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은지 기자] 글로벌 외환 헤지펀드들이 최근 수년간 수익률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고 지난 10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외환 헤지펀드인 FX 콘셉츠의 존 테일러 회장은 현 상황이 자사 31년 역사상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11년 회사의 대표상품인 '글로벌 커런시 프로그램'은 유럽 채무위기가 금융시장을 흔들자 19.4%나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그럭저럭 0.93%의 수익률을 회복했으나 이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수익률이 11.1%에 달했던 것을 고려해보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테일러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약 25%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회사의 임원진들에게 급여 상한선을 제시하는 등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테일러 회장의 급여도 2008년에 비해 98% 감소했다.
FX 콘셉츠 뿐만이 아니다. 외환시장 전반에서 헤지펀드들은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다.
파커 글로벌 스트레티지스가 투자하는 17개 외환 관련 펀드들의 움직임을 추적한 지수인 '파커 글로벌 외환운용펀드지수'는 지난해 0.77%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지수는 2011년에는 6.17% 하락했었다. 2001년 이 지수가 산출되기 시작한 이후 최악의 수치다. 2009년 이전까지 지수는 8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연평균 성장률은 7.15%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는 외환 관련 펀드들에게 혹독한 한해였다. 대부분의 주요 통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 행보를 이어가며 트레이더들이 시장의 행보를 예측해 수익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특히 유로화가 골칫거리였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이 유로존 채무위기가 유로화를 하락세로 이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유로화는 하반기 들어 오히려 랠리를 펼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지난 7월 유로존 해체를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 유로화 상승에 주효했다.
테일러 회장은 시장의 변동성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트렌드를 잡아내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환시장은 펀더멘털보다 중앙은행이나 관계 당국의 정책 변화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의 행보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채권이나 주식 시장에 비해 더욱 즉각적이라는 설명이다.
인베스텍 자산관리의 싸노스 파파사바스 전략가는 "간단히 말해 외환시장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더는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외환 헤지펀드의 완전한 종식을 선언하긴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외환 펀드가 2013년을 활발한 거래량으로 시작한 것이 좋은 신호라는 것. 올 들어 FX 콘셉츠를 포함한 많은 펀드들이 엔화 하락으로 이익을 봤다. 시장이 하락 싸이클의 바닥을 쳤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당분간 많은 펀드 매니저들은 조심스러운 투자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외환시장을 옥죄던 많은 문제들이 향후 수개월간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기 때문.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세가 부진한데다 미국과 유럽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이 여전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부양 기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 등 여전히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다.
모간스탠리의 가브리엘 데 콕은 "시장이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정치는 우리가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조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