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한 지붕 두 증권사'가 가능해지자 금융투자업계는 본격적인 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60여개의 증권사가 위탁매매 중심의 동일한 수익구조를 갖고 제살깎기식 과열 경쟁으로 벌였고, 그 결과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으로 중소형사의 전문화 및 특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소형 종합증권사를 전문화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잘 발휘될지 의문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중소형 증권사는 오너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분사보다 성장을 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과 함께 분사 제도의 정착보다는 시장 발전이 우선시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증권업계 영업활력 제고 방안'의 동일계열의 복수 증권사 설립 허용을 제시했다. 인가정책의 제약에 묶여 전문 영업분야별 분사가 불가능했지만 전문 사업모델 특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특화 증권사 신설 또는 분사(스핀오프)를 유도하겠다는 것. 이로써 '한 지붕 두 증권사' 탄생이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일단 정책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며 "할 수도 있는데 안하는 것과 걸림돌이 있어 못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관심은 중소형 증권사의 구조조정에 쏠렸다. 중소형사가 이번 조치에 더 탄력을 받아 분사를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복수 증권사 설립 허용으로 사업 파트별로 강점이 있거나 특화된 자회사를 운영함으로써 전문성 있는 증권회사를 만들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며 "향후 증권사간 인수합병(M&A)가 활성화되거나 재편되는 과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증권사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치로 우리투자증권의 사업부문별 분리매각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간 인수 합병 메리트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업부문의 분사를 허용함으로써 분리매각이 가능해 일부 민영화가 진행 중인 금융기관의 매각 방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PBR 1.0배 미만인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사업부문별 분리매각으로 매각 가격을 극대화할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복수 증권사 설립이 중소형 증권사의 전문화 및 특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는 만큼 대형사들의 경우 당장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증권사 신설이나 분사의 경우 시간을 갖고 고민할 문제"라며 "당장 이 문제를 시급하게 검토할 생각은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국내 대형 5개 증권사가 외국계와 경쟁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그들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키워야 하는데 전문화나 신설보다는 대형화해서 몸짓을 불려나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에게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대형사들이 굳이 영업분야를 쪼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쓸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막상 현실은 조금 다를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동일계열 복수 증권사 허용으로 업무능력의 전문화와 증권사의 효율성이 증가할 수 있으나 단기간에 업계 재편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며 "분사된 증권사가 특화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자본시장이 우선적으로 다양화되고 시장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방안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실질적 구조조정이 당장 나타나기 쉽지 않다"며 "분사에 대한 노조의 부정적 의견이 갈등의 소지를 만들 수도 있고 중소형사 대주주의 대형사로의 성장에 대한 의지도 여전히 높다고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산업 구조조정이 나타나면 그 수혜는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기존 사업영역에서의 경쟁완화는 사업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형증권사 중심의 수혜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