "누가 1등을 하는가는 완전히 복불복인데 언론에서 순위만 부각해서 쓴다"고 언급했다.
과거 평가위원이었던 한 교수 역시 "어떤 회사가 A분야에서는 1등을 하고, 또다른 회사가 B분야에서 1등을 한다고 했을 때 종합등수를 매길 방법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금투협은 지난주 평가위를 열고 새로운 평가방식을 논의했다.
특히 개별 신평사에 대한 정성평가 결과와 이 순위를 발표할 것인가를 두고 위원들간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에는 개별 신평사에 대한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신평시장 전체에 대한 총평만 내놓았다.
금투협 관계자는 "순위를 발표할지 여부는 위원회에서 매년 심의를 해서 그때그때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라고 말했다.
공적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신평사를 평가하고 있는 금투협이, 이처럼 신평사 평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금융위원회 등 좀 더 독립적인 기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평가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조차 공적기관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주장한다. 예컨대 신평 3사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신평사가 실적을 발표할 때 기준이 되는 표준을 제정하자는 주장이다.
동국대학교 강경훈 교수는 "공적기관의 설립은 도입이 쉽지 않지만, 근본적인 해법이니만큼 우리도 검토해 볼 만 하다"며 "다만, 워낙 관련 제도의 근간을 뒤바꾸는 것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