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주변을 돌아보면 온갖 '푸어(poor)'들이다. 일을 하고 있지만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Working Poor)'에 집 사느라 빚까지 내서 무리를 했지만 집값이 떨어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값이 떨어지니 집을 사기보다는 빌려서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생겨난 전세난에 '렌트푸어(Rent Poor)' 보기도 어렵지 않다.
여기에 실버 푸어(Silver Poor)까지. 젊었을 때 벌어둔 돈으로 여유롭게 늙어갈 수 있다면 행복한 축에 속한다.
아이들 공부시키랴, 집 마련하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가운데 노후 준비도 못했는데 어느덧 일자리를 내줘야 할 때의 심정이 절박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젊은 사람들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하기도 어렵고, 돈을 많이 줘야 하니 물러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그런데 모아 둔 건 없고 먹고 살아야 하니 돈을 벌어야만 하겠는데, 그리고 체력도 어느 정도 자신있는데 써준다는 곳이 없다. 허드렛일이라고 해도, 시간제 일자리라고 해도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리니 경쟁을 뚫고 그 일을 따내기 어렵다. 심지어 어렵게 공부시켜 줬더니 자식들도 취직이 안된단다.

그래도 고령층 입장에서야 일할 수 있다면 좋다만, 노동력이 이렇게 고령층 중심으로 옮겨가게 되면 경제 성장세를 떨어뜨릴 수 있다. 대개 임시직이거나 시간제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경우이니 일자리의 질(Quality)이 떨어지는 것이다. 태어나는 사람보다 늙고 오래 사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니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어들고 있고.
10여년 전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은퇴 전문가(당시는 이 말도 생소했다)가 "오래 사는 것(長生)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에 고개를 주억거리긴 했어도 잘 못 알아들었는데 이제는 그걸 진정으로 깨닫고 있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이나 미국에선 이런 상황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 통계에서도 착시 효과들이 보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베이비부머가 포함된 55~64세 미국인들의 실업률은 5.4%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 7.4%에 비해 훨씬 낮다. 은퇴해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면 괜찮은 것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일을 하고 있는 고령층의 3분의 2는 자신들이 젊었을 때 벌었던 것보다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고 있기 그저 일을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기까지의 시간도 오래 걸린다. 20~24세들이 새 일자리를 찾는 데엔 20주가 걸리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경우 46주나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평균 실업률 자체에도 착시가 있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봤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경기침체(recession)가 지난 2007년 12월 경기가 고점을 찍은 이후 시작돼 2009년 6월 종료됐다고 진단했고 10%를 위협했던 실업률이 7%대까지 내려왔으니 많이 나아지지 않았냐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유지해 주는 대신 임금을 깎고 있는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과거엔 경기가 어려워지면 감원을 했지만 이제는 일자리를 보전해 주는 대신 임금을 높여주지 않거나 오히려 깎는 식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경향 속에서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되어도 임금을 올려주지 않게 되고 이것이 실업률이 정상적인 수준까지 회복된 뒤에도 한참동안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인간은 기계에 위협당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티켓 판매 같은 건 기계가 알아서 한 지 오래됐고 공장의 생산 라인도 '시키는 대로' 일하는 기계가 대체해가고 있다. 좀 더 기술이 발달되면 원하는 제품을 바로 생산해 내는 3D 프린터가 제조 공정을 대부분 대체할 지도 모른다. 재고 걱정도 없게 되니 유통업이나 물류업 같은 경우 어떻게 전망해야 할지 아득해 지기도 한다.
중장기적으론 이런 현상들이 더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고령화는 더 진전될 것이고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도 여전히 많을텐데 그렇다면 임금이 적더라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평균 임금은 더 떨어질 것이다. 코넬대 리처드 버크하우저 이코노미스트도 이렇게 전망했다.
일자리는 모든 경제 문제의 근원이다. 젊은이들은 계속 '스펙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있다. 일자리가 모자라서다. 고학력 은퇴자들은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심리적인 박탈뿐 아니라 빈곤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니 시대에 변화에 따라 직능 교육도 달라져야 할 것이며, 기술의 발전과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어떠한 일자리를 늘릴 수 있고 어떠한 일자리는 구조조정이 필요한지 찾아 대비해야 한다.
가끔은 매우 비관적이 된다. 멀지 않은 미래엔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라면 현재 일부 통신사 단말기가 그렇듯 인간대신 기계가 직접 쓸 지도 모르겠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중복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부터 고민하게 된다. 중요한 건 부가가치다. 존재의 의미를 위해 스스로 그것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