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한국유리와 KCC,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4년째 접어들면서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들 소송의 핵심은 ‘누가 먼저 배신했나’는 점이다. 공정위 자진신고자감면제(리니언시) 제도가 1순위 자진신고자에게 주는 막대한 혜택을 위해 서로 1위 자진신고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유리가 공정위, KCC 소송을 제기한 사연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두 회사의 관계는 돈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006년 1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건축용 판유리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담합했고 실제 이 기간 동안에 판유리값은 약 40~50% 올렸다. 문제는 이 사실을 인지한 공정위가 2009년 3월부터 담합조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때 아닌 배신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한국유리였다. 한국유리는 공정위 조사 착수 직후 담합사실을 인정하며 자진신고에 나섰고 1순위 자진신고 대상자로 선정되는 듯 했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자진신고한 1순위 사업자에게 과징금의 100%를, 2순위 사업자에게 과징금의 50%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판유리 담합을 벌인 KCC, 한국유리의 관련 매출액은 1조원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과징금 규모도 최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같은해 7월 KCC가 뒤늦게 담합사실에 대한 자진신고를 하고 나서면서 한국유리는 자진신고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한국유리의 자진신고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자진신고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고 결정했던 것. 결국 뒤에 신고한 KCC는 과징금을 면제, 가장 먼저 신고한 한국유리는 과징금을 전액 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유리는 자진신고자 1순위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KCC는 공정위를 보조하기 위해 제2 피고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이 소송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2010년 고등법원은 한국유리의 리니언시 불인정 자체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각하판결을 내렸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는 이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한국유리가 함께 제기한 KCC 자진신고자 1순위 지위 취소 청구만이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리니언시 제도가 소송의 대상이 되냐는 점을 다퉈왔다면 이번 재판에서는 공정위의 리니언시 1순위 인정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법리공방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12월 첫 심리를 개시한 이후 오는 7일 두 번째 심리를 앞두고 있다.
만약 공정위가 재판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KCC는 2순위 자진신고자로 내려앉게 돼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한국유리가 패소하게 된다면 KCC는 1순위 자진신고자 지위를 유지하게 되고 한국유리는 자진신고자로 인정되지 않아 과징금 전액을 내야만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패소할 경우 KCC를 2순위 자진신고자 조정할지는 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과징금 규모를 감안하면 두 회사의 ‘배신자 다툼’은 양보할 수 없다. KCC 입장에서는 패소한다면 지난해 영업이익 694억원 중 절반 이상을 과징금으로 날릴 위기고 한국유리는 지난해 아예 적자전환 한 만큼 과징금 면제가 절실하다.
이 때문인지 변호인단도 화려하다. 한국유리는 법무법인 세종을 소송대리인으로, KCC는 법무법인 바른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누가 가장 먼저 ‘배신’했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이번 공방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리니언시 지위를 두고 벌어지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자진신고 지위 인정에 대한 소송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