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이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그가 재계 최연소 부회장이라는 명함을 달고 재계에 본격적인 데뷔를 한지 약 4년만이다. 그는 그동안 직급을 스스로 사장으로 한단계 낮추며 대한전선 재무구조 개선에 각별한 정성을 들여왔다.

그는 “선대부터 50여 년간 일궈 온 회사를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제가 떠나더라도 임직원 여러분께서는 마음을 다잡고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과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사실 설 사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젊은 경영자’ 중 한명이다. 그의 나이는 올해 만 32세. 여타 기업 같으면 경영수업이 한창일 나이다. 실제 그가 대한전선의 수장이 된 것은 자의보다 타의가 컸다.
설 사장은 지난 2004년 선친인 고(故) 설원량 명예회장의 급작스런 사망 이후 대한전선에 갑작스럽게 과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나이 20대 초반. 경영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시 부친인 설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전문경영인이 무분별한 투자 및 무리한 M&A로 인해 대한전선 그룹에 대대적 위기를 몰고 왔던 것이다. 아울러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대한전선은 급속도로 부실화 됐다.
결국 전문경영인의 경영실패로 인해 설 사장은 좋든 싫든 최대주주로서 직접 경영일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설 과정은 입사 4년만인 2008년 상무로 승진하고 이듬해 전무로 승진했다. 이어 2010년 초 부사장으로, 2010년 10월에는 재계 최연소 부회장으로 올라섰다.
입사 6년만에 과장에서 부회장까지 승진한 셈이다. 재계에서 30세 부회장이 탄생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주변의 시선이 부담이었을까. 설 사장은 2012년 주총을 통해 직급을 부회장에서 사장으로 낮추면서 본격적인 경영의지를 내보여왔다.
문제는 환경이었다. 대한전선은 채권단 공동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사사건건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야하는 상황이었다. 설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더라도 자신만의 경영을 펼치기 힘들었다. 아울러 그가 30대 젊은 오너라는 시선도 설 사장이 극복해야하는 과제 중 하나였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 하에 기업에서 경영을 하는 것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원로 경영자들도 모두 기피하는 것”이라며 “채권단에서 기업 경영에 극도로 간섭하는 상황에서 젊은 CEO가 버텨낸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설 사장의 경영은 명백한 한계를 만났다.
경기에 민감한 전선 업종의 특성상 최근 고조된 유벌발 재정위기의 여파를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전기관련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불문하고 수익을 내는 곳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대한전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스란히 영업이익이 축소됐고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구조조정 대상인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담보가치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설 사장의 사퇴 카드가 나온 것은 이 시점에서였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채권단에 재무구조 개선안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이 받아드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며 “그러자 설 사장이 ‘그렇다면 책임지고 자진사퇴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채권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한전선의 재무구조 개선안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전선 채권단은 대한전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 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다만, 설 사장의 사퇴가 대한전선과의 결별은 의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의 오너 지분율은 18.49%.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훗날 다시 한번 경영에 나서게 될 때 발판이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숫자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