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국채 교환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그리스 채무 조정의 걸림돌 중 한 가지가 제거됐다.
외부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였던 ECB가 한 발 양보함에 따라 민간 중심의 채무조정이 공공 부문으로 확대된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ECB의 손실 부담 여부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다른 중앙은행의 참여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 ECB 국채 교환, 부채 경감 효과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CB는 지난해 유통시장에서 액면가 이하로 사들인 그리스 국채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채권으로 교환하는 데 합의했다.
지금까지 ECB는 정부 구제금융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으나 내달 20일 145억 유로의 채무 만기를 앞두고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입장을 바꿨다.
ECB가 EFSF의 채권과 교환하는 국채는 그리스 정부의 손에 넘겨진다. 그리스 정부는 EFSF가 ECB에 치른 가격으로 값을 치른다. 이런 방식으로 그리스는 110억 유로의 채무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ECB가 사들인 그리스 국채는 400억~500억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국채 교환으로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만기 수익률을 기준으로 한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할 전망이다.
◆ 獨 분데스방크 포함 유럽계 중앙銀 행보 ‘촉각’
ECB의 이번 결정에 따라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다른 중앙은행이 긴장하는 표정이다. 민간 채권단으로 제한됐던 채무조정 대상이 확대된 만큼 ECB와 같은 압박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분데스방크가 그리스 국채를 120억 유로 가량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유로존 회원국의 중앙은행이 보유한 물량이 적지 않다. 각국 중앙은행은 채무조정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고, 이번 국채 교환에 포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그리스가 3월 위기를 모면한다 하더라도 이후 채무만기 때 ECB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리스의 부채 규모가 GDP의 160%에 이르는 데다 지난 2008년 이후 5년 연속 경기 침체로 빠져든 만큼 부채위기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 언론 한델스브라트는 EU 정책자들이 그리스 국채 헤어컷(자발적 손실 부담)을 각국 중앙은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ECB ‘전례 남겨’ 위기 전염시 부담 가중
ECB가 보유한 유로존 국채 규모는 2192억 유로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이른바 주변국 국채가 상당 규모로 포함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ECB의 장기저리대출(LTRO)을 포함한 유동성 공급과 국채 매입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내림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디폴트 우려가 포르투갈로 확산되는 등 근본적인 부채위기가 여전하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ECB가 보유한 주변국 국채 가치가 하락하거나 채무조정과 구제금융이 다른 위기 국가로 확산될 경우 ECB의 재정건전성 역시 훼손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