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안나 기자]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인선과 관련, 이번에도 미국과 유럽 간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결국 유럽계 인사가 최종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글로벌 대출기관의 합법성 여부뿐만 아니라 (IMF 내) 신흥국의 발언권을 확대하기로 한 G20의 합의에 적지 않은 흠집이 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유럽이 후임 IMF 총재로 밀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미국이 지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신흥국들이 강화된 경제적 위상을 반영해달라며 맞서고 있다.
이달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IMF 수장직은 글로벌 금융안정성뿐만 아니라 유럽 등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맡아야 하는 자리다.
지난 60여 년간 미국과 유럽 사이에 IMF 총재직은 유럽인이, 세계은행 수장 자리는 미국인이 각각 맡는다는 일종의 암묵적 합의가 존재해왔다.
프랑스의 라가르드 장관이 유럽인으로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신흥국들도 결국 유럽 출신에게 수장직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일단은 인선 과정에서 가능하면 많은 지역의 인물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이 같은 관행은 2009년 G20 회동에서 이루어진 합의에 위배되는 내용으로, IMF의 합법성과 인선 과정의 효율성 나아가 G20 자체의 신뢰성에도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지난 2009년 4월 G20 국가들은 국제기관의 수장직 선출이 개방적이고 투명하면서 능력본위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합의를 이룬 바 있다.
또 선진국들이 저성장과 금융위기의 여파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반면, 중국과 인도 등 신진 세력들이 새로운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대두되며 국제기관 내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도 두 지역간 기 싸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G20 회의에서 신흥국으로의 지분 이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중국의 IMF와 세계은행 내 지분율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그 밖에 한국 브라질 인도 터키 멕시코 등도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가운데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주목된다. 미국 측이 신흥국 후보를 지지하려면 세계은행 내 리더급 위치를 포기해야만 하는데, 이 점이 여전히 국제기관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미국 의회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G7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경제적 판도가 G20으로 옮겨오면서 IMF와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관 수장 인선에 대한 신흥국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아빈드 수브라마니안은 "칸 총재의 후임 인선은 IMF 모든 회원국의 지지를 얻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번에 유럽계 인사의 선출을 원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IMF 총재 선출 시 능력본위의 투명한 인선 기준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등 평소답지 않게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브라질 남아공 멕시코 등도 유사한 요구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린 핏수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사무총장은 IMF 총재 선출 과정을 공개해야 할 것을 강조하면서 "최근 G20이 부각된 것은 글로벌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G7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IMF 총재 자리는 비유럽 출신이 맡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