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가용 유동성을 강화하고 한편으로는 인수합병(M&A)용 실탄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기업들이 분사, 자산매각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파산하는 기업들도 많이 생겨나 현금을 확보하고 있으면 싼 값에 알짜배기를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8월말까지 대기업들이 은행권 대출,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끌어들인 자금이 63조원에 이른다. 이는 작년 한해동안 확보한 64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대기업들은 주로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8월말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40조원에 이른다. 초저금리 환경이 지속되자 이를 적극 활용하는 셈이다.
포스코(신용등급 AAA)는 지난 17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3.78%에 5000억원 어치를 발행한 것을 비롯 올해 총 1조 30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AAA등급인 KT도 올해 1조 4500억원을 조달했고, LG그룹 SK그룹 두산그룹 등 계열사들도 회사채를 많이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자금확보는 위기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며 '현금이 왕'이라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융시장 혼란과 실물경기 냉각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기업들이 보유 현금을 늘리자는 분위기"라며 "A~AA등급 기업은 4% 초반대 금리로 3~5년물을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에 대비하는 것 외에 M&A를 위한 실탄 마련이라는 해석도 나오고있다. 불안정한 경영환경이 역설적으로 성장의 계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공기업 민영화, 유로화 약세 등 기업 인수합병에 좋은 여건이 형성될 수 있다"며 "보유현금을 활용해 알짜 기업을 싼 값에 사들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 한 임원은 "우리 대기업들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 있다"며 "현금을 확보한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불경기에 진행된 M&A가 활황 시에 이뤄진 것에 비해 향후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보스턴컨설팅이 지난 18년간 3500건의 M&A를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를 지켜본 결과 경기 활황시 인수를 진행한 경우 기업 경영은 향후 2년에 걸쳐 시장 평균에 뒤졌다. 반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 불황기에 M&A에 나선 기업들은 향후 2년간 시장수익률을 약 7%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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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