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네 마리 용의 싸움터다. '1등 금융지주사'를 두고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싸움이 치열하다. 여기에 잠룡(潛龍)인 농협금융지주 신충식 회장이 명함을 내밀려 하지만 ‘세기’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농협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자리 지키기보다는 철저히 미래 전략 실행에 매진하고 있다.
◆ 이팔성 회장 “금융산업은 M&A 역사, 물건 전부 다 검토”
이팔성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그룹의 미래를 위해 초석을 놓는 역할을 해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금융권이 재편되면서 대응 수단이 매트릭스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회사인 우리은행에 양보를 해서라도 도입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금융 한 임원은 “금융인 마지막 책무라고 보고 모든 것을 던질 각오”라고 했다. 이 회장은 “매트릭스는 글로벌금융그룹에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이 회장의 이런 모습을 보고, 국내 최대 금융그룹 회장을 연임한 영예와 그의 나이를 참작할 때 순수한 의지를 펼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 회장은 그래서 신용카드사 분사, 매트릭스 도입, 국외 금융회사 M&A(인수합병)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 분사는 최근 불거진 수수료 문제 등 업계 내 현안들과 금융당국의 시기조절 때문에 미뤄져 있다. 매트릭스는 자회사인 우리은행에서 반대가 심하고 M&A는 현지 사정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그는 “금융산업은 M&A 역사로 산탄데르 등 글로벌 금융그룹중 M&A로 성장하지 않은 곳은 한 곳도 없다”면서 “M&A 물건은 전부 다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 김정태 회장 “투게더”, 직원 독려해 사기 높이는 재주 탁월
김정태 회장은 “로마도 길을 먼저 닦아 제국이 됐다”고 했다. 김승유 전 회장이 만들어 놓은 그룹의 틀을 로마의 ‘길’에 비유한 것이다. 김 회장은 “길만 잘 따르면 글로벌 톱50위 금융그룹 달성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처럼 그의 경영 전략은 김 전 회장이 평생 추구해온 M&A를 통한 성장과 같다.
김 회장은 업종으로는 보험, 지역으로는 범 아시아권과 미주 지역을 M&A 공략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항상 M&A에 관심 있다”면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 전체와 미주 지역 은행이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ING생명에는 관심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보험은 어려운 분야라며 신중한 자세였다.
김 회장은 전략가라기보다는 전술가에 가깝다. 직원들을 독려해 사기를 높이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평소에도 “투게더(together)”, “난 헬퍼(helper)”라는 말을 자주 한다. 취임 후 첫 일정도 부산 등 영남지역 영업점을 돌며 사기를 불어넣는데 초점을 뒀다.
그는 “리드는 남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끌려오게 하는 것”이라며 “방향이 잘 잡혔으면 조직이 화합하고 잘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어윤대 회장 글로벌 마당발 인맥, M&A서도 힘 발휘
어윤대 회장은 ‘마당발’ 인맥을 가진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지난 2월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할 때도 그의 중국 내 인맥의 힘이 작용했다. 한국인 최초로 중국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그의 인맥은 중국에까지 뻗어있다. M&A의 성패는 네트워크와 정보에서 가려지는 데 그 중 한 가지는 부족함이 없는 셈이다.
그가 국제금융협회(IIF) 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는 "KB금융의 브랜드를 알리고 비즈니스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이사로 활동하면서 인맥도 쌓고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IIF는 세계각국의 320여 개 민간 은행 및 투자회사들을 회원사로 가진 민간 국제금융기관단체다.
어 회장을 빗댄 표현은 또 있다. ‘변화, 혁신, 파격’ 그와 가까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세단어로 설명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의 흐름을 읽고 치밀한 전략을 통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줄 아는 CEO(최고경영자)"라는 풀이다. 그래서 어 회장의 리더십은 '변화의 리더십'이라고 많이 불린다.
특히 언론의 관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얼굴을 자주 드러내며 본인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때는 반드시 관철하는 추진력도 유명하다.
그는 최근 ING생명 아시아지역 사업 인수라는 도전을 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생명보험사들인 메트라이프와 푸르덴셜그룹과 캐나다의 매뉴라이프 그룹과 썬라이프 그룹도 입찰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자 몸값이 70억 달러는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윤대 회장이 이런 경쟁을 뚫고 ING생명을 품에 안아, 그의 이름값을 증명해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 한동우 회장, 성과주의·탕평 인사로 새로운 바람불어
올 초 신한금융 내부에서 가장 주목한 뉴스는 신한금융투자 사장에 증권맨인 강대석 신성투자자문 사장이 임명된 것이다. 정통적으로 신한금융투자 사장 자리는 그룹 회장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그러다 보니 증권맨보다는 은행원 출신이 주류였고 그런 정통을 한동우 회장이 과감히 깨트렸다.
한 회장의 파벌을 배제하기 위한 탕평인사로 불렸다. 실제로는 한 회장이 그동안 내부에서 제기되던 “증권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CEO가 돼야 한다”는 조언을 과감히 수용한 결과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 회장은 성과 제일주의를 평소 강조한다.
한 회장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있는 임원들은 “젊은 은행원 시절부터 느껴온 신한의 성장이 함께 정진해온 영정과 헌신 덕이라는 점을 최근 부쩍 강조한다”고 말한다. 또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발전하고 한국 금융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한 회장의 의욕과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금융권에서 최초로 당기순이익 3조원 시대를 열었음에도 주주배당과 이사보수 한도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한 회장은 “LG카드 인수 시 발행한 상환우선주 3조7500억원 올해 초 상환과 국내 금융기관의 자본규제 강화, 유럽재정 위기 지속 가능성 등으로 내부유보 강화를 통해 선제 자본관리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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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