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이강규 특파원] 일부 주요 다국적 기업들의 신용도가 소속 국가의 신용등급을 앞지르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상처투성이의 채무협상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은 'AAA' 등급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지만 상당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국채보다 높은 신용등급으로 적잖은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보통 정부는 세수와 대외지급준비자산(international reserves)이 제공하는 막대한 현금과 국유자산 매각 능력으로 국가의 경제 실체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 채무상환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오늘날 상당수의 중앙정부들은 신용위기 여파로 선진 경제국들의 재무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민간기업들에 비해 더 큰 신용등급 강등 혹은 디폴트 위기에 처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업들, 그중에서도 특히 신흥시장에서 매출을 창출하는 다국적 업체들은 높은 수준의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
런던 앤 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아쇼크 샤는 "2008년 이래 다국적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차대조표상의 부채를 축소하고 현금을 늘리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했고 이에 따라 소속 국가보다 더 나은 신용평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인 S&P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07개의 기업과 지방정부들이 외환 기준으로 소속 국가의 주권국가 채권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중앙 정부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더라도 이들은 채무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일부의 경우 세금피난처에 자리잡은 기업들(safe-haven companies)의 디폴트 대비 보험비용이 주권국가 부채 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보다 낮은 것도 이들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과 엑손 모빌, 존슨 앤 존슨,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AAA' 신용 등급을 자랑한다.
S&P는 설사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더라도 이들은 트리플-A 등급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4개 기업들의 5년기준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미국 정부의 CDS 프리미엄에 비해 최소한 30pb가 낮다.
스페인의 지역 자치구인 바스크와 나바레의 지방정부와 일본 기업인 캐논 역시 소속 국가의 중앙정부보다 신용등급이 높다.
신흥시장국 기업들도 낮은 부채수준과 강력한 성장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보다 우량한 투자등급으로 상당한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터키의 이통통신 사업체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진출한 터크셀은 터키보다 신용등급이 높다. 최근 A-등급으로 격상된 브라질의 음료업체 AmBev도 브라질 주권채보다 신용등급에서 앞선다.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채권 최고투자책임자 크리스 이고는 "장기 부채 삭감 능력이 의심되는 국가들의 주권국가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보다는 많은 수의 우량 기업들에 분산 노출을 시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전환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리퍼(Lipper)의 뮤추얼투자펀드 자료에 따르면 7월27일에 이르는 한 주간 주로 미 국채에 투자하는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은 320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한 반면 고수익, 고투자등급 채권펀드는 4억8200만달러의 신규자본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회사채 시장은 주권국가채 시장의 유동성과 깊이를 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회사채시장 규모는 10조 달러 상당인 국채시장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글로벌 경제가 모멘텀을 되찾고 기업들이 차입 확대를 결정하면 기업채 발행도 2012년을 향해 나아가면서 급속히 반등할 수 있다.
1990년대말 아시아 신용위기 당시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일부 기업들은 신용등급에서 국가 신용도를 앞서는 등 주권채가 흔를리는 시기에 기업채의 탄력성을 과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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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