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부채위기가 깊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부지불식간에 동반 침몰하고 있다.
디폴트 위기로 치닫는 주변국들을 구제하기 위해 이른바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가 부실이 커진 것.
특히 분데스방크의 경우 대차대조표가 위험 수위까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하고 있다.
그밖에 유로존 주요국의 중앙은행도 좌불안석이다. EU 정책자들이 그리스 국채에 대한 헤어컷(자발적 손실 부담)을 민간 뿐 아니라 공공 부문의 채권단으로 본격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오스나브뤼크 대학의 프랑크 웨스터만 교수는 분데스방크가 유로존 금융시스템의 버팀목으로 나선 데 따라 이미 자산을 모두 소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분데스방크를 벼랑끝 위기로 몰고 간 것은 이른바 ‘타깃2’로 지칭되는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변국을 중심으로 분데스방크가 제공한 유동성은 496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위기 전 분데스방크는 2700억유로의 증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타깃2를 통한 유동성 지원을 충족시키는 과정에 자산을 모두 팔아치웠다. 부채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로 전이될 경우 분데스방크는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보유중인 금을 매각하는 방안은 꺼리고 있기 때문.
웨스터만 교수는 “분데스방크의 재정 상황은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며 “유로존이 무너지거나 일부 국가가 탈퇴할 경우 손 쓸 수 없는 리스크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궁지에 몰리기는 유럽중앙은행(ECB)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의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손실 부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ECB가 보유한 그리스 국채는 약 500억유로, 전체 국채 발행 물량 가운데 7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ECB는 채권 가치를 상각할 경우 회원국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위반된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지만 외부 압박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외부 압박이 아니더라도 그리스 채무조정 문제를 좌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낼 경우 시중 자금리 포르투갈을 포함한 나머지 주변국 국채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갈 공산이 크고, 이 경우 결국 ECB와 유럽 정부의 자금이 동원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구제금융 펀드에 보유 물량을 매각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이 역시 100억유로 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CB의 그리스 국채 처리 문제는 분데스방크와도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분데스방크 역시 그리스 국채를 120억유로 규모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CB가 그리스 국채 상각을 실시할 경우 분데스방크 역시 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날 독일 언론 한델스브라트는 EU 정책자들이 그리스 국채 헤어컷 대상을 ECB는 물론이고 각국 중앙은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정책자들은 민간 채권자들의 그리스 국채 상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공공 부문 채권단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또 각국 중앙은행이 자발적으로 이 같은 정부 방침을 수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웨스터만 교수는 “위기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유로존 붕괴에 따르는 비용은 커진다”며 “분데스방크의 손실은 결국 독일 국민들의 혈세로 벌충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와 해결 방안을 공론화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