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기범 김성수 기자] 엔/원 환율의 날개 없는 추락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지난 2011년 10월 5일 1561.65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엔/원 환율은 약 2년 2개월 만에 500원 이상 급락하며 5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29일 서울외환시장의 이종통화 딜러들과 일부 국내 민간연구소에서는 100엔당 원화의 교환비율이 1000원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지난 5월 기록한 달러/엔 연고점인 103.73엔 상향 돌파는 이른시일 내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시중은행의 A 이종통화 딜러는 "101.80~90엔이 지지가 된다면 연고점은 무난하게 갈 것"이라며 "추세도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기술적인 저항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00엔당 원화의 교환비율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가기 위해선 원/달러가 1050원일 경우 엔/달러 환율이 105.01엔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즉, 원/달러와 달러/엔이 엮여있는 엔/원의 특성상 달러/엔이 오르거나 원/달러가 내릴 때 엔/원 환율은 하락한다. 만약 엔화 약세(달러/엔 상승),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엔/원 하락 폭은 커질 수 있다.
LG경제연구소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엔/원 환율이 10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변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 등 정책 변수 등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미-일 밀월관계 '엔저' 이끈다
원/달러는 10월 중순 이후 1054~1072원, 최근 2주간 1058~1063원의 좁은 박스권에서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며 조막손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원/달러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지만 달러/엔이 105~106엔선까지 상승할 경우 엔/원 환율은 1000원을 하회하게 된다. 가능성은 상당 부분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종통화 딜러들은 센카쿠열도 분쟁이 달러/엔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 약세의 동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엔화 약세에 반기를 드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딜러는 "평상시였다면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주요국의 갈등이 소재가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처럼 달러/엔 상승을 바라는 시장참가자가 많은 상황에서는 충분히 지정학적 리스크를 재료 삼아 롱베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B 이종통화 딜러도 "중국이 전투기를 발진시키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이다"며 "보통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자산 선호를 높이는 요인이라 엔화 강세를 이끌지만, 이번 경우는 일본이 끼어있는 문제로 달러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C 이종통화 딜러는 "엔화 약세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 목소리가 나올 것이지만 중국이란 공공의 적을 둔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치는 시기라 밀월 관계가 강해 105엔 전후까지는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美 QE 테이퍼링 + 日 QE 확대 = 달러/엔 급상승, 엔/원 하락
통화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달러의 상승 요인,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는 엔화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빠르면 내달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 반대로 내년 4월 양적완화를 확대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원/달러, 달러/엔 모두에게 상승 요인이 된다. 이 경우 상승 '폭'에 따라 엔/원 환율이 결정된다. 이종통화 전문가들은 축소가 시행될 경우 원/달러 '하락 폭'보다 엔/달러의 환율 '상승 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D 외환딜러는 "달러/엔이 다시 한 번 상승탄력을 받는 상황이라면 전 세계의 시장참가자들이 조그마한 재료도 침소봉대해서 오버슈팅(과민반응)하게 만들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 국제사회의 입김·韓 외환당국이 '변수'
다만 달러/엔 환율이 105엔을 넘어 110엔을 돌파하는 과정을 국제사회에서 좌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 이종통화 딜러는 "80엔에서 100엔 오르는 것보다 110엔을 넘어서는 과정이 더 힘들 수 있다"며 "110엔에 가까워질수록 여러나라에서 엔화약세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 유대 관계가 있더라도 105엔과 110엔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엔/원 환율이 일시적으로 1000원을 하회할 수는 있겠지만 기조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외적인 마찰 수준에서 지나친 엔고에 대해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원/엔 환율에 민감한 한국의 외환당국 역시 엔/원 환율 1000원이란 '빅 피겨'를 쉽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강하다.
지난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이 "우리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임계점이 되는 엔/달러 환율 수준을 추산해 볼 것"을 제안했다. '엔/달러'란 단어가 금통위 의사록에 등장한 것 자체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이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엔/원 환율을 한국은행이 지켜만 볼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보형 연구위원은 " 지난 2000년대 초반 때에도 정부 발언 등을 통해 엔/원 환율 1000원은 막겠다는 의지를 많이 보였다"면서 "추가 하락할 경우 (외환당국에서) 1000원은 지키려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D 딜러는 "연저점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인 지난 5월과 9월 당국 실개입이 있던 날에는 항상 엔/원이 하락 추세 속에서 주요 지지선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박기범 김성수 기자 (authenti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