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에서 한 발 물러나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수년간 지속된 돈잔치의 끝물을 맞은 이머징마켓 정부가 일제히 금융시장의 통제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국채 수익률을 포함한 금융시장 충격을 야기하지 않은 채 조용히 양적완화(QE)에서 발을 뺀다는 것이 연준의 계산이지만 이미 미국 안팎에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벤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19일 테이퍼링 계획을 밝힌 뒤 5거래일 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3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3% 선에 바짝 근접, 22개월래 최고치로 올랐고 이머징마켓의 공격적인 시장개입은 수익률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일부에서 연준이 적어도 연내에는 QE를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상승을 감내하면서까지 연준이 테이퍼링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빼든 칼을 그대로 칼집에 넣을 수는 없는 것이 연준의 입장이다. 예기치 못한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말았지만 QE 축소 계획을 없던 일로 하는 것 역시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
오펜하이머 펀드의 제리 웹맨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9월 100억달러 규모로 테이퍼링을 시행할 것”이라며 “QE 축소에 나서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에 경기 전망을 비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그대로 물러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100억달러 이상의 자산 매입 축소는 금융시장에 상당히 위험한 행위라고 그는 강조했다.
TCW 그룹의 브렛 바커 매니징 디엑터는 “연준은 9월 200억달러 규모로 QE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며 “연준이 장기 시장금리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머징마켓 중앙은행 역시 진퇴양난이다. 터키와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이 가파른 통화 가치 하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효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는 드물다.
뿐만 아니라 시장 개입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금리인상과 환시 개입 등 중앙은행의 조치는 투자자들이 반기지 않는 행위인 데다 이를 멈출 때 오히려 더욱 대규모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리인상이 성장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통화 가치 급락을 두고 볼 수도 없는 문제다. 일정 부분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이미 브라질과 인도 등 일부 신흥국에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INVX 글로벌 파트너스의 에듀어도 벨로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머징마켓 중앙은행의 시장 통제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