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과 태블릿PC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간 법정 공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단순히 두 기업 간 알력이 아니라 OS(운영체제)와 하드웨어 별로 이합집산(離合集散)한 다수의 기업들 간 ‘패싸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해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19일 삼성전자가 맞소송 방침을 밝혔다.
이번 일 이전에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특허 관련 분쟁은 수없이 이어져 왔고,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삼성과 애플간 분쟁 역시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전통적 강자 VS 신흥 강자’, ‘안드로이드 진영 VS iOS’ 대립
지난해 애플이 HTC를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하고, 다시 HTC가 맞소송에 나서는가 하면, MS(마이크로소프트)가 모토로라를 제소하고, 모토로라가 애플을 제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노키아가 애플에 대해 50여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일견 얽히고설킨 난장판 같아 보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휴대폰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와 ‘신흥 강자’간 대립이고, OS 측면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과 ‘iOS’간 대립으로 정리된다.
또, 대부분의 분쟁에는 ‘애플’이 개입돼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개척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다, OS와 단말기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와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전통적인 휴대폰 시장의 강자들에게 있어 스마트폰 시장의 개막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기존 휴대폰 시장의 정형화된 룰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생소한 업체인 HTC나, 다른 리그(PC) 출신인 애플이 뛰어들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져갔을 뿐 아니라, ‘게임의 룰’ 자체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는 OS나 애플리케이션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경쟁력의 관건이 됐으니, 하드웨어 기술력과 디자인, 마케팅 등 기존의 경쟁 요소로는 상대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들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게 바로 구글 ‘안드로이드’였다.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OS의 표준이 되고, 모든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로 일원화된다면, 다시 하드웨어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원래의 경쟁체제로 회귀할 수 있으니, 안드로이드 진영 내의 경쟁보다는 ‘이단아’인 애플을 내모는 게 이들에겐 급선무일 수 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애플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은 대부분 하드웨어적인 측면이었다. 이번에 애플로부터 소송을 당한 삼성전자 역시 반격 카드로 통신 분야 하드웨어 특허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도스와 윈도우를 앞세워 수십 년간 PC OS 시장의 절대자로 군림해온 MS 역시 스마트폰 시장 개막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을 좌시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으로 점차 휴대폰과 PC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이들 단말기의 OS 시장을 잡지 못한다면, 과거의 영화도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PC 시장에서 확실히 눌러버렸던 애플 주도로 구축된 스마트폰 OS 시장의 룰이 MS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MS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도 썰 달갑지 않다. PC OS 시장에서는 설설 기다가 스마트폰 OS 시장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구글에 붙어 버린 단말기 제조사들이 괘씸할 법도 하다.
MS가 택한 특허 소송의 타깃은 스마트폰 OS를 전적으로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는 모토로라였다.
단말기와 OS 모두를 자체 개발하며 스마트폰의 강자로 떠오른 애플 입장에서는 단체로 덤비는 안드로이드 진영 휴대폰업체나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이나, 모두 강력히 견제해야 할 상대다.
‘전통적 강자’인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는 물론, ‘신흥 강자’인 HTC 역시 애플의 특허 소송 제물로 선택됐다.
최근 특허 전문블로그 ‘포스 페이턴트’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언 뮬러는 “애플이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모든 부문에서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정당한 권리주장’ 보다는 ‘흠집내기’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특허 분쟁에 따른 스마트폰 관련 기업간 대립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기 보다는 ‘액션만 취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특허 소송은 후발기업의 시장진입을 견제하거나, 경쟁사의 이미지를 훼손해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특허 소송에서 승리해 보상을 받겠다는 게 아니라 상대 기업에 ‘특허 침해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것.
특히, B2C(기업 대 소비자) 산업인데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특허 소송은 ‘이미지 훼손’이 목적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
미국계 한 로펌의 ITC(국제무역위원회) 소송 전문 변호사는 “미국 지방법원에 제소할 경우 3~5년씩 걸리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ITC 소송도 8~9개월 정도가 걸리고 판결은 그 뒤 3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며,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제품의 경우 승패 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특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이뤄질 수 있는 조치는 해당 국가에서 피소 기업의 특허 침해 모델 판매가 금지되거나, 피소 기업이 제소 기업에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는 정도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통상 1년 이내에 후속 모델이 나오는 만큼, 특정 모델에 대해 소송을 걸어 봤자 판결이 났을 때는 이미 단종된 뒤일 가능성이 크다.
만일, 작년 이맘 때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해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면 갤럭시S 출시 이전 시점이니 대상 모델은 옴니아 시리즈일 것이고,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패소가 결정돼 미국서 옴니아 판매가 금지되더라도 이미 단종된 제품이니 타격이 있을 리 없다. 물론, 삼성전자가 미국서 옴니아를 팔기 위해 애플에 특허 사용료를 지불할 이유도 없다.
애플이 하드웨어의 상당 부분을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점도 경쟁사와 특허 소송이 심각하게 번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애플이 제소한 삼성전자와 HTC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서라도 이번 소송과는 별개로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삼성전자 역시 대형 기업 고객인 애플과 각을 세울 이유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민사소송법 특성상, 관례상 소송을 당하면 맞소송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삼성의 맞소송은 당연한 1차적 절차라고 할 수 있고, 애플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는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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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












