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헤어날 국면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등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 사업장에서 비대위 등의 활약에 따라 시공사가 교체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이 같은 시공사 교체 현상은 주택시장이 활발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거의 없던 일이란 점을 감안할 때 달라진 주택시장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공사 교체는 대부분 조합원 분담금을 크게 인상하는 요인이 발생했을 때 벌어진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 기득권 세력인 조합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업을 무산시키는 경우가 발생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 재건축·재개발사업 활성화 시기에는 시공사 교체는 활발하지 못했다. 이는 기존 시공권을 확보한 시공사가 조합과 분쟁을 하는 동안 시공사 교체를 '획책'하는 것은 이른바 '뒷통수 치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건설업계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체 시공사로 물망에 오른 건설사들은 기존 시공자 건설사와 시공 계약을 완전히 마무리 한 다음 이야기 하자는 경우가 많았고 기존 시공사도 일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공권 방어에 총력을 다했기 때문에 실제로 시공사가 교체 되는 상황은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분양 리스크가 적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주택업계의 관심이 높아진데다 조합원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건설사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시공사 교체가 흔하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전체 2178가구가 건립될 예정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3구역 조합은 총회를 거쳐 삼성물산-대우건설로 선정됐던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측은 본계약을 앞두고 시공사 측이 공사비 인상을 통보해 조합원 분담금이 1억원 이상 올라갈 것으로 판단되자 조합원의 뜻을 물어 시공사 선정을 백지화한 것이다.
앞서 8월에는 용산4구역이 시공사 교체를 단행했다. 용산4구역에서는 시공사로 선정됐던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공사비 증액과 예비비 등을 요구하자 조합측은 이를 거부하고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용산4구역은 10월께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재건축이 초읽기에 들어간 강동구 고덕주공단지에서도 시공사 교체바람이 불고 있다. 고덕주공3단지 조합은 당초 현대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과 시공자 계약을 체결했으나 지난 7일 무상지분율을 수정 제시한 현대건설을 단독 시공사로 선정했다.
시공사 교체바람은 보다 더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고덕시영 단지도 공사비를 놓고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조합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된 전농7구역과 아현3구역 등도 시공사 교체 가능성이 있는 단지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시공사 교체의 배경에는 조합측이나 비대위측과 수면 밑에서 '손을 잡은' 건설사들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상도의상 계약 해지가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계약 해지 이후 새 시공사 선정 때 모습을 드러낸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공사 교체 조장 행위가 '뒷통수 치기'로 몰아갈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의 시공사 교체는 기존 시공 건설사들이 사업 속개에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공사비 인상을 포기할 경우 사업성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기인한다. 더욱이 예전에는 조합원 분담금을 저감시킬 경우 사업성은 일반 분양가 인상으로 확보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반분양가 인상은 곧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만큼 업계의 행동 반경은 더욱 좁을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조합과 시공사 사이를 조율해왔던 재개발·재건축 대행사들이 최근 3~4년간 크게 위축되면서 조율 역할이 부실해진 것도 건설사와 조합원들 사이의 파트너쉽 악화에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사업장에서 시공사 계약을 해지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까지 이렇게 단기간에 이어질지는 몰랐지만 조합의 요구를 받아 들일 마음은 애초에 없었다"며 "새로운 시공사도 조합이 요구하는 사업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심경은 조합측도 비슷하다. 조합 역시 시공사 교체로 분담금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일방적으로 공사비 인상을 통보하는 시공사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시공사 교체라는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사업 중단 등 강경한 자세로 공사비 인상을 단행해 파트너쉽이 사라진 것이 시공사 교체의 이유"라며 "특히 사업에 대해 박식해진 조합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어 시공사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시공사 교체 바람은 결국 주택 분양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주택업계가 사업실적과 사업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낮은 사업성에도 실적이 필요한 건설사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다른 건설사 현장에 침투하면서 시공사 교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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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