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이청용 선수가 소속된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EPL)의 볼튼 원더러스의 강등이 지난 14일 확정됐다. 이날 볼튼은 시즌 마지막 경기를 무승부로 마치며 20개 팀 중 18위를 기록, 다음 시즌 2부 리그행이 결정됐다.
이처럼 EPL은 매 시즌 하위 3개 팀을 2부 리그로 강등시키고 반대로 챔피언십 상위 3개 팀을 새로 진입시킨다. 순위 경쟁을 통해 경기의 긴장을 가중시킴은 물론이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한국 금융시장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한국거래소의 소액채권 전담회원 제도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EPL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 제도는 은행이 국민주택채권 등 소액채권을 고객들로부터 매입해 증권사를 통해 거래소에서 발행하면 이것을 인수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일부 증권사에게만 부여하는 제도다. 거래소에서 라이센스를 얻어야만 리테일러로서 소액채권의 인수자격이 생긴다.
올해 현재 회원사는 24개로 현재 국내 거래소 결제회원 증권사 59개의 절반에 못 미친다. 최근 5년간 이 제도에 의해 탈락한 증권사는 단 1개도 없다.
◆ 최근 5년간 교체된 증권사 한 곳도 없어
올해 기준 거래소에서 발행된 소액채권 규모는 국민주택채권 6조원을 포함해 12조원이다. 라이센스를 가진 24개 증권사는 평균 5000억원 정도를 인수하는 셈이다. 이것을 시장에서 되팔면 증권사에 따라 10억~50억원 가량의 차익이 생긴다고 시장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거래가 '꽤 짭짤하다'고 표현한다. 금액도 적지 않은데다가 '리스크 없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익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야만 인수의무에도 불구하고 증권사가 라이센스를 신청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담회원이 되기는 쉽지 않다. 6개월에 한 번씩 기존회원에 대해 평가를 실시해 일정 점수 이하인 회원사를 1년마다 퇴출시키지만 지난 5년간 탈락한 회원사는 단 1개도 없다. 한 회사가 흡수합병되면서 사라졌을 뿐이다. 5년간 신규로 추가된 회사는 5개사다.
거래소는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물량 소화가 안 되면 문제가 발생하므로 규모나 영업능력이 안되면 리테일러가 되가 어렵다”며 “일정한 버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리테일러가 되기를 원하는 증권사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국민주택 1종 당월물의 경우 의무매수금액이 24억원에 불과해 증권사에게 전혀 부담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채권관계자는 “그 정도 물량은 어느 증권사나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19개 증권사 담합 적발…거래소는 ‘모르쇠’
회원사로서의 활동기간이 길다보니 자연스레 회원사들간의 커넥션도 끈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의 국민주택채권 매수가격 담합이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19개 매수 전담 증권사들이 채권 매수가격을 담합하면서 2009년부터 2010년 11월까지 채권 매도자들에게 약 886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이에 현재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시장 감시를 책임지는 거래소는 그동안 담합을 몰랐다고 말한다. 몇 개 안되는 증권사에게만 라이센스를 부여함에 따라서 부작용이 충분히 예견될 수 있음에도 거래소의 감시체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감사원 결과가 나오고 (담합을) 알았다”며 “감사원 조치 결과에 따라 내부 평가 방법을 바꿨다”고 밝혔다. 그는 “바뀐 평가 방법에 따르면 호가 괴리도 평가를 함에 있어서 증권사 호가 평균값이 아닌 민평 3사의 시가와 비교한다”고 설명했다. 담합을 방지할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허수성 호가’ 공공연…시장원리로 해결을
또 다른 문제점은 허수성 호가다. 증권사가 매수전담사로 잔류를 하건 신규 진입을 하건 결정적 요건이 되는 것은 장내 채권 거래량이다. 이를 위해 각 증권사들은 3~4개씩 팀을 이뤄 허수성 호가를 부르면서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늘린다. 거래소 역시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가공의 매매 거래를 하지 말라고 하긴 하는데 증거가 없으니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로서도 그런 업체를 잘라낼 수 있으면 잘라내고 싶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가공거래와 담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개방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규제와 감시가 편법을 이기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증권사의 숫자에 비해 아직까지 매수전담회원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5년전 20개사에서 조금씩 늘려왔다”며 “매수전담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회사가 많기는 하지만 대외유관기관과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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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