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투자와 '마라톤펀드'로 유명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47)은 올해 펀드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로 '투자의 일관성'을 들었다. 고집스럽게 가치투자를 지켜왔던 허 본부장에게도 올해는 투자철학을 지키기는 쉽지 않은 한해였다.
"지난 7월까지 주가가 거의 2000선을 6개월동안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 장밋빛 전망에 취해있었다고 해야 할까. (상승) 추세가 너무 강하다보니 욕심이 앞섰던 거다. 좀더 비싸게 팔까 하다가..."
실제 이런 결과는 신영운용의 성과로 이어졌다. 허 본부장은 올해 연초대비 -10% 정도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물론 연초 이후 수익으로는 벤치마크(BM)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금리 2배 이상의 복리투자를 목표로 하는 가치투자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이다.
◆ 2011 시장 돌아보기: 수급장, 압축포트..그래도 '선방'
올해 증시 환경 자체가 가치투자에 쉽지 않았다. 허 본부장은 '추세'보다는 '가치'를, '단기'보다는 '장기'를 지향한다. 반면 올해 증시는 경기둔화 우려로 인한 하락세로 펀더멘탈보다는 시장의 수급이 더 중요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펀더멘탈을 기준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시장은 수급에 근거에서 움직였다. 가치주에는 유동성이 적은 종목이 많은데 그 종목의 하락폭도 컸다. 서너개의 대형악재에 수급이 중요해지다보니 하락할 때 같이 하락하고 올라올 때 같이 못 올라왔다"
사실 증시에서 수급이 중요해지고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전체 펀드 시장이 자문형 랩 등의 영향으로 포트폴리오가 집중화된 현상과 무관치 않다.
"전체적으로 시장 대비 하회한 운용사가 더 많다. 대부분 주도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하락폭도 펀드시장 역시 컸다. 자문형 랩이 압축포트를 운영하다보니 분산 포트폴리오들이 결과적으로 상당히 집중되는 현상이 있었다"
다만, 그는 주식시장이나 펀드시장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경기 둔화, 유로존의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2008년에 비해서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008년 리먼사태와 올해 대외악재를) 두번 경험하면서 질적으로 시장이 (악재에) 내성이 생겼다. 경제구조, 기업의 수익성, 경쟁력, 투자자의 판단능력 등이 2008년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충격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허 본부장은 내년 증시가 '불경기하의 유동성 장세'가 되면서 가치주투자가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밴드 수준은 올해 고점과 올해 저점 수준으로, 유망 업종으로는 IT업종과 아시아 소비재 관련주를 뽑았다.
"내년은 지수의 상승장보다는 업종과 종목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유럽, 미국 등 거시적인 지표 개선에 의한 주가 상승은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다. 그전까지는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게 필수불가결하다.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징후가 보이면 주식시장부터 온기가 돌 가능성이 크다"
경기를 회복시키고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떨어진 화폐가치 하에서는 저평가되고 유동성이 있는 자산인 주식이 대안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이런 증시 환경이라면 가치투자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불경기하에서 상승장이 나올때는 싼 주식이나 폭락한 주식부터 올라오기 때문이란다.
아울러 사회구조적으로도 투자문화가 장기투자나 가치투자에 적합한 쪽으로 변화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우리나라 사회가 고수익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이 필요한 사회로 가고 있다. 성장률도 떨어지고... 사회에 예측불가능한 일도 많아지고 있다"
허 본부장은 이런 흐름에 맞춰 펀드 시장은 올해보다 좋아지는 가운데 분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의 침체로 부동산-주식-채권으로의 자산 순환 고리가 끊어진 데다 고위험-고수익을 지향하는 이들도 줄어들 것이고, 헤지펀드도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상품수준에서는) 헤지펀드의 진입장벽을 감안할 때 헤지펀드 스타일이나 운용전략의 펀드 상품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에는 순수 주식형보다는 혼합형으로 자금이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 허남권 본부장와 신영자산운용 목표...고객 신뢰 구축
허 본부장은 이 같은 내년도 증시 전망과 좀더 장기적인 투자문화 변화를 감안할때 내년에 좀더 나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치주뿐만 아니라 성장형펀드의 수익률까지 모두 끌어올려 전반적인 수익률 향상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큰 전략이나 목표의 변화는 없다. 좀더 정교한 가치투자를 할 거다. '융단폭격'에서 '정밀폭격'으로의 변화랄까. 그간 우리의 투자회임기간이 평균적인 투자자가 기다릴 수 있는 기간보다 길었다. 좀더 정밀한 기업분석을 하고 빈도수를 늘려 분석능력을 강화하겠다"
그는 장기 지향점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운용사, '부동산과 같이 주식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되도록 하는' 운용사 등을 제시했다.
"불확실성 시대에 자산을 증식하려면 단기적인 호재, 악재에 연연해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주식), 펀드에 장기투자를 부동산처럼 하는 게 좋겠다"
▶ 주식투자로 돈좀 벌고 계십니까?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