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1990년대 세계 최대 신발 생산회사로 재계 순위 22위에 올랐던 화승그룹. IMF 구제금융 시기 부도를 딛고 다시금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자리잡기까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했다.
화승그룹이 이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는 고영립 회장의 결단과 도전 정신이 큰 몫을 했다.
현재 화승그룹은 자동차부품·스포츠패션브랜드·정밀화학·소재·중합무역·OEM 신발 등의 사업군을 보유, 매출 4조 3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변신했다.
18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나를 이끈 기업가 정신'이란 주제로 열린 IMI 조찬강연에서 고 회장의 경영철학과 화승그룹을 다시 살려낸 그만의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다.
"IMF 구제금융 여파로 부산 금융권이 붕괴되고 각 회사들에 빌려줬던 자금회수로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당시 대보계열 공장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화승그룹은 당시 전무직을 맡고 있던 고 회장에게 대보계열 공장들을 살려내라는 특명을 내렸다. 고 회장은 우선 회사 현황 파악에 나섰다.
"대보계열 공장 4곳 중 섬유 사업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금구 사업은 품질이 취약한 상황이었습니다. 원가 개선이 절실했습니다."
고 회장은 곧 바로 기업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품질이 떨어지던 금구 사업은 접고 섬유와 접착제 사업을 합병, 국내 3개 회사를 1개회사로 통합시켰다. 경비 감소를 위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260명에 이르던 직원을 130명으로 줄였다.
"공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라인을 줄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당시 3개 라인의 평균 생산성이 60% 밖에 되지 않았는데 라인 1개를 축소하고 생산성을 9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원가 30% 개선을 위한 고 회장의 결단은 적중했다. 월 50억원 이상의 적자 회사가 3개월 만에 2억 7000만원의 흑자회사로 돌아섰고, 다음해엔 110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경쟁사보다 5% 싼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했던 결과다.
급한 불을 끈 고 회장의 다음 임무는 화승그룹의 재건이었다.
"그룹 전체를 살리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추락한 신뢰성 회복, 높은 경비 축소, 떨어진 매출 신장,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 등 4가지 차원에서 손을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고 회장은 이번에도 과감한 결정을 한다. 신뢰도가 하락해 선뜻 손을 내미지 않는 화승그룹을 대신해 자신의 재산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9억 3000만원을 모은 고 회장은 당장 자금이 필요한 곳에 투입시켰다.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리더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직원들이 저의 결정을 존중해 줬습니다."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화승그룹은 2차에 걸쳐 900명에 이르는 직원을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기꺼이 고 회장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당시 6개(월드컵·우들스·허시퍼피·르까프·K-SWISS·머렐)에 이르던 브랜드를 3개로 줄였다.
매출 신장을 위해선 독특한 광고전략을 폈다. 당시로선 특이하게 H.O.T라는 빅모델을 기용한 것이다.
"사내반발이 심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이미지에 연예인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도 고정관념을 탈피한 전략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고 회장의 전략은 보기좋게 성공했다. H.O.T가 르까프 광고 모델을 맡게 됐단 소식은 각종 스포츠 신문의 톱기사로 올랐고 인터넷 상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 결과 월 35억원에 머무르던 르까프 매출은 월 120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자 더 큰 비전이 필요했습니다. 2005년 그룹비전 2010을 발표했는데 주변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고 회장이 제시한 비전은 2010년 매출 3조원. 2005년 화승그룹 매출은 1조 5000억원이었다. 회사 임직원들도 2조 5000억원이면 가능할 것이라 여길 정도였다.
"이번에도 리더가 비전을 제시하니 회사가 따라왔습니다. 결국 2010년 매출은 3조 3000억원에 이르렀고 회사 규모도 국내 8개사 해외 16개사 등 총 24개사로 성장했습니다."
고 회장의 2020년 매출 목표는 20조원이다.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정답은 없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그만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기업 내부에 해답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것이 나를 이끈 기업가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