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주요국들은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부실자산을 매입하고 경색된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는 면했지만, 아직 이 불어난 유동성을 회수할 조짐은 없다. 2010년 전후 인플레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동성 회수, 혹은 '출구전략' 논의가 활발해지는 듯 했으나 유로존 채무 위기가 발생하면서 논의가 자취를 감추면서 선진국의 2차 완화정책과 추가 구제금융이 단행되었다. 위기 발생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여전히 이 보조장치를 달고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불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의 원활한 배분 역할을 왜곡하고 상품시장의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다시 한번 인플레이션 망령이 등장하고 있다. 다시 한번 글로벌 유동성의 실체와 그 위험을 둘러싼 논쟁을 점검할 때다.<편집자 註>
[뉴스핌=우동환 기자] 유로존 채무위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 일본 중앙은행이 단행한 추가 완화정책으로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올해 들어 그리스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등 변동성이 심화된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유동성 급증과 맞물려 외환 시장에서도 통화별로 추세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 유로존 위기 심화로 강세를 보였던 미국 달러화는 연준의 추가 완화에 대한 관측에 약세 흐름으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유로화는 그리스 해결 기대감에 지난해 기록했던 낙폭을 일부 만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막대한 자금을 통해 시장에 개입했었던 강세를 꺾지 못했던 엔화는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조치에 달러에 대해 큰 폭의 약세로 전환하는 등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만 향후 유로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앙은행들의 시장 개입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거래량은 부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엔화, 3년래 최장기간 약세 흐름
지난해 대지진 여파에 따름 피해복구와 함께 일본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던 엔고 현상이 뚜렷이 해소되고 있다.
17일 블룸버그 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엔화의 가치는 달러에 대해 83.43엔을 기록하며 주간으로 1.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화의 가치가 달러에 대해 하락한 것은 주간으로는 6주째로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장기간 약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엔화는 유로에 대해서는 109.95엔을 기록하며 주간으로 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의 추세가 이렇게 바뀌 것에 대해서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확대하는 등 추가 완화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달러/엔은 지난 2011년 10월 말 75.55엔으로 사상 최저치까지 밀려 났으나 2월 BOJ의 완화정책 이후로는 80엔선을 가볍게 돌파해 약세 추세로 돌아선 양상이다.
재무부가 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했음에도 추세를 바꾸지 못하자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엔화의 강세를 저지하겠다는 복안이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엔화가 달러에 대해 급격히 약세 흐름을 보이자 주요 투자기관 역시 향후 달러/엔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앞서 UBS AG의 만수르 모히-우딘 전략가는 엔화의 추세가 뒤바뀐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달러/엔 전망을 종전의 80엔에서 85엔으로 조정한 바 있다.
그는 BOJ의 인플레 목표 설정으로 장기간 통화 완화 정책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로 캐리 트레이드의 방향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채무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시중에 2차 장기저리대출(LTRO)을 시행하고 나섰다.
ECB의 유동성 공급 카드로 시중에 저리의 유로화가 풀리게 되자 유로 캐리트레이드에 대한 관측이 잇따르고 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유로화는 그리스 위기가 후퇴하면서 달러와 엔화에 대해 일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ECB의 유동성 공급으로 다시 하락 압력에 직면해 있다는 관측이다.
향후 ECB의 LTRO로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로화를 팔고 신흥지장의 고수익 통화에 대해 투자를 나서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ECB의 추가 완화에 대한 행보와 함께 그리스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유로 캐리 현상이 강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신흥국 통화 강세 흐름, 中銀 개입 움직임
올해 위험보유성향 회복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고수익 통화들의 가치가 크게 상승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달러와 파운드, 엔화 및 유로화 시장에서 금리가 제로에 가깝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브라질 레알화와 멕시코 페소 등 신흥국 통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움직임은 특히 아시아보다 금리가 높은 남미 통화를 중심으로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기성 자금이 신흥국 통화로 몰리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에 대해 개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JP모간의 요아킴 디트리히스 남미통화 투자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브라질 레알화와 콜롬비아 페소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개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개입 조짐이 잠잠한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배경에는 대륙 간 금리차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JP모간의 글로벌채권지수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금리는 4%가량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남미의 금리는 6%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필리핀 페소와 싱가포르달러, 원화 등은 올해 들어 달러에 대해 3% 절상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멕시코 페소와 레알화, 콜롬비아 페소는 9% 이상 평가절상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수출을 위주로 하는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의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개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 美달러, 다시 강세 흐름으로?
지난해 달러는 미국 경제의 회복 조짐에 힘입어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왔다.
여기에는 유로존 위기에 따른 위험성향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자 융통성이 좋은 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또한 실업률을 비롯해 고용시장의 개선이나 제조업 경기의 호조 역시 달러의 강세 흐름을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기준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는 올해 들어 0.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만 3월 한달 간으로는 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략가들은 달러가 향후 추가로 강세를 보일 것이며 이같은 흐름은 적어도 올해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의 젠스 노르빅 수석 전략가는 "달러는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에 큰 충격이 없다면 달러는 전통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제지표의 호전과 금리 상승에 대해 달러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 주말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부진한 소비자심리 지표에 반응한 것이지만 미국의 국채 수익률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에서 2.33%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최근 연준이 추가 부양책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도 추가 완화에 따른 부담감을 자극하지 않는 재료가 됐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주요 상품들의 가격이 급등하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도 달러의 추가 강세를 지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젠스 노르빅 수석 전략가는 올해 말 하원이 미국의 재정적자와 세금 개혁안을 승인한다면 달러가 다시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달러의 강세는 상대적으로 단기 흐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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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