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3150억원에 이르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입찰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양측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11월 6조3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본계약을 진행하지 않아 이행보증금 5%를 몰수당하자 이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4부는 지난 13일 오후 한화케미칼이 매각주체였던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제기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 공판을 진행했으나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2심의 최종 판결은 오는 5월 3일 이후로 미뤄졌다.
◆ 한화 "일부라도 돌려줘" vs 산은 "법대로 해"
현재 한화 측은 일부라도 돌려받겠다는 입장이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외 IB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1심에서 한화 측의 패소로 판결됐기 때문에 향후 공판에서도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판세가 뒤집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 측 소송 관계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논리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조선업계의 세계적인 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6조3000억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거래를 하는 데 한번도 제대로 듀딜리전스(자산실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되지 않았고 여건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전에는 매각 측에서 제시하는 기본적인 자료만 가지고 볼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정확한 가치산정을 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본계약 시점이 도래했고 자금조달에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라는 논리다.
이와 함께 한화 측은 "산업은행과 민간기업은 갑과 을의 서열관계나 마찬가지"라며 "따라서 계약자체의 조건이 일방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불리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화 측은 또한 MOU 체결전후 몰아닥친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함께 인수에 나서려던 재무적 투자자와 금융권이 기존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 때문에 계획됐던 자금조달도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그룹 내부적으로 자체 자산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시장상황 악화 및 가치저하 등의 문제로 쉽지 않았다. 즉 내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시장 충격 등 외부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적 사태였기 때문에 한화 측에 전적인 귀책사유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문제였고 그 정도의 파장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던 것"이라며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 상황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악화가 됐고 100% 자금조달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 산은 "한화 측 주장, 일고의 가치 없어"
이같은 한화 측의 주장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당연하고도 정상적인 업무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라며 "무슨 억지를 부린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한화 측이 충분한 자산실사 및 기업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그런 적이 없다"며 "충분한 기회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줬지만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MOU 자체에 그런 내용이 다 있기 때문에 만일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싸인을 하지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측은 또한 금융위기로 자금조달 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계약을 파기할 정도로 큰 변화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행보증금 규모가 막대해서 사실상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는 면이 있고 따라서 자산실사를 위한 수수료 정도로 책정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M&A 시장에서의 관행과 대규모 딜에서의 사례를 참고해서 결정된 것"이라며 "MOU 체결당시 이같은 조건을 다 인지하고 서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산업은행 "우리도 피해자, 기회비용 막대"
한화 측은 보증금의 일부라도 어떻게든 돌려받고 싶다는 강력한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한화 측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책임도 인정한다"며 "따라서 100% 반환은 어렵다고 보지만 매수자로서의 정당한 권리가 있는데 누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한화의 귀책사유가 아닌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법원의 판단에 맡기지만 1심 결과보다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지난 2008년 MOU를 전후한 시기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을 제 때 매각하지 못해 적지않은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조선업황 회복세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어서 예전처럼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도 피해를 봤다고 볼 수 있다"며 "그 때 지분을 매각했다면 좋은 가격에 잘 처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자산관리업계 관계자는 "2008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매각가는 주당 6만원 수준이었다"며 "한화 측도 이같은 자금을 투입해 인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따라서 이행보증금을 날리는 방안도 검토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부가 당시 금융위기 상황이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승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캠코 "정부지분 매각추진…헐값에 팔지는 않을 것"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또다른 주요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별도 매각에 나서고 있어 적지않은 변수가 되고 있다.
캠코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지분 31.3%(5982만5596주)에 이어 2대주주로 이 회사 지분 19.1%(3656만6832주)를 보유하고 있다.
캠코는 올해 11월로 다가온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시한까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처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사업계획에서도 지분매각 추진 내용을 이미 반영했고 최근에는 모건스탠리-신한투자증권 컨소시엄을 지분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IB업계에 따르면 별도매각이 성사될 경우 인수주체는 50%가 넘는 과반지분을 일거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경영권 프리미엄도 거의 인정받지 못하거나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 "11월까지 매각해서 정부에 현금 반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하지만 시장 여건이 그다지 좋지않다면 불가피하게 정부에 현물 반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적지않은 물량이기 때문에 기한에 쫓겨서 헐값으로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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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