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돈을 찍어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같은 논리로 부채를 장부에서 삭제하는 것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
유로존 주변국을 필두로 미국과 일본까지 한계 수위에 이른 부채 처리 문제를 놓고 정책자들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무효 처리하는 방안에 대한 논란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적법성이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부채 처리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정책자들이 결국에는 양적완화(QE)로 이른바 ‘머니 프린팅(돈 찍어내기)’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처럼 부채를 중앙은행의 장부에서 단순히 삭제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가빈 데이비스가 이에 대한 가능성을 공론화하면서 투자가들 사이에 현실성 여부를 저울질하는 움직임이 부쩍 두드러진다.
데이비스는 중앙은행의 부채 탕감을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한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정부가 이밖에 부채를 축소하는 방안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부채 상환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줄은 세수와 국채 발행으로 좁혀진다. 후자의 경우 기존 채무의 만기 상환을 위해 빚을 내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부채를 줄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경기가 하강 기류를 타는 가운데 천문학적인 부채를 축소할 만큼 세금을 걷어들이는 방법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데이비스는 재정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결국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법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보유한 국채 물량은 약 10%에 이르며, 영란은행(BOE)은 국채의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앙은행은 QE를 통해 국채를 사들이면서 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이 결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시적으로 국채를 보유할 뿐 경기가 회복될 때 민간 금융시장에 보유 물량을 매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앙은행의 정부 재정 지원은 적법성에 어긋나는 문제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점차 힘을 얻는 모습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어데어 터너 의장이 “QE의 효과가 점차 희석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보다 혁신적이고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부채 탕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미샬라 마르쿠센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부채 탕감은 민간 경제에 어떤 손실이나 고통도 안겨주지 않은 채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고,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고민이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상당한 가능성이 내재된 묘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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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