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30대 후반의 결혼 5년차 김모씨는 요즘 생애 최초로 내집마련 전선에 나섰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외벌이인 김씨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은 부모님이 보태준 것을 포함 약 2억원 선이다. 외벌이인 만큼 DTI 규제가 없더라도 남들만큼 거액의 대출을 받을 형편도 아닌 김씨는 약 2억 5000만원 선의 자그마한 20평대 아파트를 갖는 게 목표다.
김씨는 집값이 떨어진 최근이 집마련에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헌집 보다는 새집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전이 낫겠다 싶어 열심히 분양 주택을 살펴보고 있지만 뜻밖에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민간주택건설사가 공급하는 중소형 주택이란게 죄다 전용면적 84㎡로, 중형-소형 아파트의 기준이 되는 85㎡에 살짝 못미치는 30평형대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리둥절했다. 30평형대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도 총분양가가 4억에 이른다. 은행권이나 웬만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아니고선 벌기 힘든 분양가가 책정돼있기때문이다. 더욱이 5년전에 결혼해 아이가 한명이 있는 김씨에게는 30평형대 아파트는 필요성도 없었다.
하지만 20평형대 아파트는 눈을 씻고 찾으려도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김씨는 무주택자라는 점을 활용, 경기도 외곽에 짓는 공공 분양아파트를 알아봤다. 서민을 위한 아파트니깐 20평형대 아파트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씨가 우리나라에서 '서민주거복지'를 담당한다는 LH와 서울시 공기업인 SH공사도 온통 30평형대 아파트만 짓는 것을 오래되지 않아서다. 나오는 20평형대는 모두 과거 27~29평형인 74~79㎡ 규모 주택이며, 그나마 가물에 콩나듯 나오는 20평형대 초반 즉 51~60㎡ 아파트는 청약저축통장 순위가 높은 청약자들이 독점하고 있어 언감생심 청약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김씨는 2억원 이상 빚을 지고 30평형대 아파트를 사든가 아니면 집 구입은 포기하고 전세를 전전해야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씨는 "보금자리주택이라도 전용 84㎡라면 분양가는 3억5000만원에 이른다"며 "형편대로 집을 사는 것은 시장 경제 국가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서민주거복지라는 말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김씨는 "서민 주거복지가 대기업에 다니거나 고급 공무원 수준의 연봉 6000만~7000만원 이상 고소득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민이 들어갈 집이 없다" 4년째 이르는 건설-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라 집을 매입할 시기가 왔다지만 정작 "내렸다"는 분양가에도 청약시장은 연일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공공과 민간이 모두 중대형 주택만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의 분양상황을 보면 잘 나타난다. 향후 전망이 확실하지 않아 예비청약자들이 분양신청을 망설이는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도 최근 분양된 전용 60㎡대 소형 아파트는 50%이상의 초기 계약률을 선뵈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 이후 정부와 LH가 의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공급계획이 확정됐으며 사전예약접수가 끝난 1~3차 보금자리주택 공급 주택형을 살펴보면, 우선 1차와 2차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84㎡주택은 2만1478가구로, 전체 공급량의 54%를 차지한다. 반면 전용 60㎡급 소형주택은 불과 23%에 지나지 않고 있다.
이 마저도 소형주택이 집중적으로 공급된 위례신도시를 제외하면 중형주택 공급규모는 57%로 늘어나며 소형주택은 19%에 그친다.
국토부와 LH는 전용 80㎡이상 중형 주택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3차 보금자리 부터는 84㎡는 공공임대로 돌리는 등 중형주택 공급량은 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 27~29평형에 해당하는 74~78㎡ 주택형을 늘리고 있다. 이들 74~78㎡ 주택형은 공급면적이 대부분 100㎡를 넘고 있어 사실상 30평형대 아파트라 해도 틀리지 않다.
실제로 보금자리주택에서 74~78㎡ 주택형은 22%에 해당하며 60㎡이하 소형 주택 공급량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소형주택이 집중적으로 공급된 위례신도시를 제외한 일반 보금자리에서는 오히려 74~78㎡주택형은 23.9%가 공급돼 18.9%가 공급된 소형주택을 크게 웃돌고 있는 상태다.
84㎡주택이 분양 물량으로 나오지 않은 3차 보금자리를 포함하면 전체 보금자리주택에서 60㎡주택형과 74~78㎡ 주택형, 그리고 84㎡주택형의 공급 비중은 27.4대26.5대46.1이 된다.
어렵게 나온 60㎡대 소형 아파트는 아파트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서울시 공기업인 SH공사가 지난달 말 공급한 구로구 천왕동 이팬하우스의 경우 전체 SH공사 공급물량 274가구 중 59㎡는 단 8가구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천왕 이팬하우스 59㎡는 평면형식이 2000년대 들어서는 사실상 사라진 복도식으로, '끼워 맞추기'식 공급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저질 아파트'에도 불구, 천왕 이팬하우스 59㎡는 1순위 청약접수에서 8가구 모집에 154명이 몰리며 15.5대1의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1번지 채훈식 부동산 연구실장은 "LH등 공공이 전용 60㎡미만 소형 아파트 공급을 주저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아직 고치지 못하고 있다"며 "공기업이 소형주택을 외면하면 결국 구매력이 약화된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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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